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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기술과 스토리의 만남으로 ‘노리’는 무한변신 중…“시장 검증 거치려면 시장으로 나와야”
손대균 ㈜크리스피 대표 2019년 12월호


디즈니 캐릭터만큼 친숙하진 않지만 어디서 본 듯한 롤러코스터 소년. 바로 콘텐츠 전문기업 크리스피의 대표 캐릭터 ‘노리’다. 크리스피는 노리가 주인공인 애니메이션 〈롤러코스터보이, 노리〉를 제작하고 이를 토대로 디지털 키즈카페, 스마트 RC카 등 원소스멀티유즈(OSMU; One Source Multi Use) 전략으로 해외를 공략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는 콘텐츠업계에서 작은 거인으로 성장하고 있는 손대균 대표를 만났다.

영화, 애니메이션 쪽에서 일하다 창업했는데.
영화를 전공한 뒤 조감독, 다큐멘터리 프로듀서,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작가와 프로듀서로 생활했다. 아시다시피 그쪽 일이 참 배고프다. 그래서 관두고 은행에서 3년 정도 일했는데 그때 남는 시간에 구상했던 것이 창업으로 이어졌다.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는 콘텐츠가 맞지만 기존의 대형 플레이어들이 있으니 그냥 회사를 만들어서는 승산이 없다고 봤다. 결국 해외로 진출해서 IP(지식재산권)를 갖고 새로운 트렌드나 기술을 융합해 OSMU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해야겠다고 처음부터 방향을 잡았다.

주력 콘텐츠에 대해 소개 부탁드린다.
‘노리파크’라는 테마파크에 살고 있는 롤러코스터 ‘노리’다. 노리를 주인공으로 52부작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2017년 KBS 방영을 시작으로 전 세계 20여개 국가에 방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중국 CCTV에서도 방영을 시작해 동시간 전체 시청률 6위까지 달성했고 완구숍 등에서 관련 제품들이 팔리면서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아마존 프라임에서도 방영 중이며 10월부터는 독일에서도 TV 방영을 시작해 콘텐츠 자체에 대한 인지도를 높여나가고 있다.

캐릭터를 활용한 사업들엔 어떤 게 있나.
‘노리’가 테마파크에 살고 있다는 데 착안해 처음 기획할 때부터 테마파크를 염두에 뒀다. 그런데 테마파크는 워낙 규모가 크고 초기 투자비도 많이 들어 대안으로 생각했던 게 실내형 테마파크였고, 거기에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면 디지털로 가야겠다고 생각해 디지털 테마파크 형식의 키즈카페 사업을 같이 진행하게 됐다. 그게 신선하게 받아들여져 독일에 진출해 프랑크푸르트(Frankfurt)에 1호점을 냈다. 만약 그냥 애니메이션만으로, 단순한 키즈카페로만 접근했다면 진출이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두 가지를 같이, 우리가 보유한 기술과 함께 제안했던 게 주효했던 것 같다.

현지 반응은 어떤가.

한국은 키즈카페가 레드오션이지만 독일은 블루오션이다. 그만큼 아직은 낯선 문화다. 초반엔 키즈카페에 익숙한 아시아인, 인도인이 주된 고객이었다. 그런데 확장공사 회의차 최근 방문했더니 오픈 때와는 반대로 독일인들이 70~80%라더라. 현지 파트너도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프랜차이즈 문의도 많아졌다.

현재 해외 매장은 프랑크푸르트 한 곳뿐인가?
해외 2호점을 준비 중이다. 현지 파트너사가 프랑크푸르트 근교 하나우(Hanau)에 2만4천평 규모의 부지를 매입해 현재 건축 설계는 끝났고 1년째 정부 허가 심사를 받고 있다. 내년 2월쯤이면 모든 절차가 끝나 하반기에는 오픈할 수 있을 것 같다. 건물 이름 자체가 ‘노리 펀파크’다. 1층은 레스토랑, 2층은 노리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베가랜드’에서 착안해 어른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e-스포츠 존, 3층은 노리파크로 구성된 종합엔터테인먼트 파크를 짓고 있다.

