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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30년의 하모니…“다르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
대전 유성구합창단 2020년 04월호


“서로 연대할 줄 알고 남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하나’를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합창은 그런 작업을 통해 서로를 이해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각박하고 어려운 요즘 같은 시대에 합창문화가 확산돼야 할 이유다.” 올해 창단 30주년을 맞은 대전 유성구합창단 최재웅 지휘자의 일성이다.
유성구합창단은 어쩌면 우리가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민간합창단이다. 하지만 30년간 이해를 바탕으로 연대하며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온 그들의 시간은 2014년 대통령상 전국합창경연대회 금상, 2016년 러시아 소치 세계합창올림픽 금메달, 2019년 대통령상 전국합창경연대회 은상 등의 성과로 이어지며 그 실력과 내공을 인정받고 있다.
30주년을 맞아 준비할 것이 많은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연습이 중단돼 하루하루 안타까운 시간이 흘러간다는 최재웅 지휘자, 신은경 부단장, 그리고 합창단 최장기 멤버인 송원경 단원을 만나 그들이 만들어가는 하모니에 대해 들어봤다.


합창단의 시작이 대덕연구단지 어머니합창단이다.
신은경 1990년 9월 창단한 대덕연구단지 어머니합창단이 2003년쯤 유성구의 지원을 받으며 유성구합창단으로 확대돼 지금까지 왔다. 유성구에 거주하는 여성들로 구성된 합창단으로 1년에 한 번 정기연주회를 열고, 초청연주회나 지역민을 위한 행사에 참여하는 등 다채로운 음악활동을 하고 있다.

단원들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
송원경 3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데 연습이 평일 오전에 진행되다 보니 가정주부, 그중에서도 아이를 어느 정도 키우고 시간적 여유가 생긴 50대 전후가 가장 많은 편이다. 간혹 노래교실을 생각하고 오셨다가 못하겠다고 나가는 분들도 있다. 그런데 보통 처음 3개월 정도 잘 버티면 7~8년씩 오래하신다(웃음).
신은경 우리는 순수 아마추어합창단이다. 34명의 단원 중 전공자는 3명에 불과하지만 모두 전공자 못지않은 열정으로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신입단원 선발 기준은 어떻게 되나.
최재웅 톤 컬러가 어떤지, 질감은 어떤지 파악하기 위해 테스트를 한다. 각자 성문, 지문이 다르듯이 전 세계 70억 인구의 목소리가 다 다르다. 보컬코드의 크기·음색·톤에 따라 소프라노, 메조 소프라노, 알토 등으로 나뉘는데, 그 안에서도 소리의 경중, 톤 컬러로도 나눠서 분배한다. 그리고 악보를 보고 곡을 맞추기 위해선 감각이 있어야 되기 때문에 청음 테스트도 한다.

마치 합창단의 하나 된 음색을 찾아가는 작업 같다.
신은경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신입 단원뿐 아니라 기존 단원을 대상으로도 2년에 한 번 오디션을 보고 파트를 조정하는 작업을 한다. 흔히 소프라노가 노래를 잘하고 알토는 못한다고 생각하는데 자기가 타고난 목소리 톤이 다른 것뿐이다.
최재웅 다르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 아니겠는가(웃음).
신은경 예전엔 소프라노에 있던 사람이 알토에 더 어울릴 것 같아 파트를 조정하면 기분 상해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이해는 다 된 것 같다. 파트를 옮기면 내 음색이 이 파트에 더 도움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훨씬 많이 한다.

합창단에는 각자 언제, 어떤 계기로 들어오게 됐나.
송원경 아파트 게시판에서 합창단 모집공고문을 처음 봤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늘 합창단을 해왔더라. 변성기 때를 빼고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때까지 합창단을 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 셋을 낳아 키우는 시간 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막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해에 합창단에 지원하게 됐다. 그때가 2007년이니 올해가 햇수로 14년 차다.
신은경 나도 비슷하다. 오래전부터 합창단 모집 전단지를 봐오다 아이들이 크고 시간이 나서 시작한 게 이제 8년째다. 처음 합창단에 갔을 때가 잊히지 않는다. 발성연습을 하는데 소프라노 파트가 “아~” 하며 도~미~솔~도 음을 내는 것이 너무 예쁘더라. 하늘에서 나는 소리 같았다. 일주일에 두 번 9시 30분부터 2시간 반 동안 연습하는데 집에선 집안일을 하거나 그냥 흘려보낼 수 있는 시간에 아름다운 음색을 들을 수 있어 너무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재웅 2018년 12월부터 함께하고 있다. 이제 1년 남짓 됐는데 다행히 호흡이 잘 맞았다. 사실 새로운 지휘자를 만나 소리를 만들기가 쉬운 것이 아니다. 보통 소리의 컨센서스를 만들 때까지 1년 정도의 시행착오를 겪는데 여기 단원들과는 잘 만든 편에 속한다. 27년의 내 음악생활에서도 드문 경우다. 

