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경제』가 창간되기 꼭 한 달 전인 1990년 11월 1일, 겁없이 사업에 뛰어든 한 여대생이 있었다. 지난 30년간 『나라경제』가 내연과 외연을 확장해오는 동안 그녀도 타이어 도매업을 시작으로 전자카드 제조, 화장품, 제약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고, 3년 전에는 국내 대표 출판사 ㈜시공사의 주인이 됐다. 30년 차 사업가 박혜린 회장을 만나 창립 30주년을 맞은 시공사와 그녀의 30년 사업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30년 동안 많은 기업을 키워냈는데 사업 통찰력과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나.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공부하면서 제일 잘했던 것이 책에서 키워드를 잡아내는 것이었다. 핸드폰에 사업 분야별로 밴드를 개설해놓고 구글, 네이버 등 포털에 올라오는 뉴스를 키워드별로 분류해뒀다 틈나는 대로 읽어본다. 다른 사람들이 공들여 쌓은 지식을 글로 읽다 보면 전반적인 방향이 잡힌다. CNN 뉴스도 하루 종일 음악처럼 틀어놓는다. 특히 다양한 사람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인터뷰를 많이 참고한다. 회사 직원들과는 그룹핑과 맵핑을 하면서 현재의 좌표를 파악하고 구체적인 방향을 예측한다. 그렇게 예측된 부분을 미리 개발하거나 지식을 가져오고, 이도저도 안 되면 연구소를 산다.
30년 사업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에이엠에스바이오㈜를 K방역의 핵심으로 키운 일이다. 17년 전쯤 인수할 당시엔 외국에서 진단시약을 들여와 병원에서 분자진단서비스를 해주는 회사였다. 하지만 10여년 전부터 진단장비를 직접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매출 제로를 감수하면서 연구에만 매진했다. 1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어려운 바이오 연구 용어들을 하나하나 익혀가며 직접 R&D팀을 이끌었다. 이제 PCR(DNA의 원하는 부분을 복제·증폭시키는 기술) 장비부터 DNA 추출·분석 장비까지 다 갖추게 되면서, 코로나19 테스트부터 분석까지 자체 장비로 전부 소화할 수 있게 됐다. 에이엠에스바이오가 K방역의 빛나는 핵심 기업 중 하나가 된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M&A 기사가 많던데 현재 그 기업들을 다 갖고 있나.
팔려는 생각으로 M&A를 한 적은 없다. 한식구처럼 잘 먹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성장 부진 등을 겪는 ‘아픈’ 기업들을 인수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지금까지의 인수는 대부분 성공했다. 시간은 걸리지만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으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던 회사를 힘차게 달릴 수 있는 회사로 키우고 나면 그 기쁨이 정말 커서 자면서도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다. 지금까지 인수한 10여개의 회사 중 딱 한 회사만 팔았는데 다른 사람 손에서 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그렇게 했다. 실제로 그 기업은 제 갈 길을 너무도 잘 가고 있다.
기업 인수에 기준이 있다면.
회사가 많지만 그룹핑을 해본다면 스마트와 바이오 두 그룹이다. 바이오 쪽으로는 제약, 화장품, DNA 회사 등이 있고, 스마트 쪽으로는 스마트 머니, 스마트 인프라, 에너지 등이 있다. 남들은 그냥 회사가 왜 이렇게 많나 생각하겠지만, 앞으로 세계는 스마트와 바이오가 주도할 것으로 예측하고 전략적으로 두 부문에 속하는 회사를 인수해왔다. 이 두 그룹에 속하지 않는 유일한 회사가 바로 시공사다.
시공사를 인수한 이유는 무엇인가.
스마트와 바이오에 한 가지 부족한 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정신적 만족감, 마음의 평화 같은 것이었다. 사람들이 그 부분의 갈급함을 가장 전통적인 콘텐츠인 책을 통해 풀 것이라는 생각을 예전부터 많이 했다. 시공사를 보면 옛날부터 지금까지의 시간과 공간을 담고 있는 최고의 책들을 갖고 있어서 인수하기 한참 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이미 보유한 다른 기업들과의 시너지도 클 것이라고 생각했다.
인수는 어떻게 진행됐나.
2014년에 이미 인수 제안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당시 여러 가지 사정상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재무제표 등 회사 분석은 이미 그때 다 끝난 상태였기 때문에 2018년 사석에서 인수 제안을 받았을 때 고민 없이 바로 결정했다.
그 후 시공사는 어떻게 달라졌나.
어떤 회사든 인수하면 1~3년 동안은 그대로 두면서 회사에 대해 스터디를 한다. 시공사 스터디는 이제 끝났고 며칠 전 조직개편을 했다. 겸임 발령 등을 통해 직원들이 멀티플레이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활동 영역을 넓혔다. 시공사에는 돈이 되지 않더라도 만들어야만 하는 좋은 책은 꼭 만들어야 한다는 고집이 강한 직원이 많다. 최정상의 출판사로서 가치 있는 책을 만들어 문화를 리드해온 전통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내가 갖고 있는 다른 회사들과의 협업 등을 통해 수익성은 더 높이려고 한다.
시공사도 30주년을 맞았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시공사의 경우 일단 교육에 초점을 맞췄다. 코로나19로 온라인 교육이 더욱 활성화됐지만 사실상 콘텐츠는 풍부하지 않다. 우리는 고급 콘텐츠를 많이 갖고 있는데 이런 콘텐츠를 잘 가공해서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교육에서 다방면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주니어교육콘텐츠 사업은 준비가 다 끝나간다. 또한 우리의 보석 같은 고급 콘텐츠를 예쁘게 만들어서 코로나19로 공황 상태에 빠진 세계에 알리고 싶다. 영국 등에서는 몇백 년 소장할 수 있을 만큼 고급진 책들을 만들어내는데, 시공사가 가진 양질의 콘텐츠를 ㈜바이오스마트의 특수프린팅 기술 등을 활용해 무엇보다 고급지고 아름답게, 그것도 낮은 비용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자신 있다. 이런 문화적인 세일즈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이 30년을 맞은 시공사에서의 나의 포부다. 아울러 지난 30년간 그랬듯 앞으로도 나와 전 직원이 인류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계속 즐겁게 일할 수 있길 바란다.
창간 30주년을 맞은 『나라경제』에 한 말씀 부탁드린다.
사업 30년 차에 든 올해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특별한 해다. 30년 동안 나름 모든 분야에서 하나의 획을 그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만큼 창간 30주년을 맞은 『나라경제』와 인터뷰를 하게 된 것이 자랑스럽고 뜻깊다. 30년 동안 좋은 정책정보를 제공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여러모로 나라경제를 살찌우는 데 도움이 되는 잡지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