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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스템의 새로운 균형을 찾아서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2022년 04월호
 
 

2020년에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이 2022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고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눈에 보이지 않는 감염병이 사회 각 분야의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재택근무와 화상회의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가장 두드러진 변화의 양상이다. 일하는 방식이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전환되고, 온라인 만남이 늘어나면서 언택트(untact)와 온택트(ontact)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게 됐다. 이제는 이러한 온택트가 익숙해지고 그 효율성과 편리성을 체감하게 되면서 뉴노멀(new normal)로 자리 잡았으며, 오히려 대면 회의가 불편하다고 느껴질 정도가 됐다. 

코로나19로 교육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며 나타난 교육격차, 
학교의 의미 재탐색하는 계기 돼


그러나 전국의 학교에서 원격으로 진행된 온라인 수업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드러났다. 우선 인프라 측면에서 보면 인터넷 환경, 온라인 교육을 위한 모바일 기기에서 교육격차가 발생했다.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준비되지 않은 많은 가정의 아이들은 온라인 수업에 접속하는 것에서부터 한계가 있었다. 학교에서는 온라인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하고 수업을 관리하는 플랫폼이 미비해 수업 진행과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문제는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공공 학습관리(LMS; Learning Management System) 플랫폼을 개설하고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조금씩 해소됐고, 소외계층 등을 위한 스마트 기기 무상 대여 및 인터넷 통신비 지원 등이 이뤄졌다. 

이제 코로나19가 종식되기보다는 위드 코로나 시대로의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코로나19로 경험한 온라인 교육의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를 극복하고 새로운 교육의 혁신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해야 한다. 

코로나19로 맞이한 비대면 온라인 수업 상황에서 자기주도적 학습에 익숙하지 않고 공부에 흥미가 적은 중하위권 학생들의 경우, 대면 수업과 비교했을 때 교사의 직접적 지도와 소통 등 피드백이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학력이 약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2020년 7월 교육부에서 교사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교사들의 약 80%가 원격 수업으로 학생들 간 학습 수준 차이가 벌어졌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은 학습격차의 원인으로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의 차이가 약 65%, 학부모의 학습 보조 여부가 약 14%, 학생과 교사 간 피드백이나 소통 한계가 약 11%인 것으로 봤다.

2021년 6월에 교육부는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학생들의 학업성취 수준 등을 보여주는 공식 통계로, 교육부는 이번 평가 결과를 통해 학습 결손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평가 대상은 전체 중3과 고2 학생 총 77만1,563명의 약 3%에 해당하는 2만1,179명(424개교)이다. 교과별 성취 수준에서 보통학력을 뜻하는 ‘3수준’ 이상 비율은 전년 대비 중학교 국어·영어, 고등학교 국어에서 감소했다. 반면에 기초학력 미달에 해당하는 ‘1수준’의 경우, 중학교 수학을 제외한 모든 과목에서 전년보다 증가했다. 교과기반 정의적 특성을 의미하는 자신감, 가치, 흥미, 학습의욕은 2019년 대비 2020년에 중고교에서 전반적으로 낮아진 경향이 나타났다. 

코로나19로 등교를 하지 못하게 되면서 발생한 다양한 문제들은 학교 교육의 의미를 다시 한번 성찰해 보도록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 등교를 못 하는 원격 수업이 장기화되면서 학력격차 문제, 돌봄 문제, 학생들의 사회성과 인성 함양 문제들이 제기됐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등교 수업 확대가 거론됐다. 심지어 코로나19 이후 세계적으로 아동 학대가 증가하는 추세라는 안타까운 사실도 뉴스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원격 수업 장기화로 학생들이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AI 기술, 교사의 역할 보조하며 
학생 개개인에 맞춤형 교육 지원할 수 있어


코로나19와 함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메타버스 등 디지털 대전환이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AI 기술은 학생들의 학습 과정과 결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교육을 지원할 수 있다. 학생 한 명 한 명의 데이터에 기반해 학습자의 수준을 진단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맞춤형으로 지원하게 된다. AI 기술을 탑재한 다양한 시스템은 교사의 교육적 역할을 보조해 줄 수 있다. 또 AI 기술을 활용하면 교수자는 좀 더 적극적인 교육활동을 할 수 있다. AI 활용 교육의 의미는 교수자가 AI 보조교사 시스템을 활용해 주도적으로 학생 개인별 맞춤형 교육을 수행한다는 점이다. 교수자의 주요 역할인 ‘수업설계-교수-학습-평가-기록-피드백’의 과정에서 AI 보조교사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개별화된 수업 관리가 가능하게 된다. 