하모니를 만드는 특별한 비결이 있을까?
최재웅 음악적 컨센서스는 기본적으로 잘 듣는 것이다. 거기에 자신의 소리를 맞춘다. 사람마다 생기는 고유의 바이브레이션이 있는데 그 주파수 형태는 매우 유심히 들어야 들린다. 이는 자기 절제, 타인에 대한 배려가 기본이 돼야 한다. 유성구합창단은 이 능력이 뛰어나다. 단원들이 평소 언니 동생 하며 가까이 지낸다. 합창단이라는 커뮤니티에서 이뤄지는 이러한 화목한 인간관계, 즉 멤버십 트레이닝을 통해 다져진 절제와 연대의 능력이 비결이자 전통이라 생각한다.

2016년 러시아 소치 세계합창올림픽 금메달 수상 이력이 눈에 띈다.
송원경 어느 합창단이나 해외공연을 꿈꾸는데 유일무이한 해외공연을 같이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다. 대회 참가를 위해 구청과 협의를 진행하고, 일주일에 두 번 하던 연습을 3~4번씩 했다. 그렇게 2년을 준비해 소치대회에 참가했다. 몰랐는데 가보니 경연 분야도 다양하고 참가인원도 많은 꽤 큰 대회더라. 대회도 며칠간 진행됐다. 우리는 ‘가고지고 보고지고’, ‘살베 레지나(Salve Regina)’ 등 3곡을 아카펠라로 공연했다. 한국적인 선곡에 단복도 한복을 준비해 눈에 띄었던 것 같다. 당시 대회 직전까지 연습하다 건강 등 개인적 사정으로 함께하지 못한 분들이 몇 있어 안타까움이 컸는데, 좋은 성과를 얻고 와 모두에게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신은경 주부들이다 보니 대회 참가를 위해 집을 2주 정도 비우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다. 일정 조정, 경비 마련 등 모두 가족들의 이해와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구에서도 지원을 해줘 참가할 수 있었다.

합창의 매력을 꼽는다면.
신은경 본인도 모르는 잠재력을 발현할 수 있는 것이 매력적이다. 여러 사람이 모이다 보니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게 되고 이를 통해 남들보다 조금 더 나은 내 모습, 기회가 없었으면 몰랐을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는 것 같다.
최재웅 합창이란 서로를 이해하고 연대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선진국에서는 합창활동을 참 많이 한다. 교육과정으로도 많이 하고. 내가 한 작업 중에는 삼성, LG, SK 이런 대기업에서 프로젝트로 이사들끼리 모여 합창을 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도 있었다. 개인의 개성이 어떤 현상을 만들기까지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작지만 이런 합창 같은 실험으로 많이 경험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처럼 많은 어려움 속에 있을 때 지역마다 합창문화가 꽃피어 함께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보기도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은.
최재웅 지난해 대통령상 전국합창경연대회에서 ‘가시리’라는 고려가요를 아카펠라로 불러 은상을 받았다. 대회곡은 시간도 많이 투자하고 좀 더 심혈을 기울여 비중 있게 연습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 곡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송원경 지난해 ‘퀸’도 좋았다.
최재웅 맞다. ‘퀸’ 메들리를 준비해 안무와 함께 여러 축제 무대에서 선보였는데 호응이 높았다.

30주년 공연이 계획돼 있던데.
신은경 11월 29일에 열린다. 대학 강당을 대관해 공연했던 예전과 달리 이번엔 좋은 기회가 생겨 그동안 아마추어에게는 대관이 되지 않던 대전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하게 됐다.
최재웅 이탈리아 작곡가 베르디의 <아이다> 2막에 나오는 ‘개선합창곡’을 시작으로 오페라 합창, 뮤지컬곡, 현대가곡, 그리고 유명 K-팝곡들을 편곡해 다채롭게 구성할 계획이다. 또한 유성구청 공무원들과 함께하는 혼성무대도 준비 중이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연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모두 일상으로 복귀하는 그날이 하루빨리 와 함께 모여 연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은.
송원경 할 수 있는 만큼 계속 노래하는 것이 목표다. 우리 정년이 60세인데 나가라고 할 때까지 열심히 할 계획이다(웃음). 합창을 쭉 해보니 독창을 잘한다고 해서 합창을 잘하는 건 아니더라. 서로 맞춰가는 게 중요한 거지. 옆 사람 소리 들어가며 그렇게 지내는 것이 좋다.
최재웅 음악적으로 선도하고, 지역사회 문화예술사절단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합창단이 됐으면 한다. 요즘 트로트가 열풍이던데 그와 함께 또 잊지 말아야 할 장르가 합창음악이다. 클래식 순수음악으로서 공공재의 역할도 갖고 있어 합창음악을 통해 사람들이 행복하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미발표 신작을 발굴해 연주하는 계획도 갖고 있다. 여러 작곡가들이 좋은 곡을 많이 쓰는데 우리를 통해 그런 음악들이 많이 알려지면 좋지 않겠나.
신은경 좋은 소리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아마추어 맞아?”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좋은 소리를 만들어 지역 행사나 대회 등을 통해 유성구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합창단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홍성아 나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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