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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반려동물과 함께 꿈을 이루는 행복한 학교”
김동상 한국펫고등학교 교장 2023년 04월호

경북 봉화에 있는 한국펫고등학교. 반려동물 전문 특성화고인 이곳은 1974년 설립된 봉화종합고를 전신으로 한다.
이후 봉화상업고, 봉화정보고, 경북인터넷고를 거쳐 마침내 2019년 한국펫고등학교가 됐다. 신입생의 절반도 채 모집하지 못하던 학교가 어떻게 전국에서 지원하는 곳이 됐을까. 어쩌면 누구보다 절박했을 김동상 교장을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019년 한국펫고(이하 펫고)로 학교명을 바꿨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나.
우리 학교가 있는 곳은 소규모 읍지역으로 농촌인구가 줄면서 학생 수도 크게 감소했다. 2018년 45명씩 두 반 모집에 12명씩밖에 모집을 못 할 정도였다. 정말 고민이 많았다. 당시 경북인터넷고 취업부장을 맡고 있었는데, 2016년 벤치마킹을 위해 유럽에 가게 됐다. 학과 개편을 고민하는 전국의 취업부장 20여 명이 스웨덴, 핀란드의 목공학교, 가구회사 등을 둘러봤는데 우리와 동떨어진 느낌이었다. 마침 일과를 마친 가족들이 공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강아지와 뒹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우리나라도 곧 저렇게 되지 않겠나’ 싶었다. 아직 반려동물 개념도 없을 때였는데 그 장면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반려동물 관련 학교를 만들면 좋겠다고 보고했고, 선견지명이 있으셨는지 이사장께서도 흔쾌히 수락하셨다. 그럼에도 이해가 부족해 반대하는 선생님, 지역주민, 동문들도 있었다.

주변 분들을 어떻게 설득했나.
반려동물학교를 만들자는 결심이 선 뒤 전국 동물병원을 돌았다. 처음 영주, 봉화의 동물병원 10곳을 돌면서 우리 학교를 이렇게 바꾸려고 하는데 어떠냐고 물으니 딱 1곳만 찬성했다. 나머지는 안 될 것 같다 했다. 대구에 갔더니 10곳 중 절반 정도가 괜찮겠다고 했다. 그러다가 경기도쯤 갔더니 10곳 중 9곳이 이건 정말 꼭 필요한 학교라고 하더라. 수도권과 지방에 온도 차가 있었지만 그만큼 도전해 보고 싶었다. 주요 교과는 기존대로 가르치면 된다고 설득하고, 반려동물산업이 뭔지 같이 배우고 워크숍도 하면서 교사들을 안심시키고 공감을 얻었다. 2017년 여름 교육청에 학과 개편을 신청했고 2018년 반려동물 훈련장·산책로, 기숙사 등 시설을 갖췄다. 첫해엔 조심스러워서 한 반만 바꿔 운영했는데 24명 모집에 37명이 왔다. 더 놀라운 건 대부분 수도권과 타 지역에서 왔다는 거다. ‘아, 이젠 됐다’ 싶었다. 지난 3년 평균 약 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현재 펫고 현황을 간략히 소개해 달라. 진로는 어떤가?
1학년 45명, 2학년 43명, 3학년 44명으로 총 132명의 학생이 반려동물매니지먼트과와 반려동물뷰티케어과 6학급에 속해 있다. 서울·경기·인천권 44명, 부산·울산·경남권이 29명, 강원권 13명, 충청권 10명, 전라권 9명, 제주 1명, 대구·경북권 28명 등 타 시·도 학생이 84%를 차지한다. 전교생 모두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학비는 전액 지원된다. 졸업생의 65%는 전국 동물병원과 애견유치원, 애견미용학원 등에 취업해 반려견훈련사, 핸들러(조련사), 펫시터, 반려견 스타일리스트 등으로 활약하고 있는데, 전국에 지점이 있는 한 대형 애견유치원 관계자가 우리 학생들 실력이 제일 좋다고 칭찬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 그 외 35%는 대학에 진학해 전공을 이어가고 있다.