AI 기술을 교육에 활용하는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AI의 교육적 활용은 학생 개인이 필요로 하는 수준의 학습, 즉 맞춤형 개별화 학습을 적은 비용으로 구현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에듀테크 분야에서 개발해 다양한 형태로 적용되고 있는 AI 활용 교육시스템은 학생 수준에 맞춰 성공할 때까지 학습을 지원해 준다. 

AI 시대의 미래교육은 다양한 에듀테크를 활용해 지식을 학습하고, 이를 기반으로 창의적 교육이 이뤄지는 하이브리드 러닝(hybrid learning)이라고 할 수 있다. 즉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창의적 교육은 교사의 주도로 학생들과 함께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교사와 함께 하는 하이터치(High Touch) 교육, 에듀테크 기술을 활용한 하이테크(High Tech) 교육의 결합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이터치 하이테크 교육은 인간 교사가 하이테크를 활용해 창의적 교육 성과를 이뤄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하이테크로 성취하기 어려운 개별 학생의 동기화, 협업 역량과 의사소통 역량 등의 미래 인재의 역량(soft skills)을 길러주는 역할에는 역시 교사 주도의 하이터치 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위드 코로나 시대, 
변화한 교육에 대응하는 교사의 역할


미래교육에서 교사의 역할이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적 역량도 변화가 필요하다. 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인재(expert)가 AI 기술로 대표되는 첨단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는 경우 이를 ‘AI 분야의 역량을 갖춘 분야별 전문가’라는 표현으로 ‘X with AI’라고 지칭한다. 교사는 해당 교육 분야의 내용과 방법적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교육전문가(EX; Educational eXpert)라고 할 수 있는데, 이제는 AI 등 첨단 분야의 전문성을 결합하는 것이 교육전문가에게 필수적인 과제가 됐다. ‘AI 분야의 역량을 갖춘 교육전문가’라는 의미로 ‘EX with AI’라고 표현하고 싶다. EX with AI가 바로 미래형 인재인 교육 분야의 ‘M자형 인재(여러 분야에서 깊이 있는 전문성을 갖춘 인재)’라고 할 수 있다. 

인간 교사가 AI 보조교사를 잘 활용해 도움을 받게 되면 이를 증강지능(augmented intelligence)을 갖춘 역량이 출중한 EX with AI라고 할 수 있다. 교육과정의 재구성에서부터 수업 중에 개별화된 지식 이해와 전달, 평가에 있어서의 개별화된 접근과 평가 결과의 정리, 맞춤형 평가 결과의 기록을 위한 기초 자료 생성, 학생별로 필요로 하는 피드백의 기초 자료 제공 등의 역할을 AI에게 맡길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아이언맨>을 보면 인간 주인공이 아이언맨 수트를 입고 신체적으로 강한 파워를 갖게 된다. 더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바로 AI 비서인 ‘자비스’로부터 인지적 측면에서 다양한 지원을 받는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인간이 갖고 있는 역량을 뛰어넘는 초인적 역량을 발휘하게 된다. 교사의 경우에도 AI 보조교사의 지원을 받게 되면 지금보다는 더 뛰어난 교육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오랫동안 균형을 유지해 왔던 학교의 교육시스템은 혼란에 빠져 있다. 이제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교육의 미래를 확언할 수 없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이고 현재의 혼란은 곧 새로운 균형을 찾기 위한 지렛대”라는 자성을 갖고 교육시스템의 새로운 균형인 ‘뉴 이퀼리브리엄(New Equilibrium)’을 찾는 여정에 모두가 참여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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