해외 진출을 하면서 한국과 다른 점들로 고생했겠다.
실 독일에서 가장 먼저 계약한 곳은 아헨(Aachen)이었다. 실내 배구코트를 개조하려 했는데 아직까지 건축 허가가 안 났다. 독일에는 키즈카페 등 실내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많지 않아 해당되는 건축 기준들도 별로 없고 아이들 시설이다 보니 안전 부분에서 굉장히 까다롭다. 그래서 과정이 힘들긴 하지만 이를 뚫고 해내면 다른 유럽 국가에 진출하는 데는 문제없을 것으로 본다.

노리를 활용한 다른 사업들의 현황도 궁금하다.
라이선싱의 경우 중국·유럽만큼 활발하진 않지만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시장 쪽에서 접촉이 많이 늘었고, 단순한 라이선싱 계약은 많이들 요청해와 하나씩 진행 중이다.

라이선싱 계약이라 하면?
현지 완구회사에 라이선싱 권리를 판매하는 거다. 우리 캐릭터와 디자인을 넘기면 그걸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판매 금액이나 매출 비율에 따른 로열티를 받는다. 하지만 디즈니처럼 거대한 콘텐츠IP를 갖고 있는 회사들에 비해서는 그럴 기회가 적다. 헬로키티나 미키마우스를 컵에 찍으면 더 잘 팔리는데 굳이 ‘노리’ 캐릭터를 돈 주고 살 필요가 있겠나. 그래서 콘텐츠가 중요한 거고, 방송으로 인지도를 넓히거나 키즈카페처럼 고객 니즈가 있는 사업을 먼저 시작해 캐릭터를 알려 시너지를 내려는 거다.

노리 외에도 캐릭터들이 있는 걸로 아는데.
우리에게 부족한 부분이 교육 쪽이라 보고, 교육열 높고 IT 강국인 인도를 타깃으로 정하고 기획한 캐릭터가 ‘책벌레 고고’다. 현지 파트너를 찾아 애니메이션을 공동제작해 진출했던 중국 사례처럼 인도 역시 툰즈미디어라는 회사와 합작해 공동제작 중이다. 단순한 애니메이션 제작에 그치지 않고 증강현실(AR),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교육용 플랫폼으로 만들려 한다. 화면 속에 아이들이 들어가 실제 책벌레들이 하는 연극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형태의 AR 구연동화를 만들어 프랑크푸르트, 경기 이천의 키즈카페 매장에 설치해 테스트 중인데 반응이 굉장히 좋다.

콘텐츠 개발·제작에서 중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나.
사용자 관점이다. 우리 디지털 키즈카페를 예로 들면 거기 들어가는 기술이나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점주가 다루기 힘들면 안 된다. 켜고 끄기만 하면 되도록 버튼 하나로 단순화하는 게 우리 목표고 그렇게 해왔다. 사용자들에게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얼마나 편하고 재미있게 몰입할 수 있느냐다. 나도 크리에이터다 보니 처음에는 뭐든 멋있게 하려 하고 내용의 깊이부터 신경 썼는데 상용화해보니 빠르고, 쉽고, 재미있고, 간편해야 하더라. 노리도 원래는 다른 프로젝트였는데 그런 과정을 거쳐 피벗(Pivot; 비즈니스 모델의 수정)해 탄생했다.

끝으로 한말씀 부탁드린다.
콘텐츠 제작자들 중에는 완벽할 때까지 밖으로 내놓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시장 검증을 거치려면 결국 시장으로 나와야 한다. 지금의 노리도 처음에 갖고 다녔던 디자인과는 많이 다르다. 여러 전시회를 다니며 받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무수한 수정을 거쳤다. 그걸 다른 전시회에서 선보이고, 그런 노력을 눈여겨본 사람과 계약으로 맺어지기도 했다. 발전하는 모습, 가능성을 알릴 수 있는 곳이 각종 전시회·박람회다. 온라인이 중요하다지만 결국은 시장에 내놓고 대면하고 피드백받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양은주 나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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