많은 지방학교가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데 새로 생긴 펫고를 어떻게 알렸나.
매년 봄부터 열리는 전국 펫박람회에 참가해 학교를 소개하고 입시 상담도 했다. 여름방학엔 펫아카데미라고 중학생 대상 1박2일 워크숍을 두 차례 개최하는데 이런 행사를 통해 다양한 반려동물 체험을 해본 학생들이 입학 지원까지 하는 경우가 많다. 개별적으로 상담 요청을 하는 학생·학부모도 연중 내내 있다. 보통 한 번 학교에 다녀간 뒤 결정하진 않고 두세 번은 방문해 학교를 둘러본 다음 확신을 갖는다.

실제로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만족해하나? 도시에서 살다 와서 답답해할 수도 있겠다.
학교생활에 집중할 수 있게 한 달에 한 번만 집에 가게 한다. 단, 신입생은 3월 한 달간 언제든지 오갈 수 있다. 처음 입학하면 부모님과 멀리 떨어져 생활하는 것을 낯설어하는 학생도 있는데 우리에겐 반려동물이라는 매개가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여러 동물과 교감하며 맘껏 만날 수 있잖나. 언제든지 동물들과 산책하고 뛰놀면서 빠르게 적응해 가는 것 같다.

반려동물산업은 새로운 분야다. 교사들은 어떻게 충원했나.
첫해 반려동물과 교사를 채용할 때는 수도권 교사를 삼고초려해서 모셔 왔다. 이후엔 주요 대학에서 반려동물 관련 자격증을 가진 인재들을 추천받아 충원하고 있다. 펫고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건 전문성 있는 교사를 충원한 덕분이라고 본다. 또 반려동물산업 현장의 흐름을 따라잡기 위해 방학에도 선생님들이 부지런히 직무연수를 받는다.

학생이 늘면서 봉화 지역으로 인구가 유입됐다고 볼 수 있나.
전입이 필수는 아닌데 첫해 25명 정도, 평균 60~70명이 주소를 이전하고 기숙사 생활을 하더라. 전입하면 군에서 교복 지원금, 일부 장학금도 지원해 준다. 사실 반려동물교육센터와 기숙사 지을 때 경북교육청에서 지원을 많이 받았다. 입학식, 졸업식 때는 물론 학기 중에도 봉화를 찾는 학부모, 가족들이 늘어난 것도 지역에 활기를 불러오고 있다고 본다.

지방 특성화고로서 펫고 모델이 지속 가능하려면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지역산업 연계 모델이 절실하다. 봉화의 농산물을 활용한 사료를 개발한다든지 펫펜션, 펫수영장, 펫장례식장 등 선제적으로 펫산업을 육성하는 데 지자체가 조금 더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이를 바탕으로 장기적으로는 우리 학생들이 창업에 나섰으면 싶다. 봉화에 남아 창업할 수 있게 공간을 제공해 주면 좋겠다고 군에 제안하고 있다. 지역 내 산업인프라가 생긴다면 학교도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펫 분야는 1인 창업이 용이하다. 여기서 배우고 실력을 쌓아 창업하면 학교에서 현판도 달아주고 격려도 해줄 거다. 그렇게 한 10년이 지나 전국 어디를 가든 우리 학교 졸업생의 사업체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 본다.

교장선생님 바람을 앞당겨 이루려면 다른 기관들과 더 많은 교류가 필요해 보인다.
주요 반려동물훈련소, 애견미용학원은 물론 롯데 아쿠아리움, 켄싱턴리조트 같은 산업체, 관련 대학 등과도 업무협약을 맺어 학생들에게 다양한 진로를 탐색하고 현장실습할 기회도 갖게 하면서 협력하고 있다. 동시에 반려동물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교사들과 학생들이 영주, 봉화의 유기견센터를 찾아가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거나 봉화군 축제에도 참여하는 등 지역과도 계속해서 연대하고 있다.

펫고의 다음 계획은 무엇인가.
‘반려동물과 함께 꿈을 이루는 행복한 학교’를 비전으로 우리나라 펫교육의 중심이 되는 학교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올해 우리 학교가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에 선정돼 본관을 새로 짓게 됐다. 대도시 못지않은 현대식 시설과 환경을 갖추고 더욱 도약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1988년 3월 1일 임용된 이후로 우리 학교엔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늘 그렇게 선도적으로 변해 왔기 때문에 아직까지 살아남았다고 생각한다. 1등을 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또 어려운 때가 올 수도 있다. 그래서 전 교직원 모두가 열심히 하고 있다. 계속해서 우리 펫고 학생들이 펫산업과 펫문화를 선도하는 품격과 실력을 갖춘 인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표초희 『나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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