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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日 가미야마, ‘지역창조학과’ 등 마을 특색에 맞는 교육과정으로 도시 살렸다
이춘재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2023년 04월호

지난해 여름 ‘코로나19 입국 장벽’을 뚫고 방문한 일본 가미야마는 지방소멸을 막는 데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곳이었다.
일본 도쿠시마현의 소도시 가미야마는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에서 자동차로 약 3시간 거리에 있는 중산간 마을이다. 해발 1천m 높이의 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총면적의 83%가 울창한 삼나무 숲으로 이뤄져 있다. 풍부한 삼림자원 덕분에 일찌감치 임업이 발달해 1955년에는 인구가 2만 명이 넘을 정도로 제법 규모가 큰 도시였다. 하지만 산업화와 함께 불어닥친 극심한 ‘이촌향도’ 현상으로 2015년엔 인구가 5천여 명으로 줄었다. 이에 일본 정부는 가미야마를 전국에서 소멸 가능성이 20번째로 높은 마을로 분류했다.

그랬던 가미야마가 일본의 3040세대가 몰려드는 ‘핫한’ 마을로 변하고 있다. 웹디자이너, 컴퓨터그래픽 엔지니어, 예술가, 요리사, 각종 공예품 장인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청년들이 모인다. 2017년부터 매년 100여 명이 가미야마에 입주했는데, 주로 은퇴자가 귀촌하는 다른 마을들과 달리 대부분 아이를 키우고 있는 젊은 세대가 들어온다는 특징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이곳을 방문했을 때 마을 곳곳에서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유치원생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하교 시간에 학교 정문에서 몰려나오는 학생들의 왁자지껄한 모습은, 산골마을이라면 으레 고즈넉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진 이방인에게 낯설게 느껴졌다.

기업하기 좋은 마을로 탈바꿈해 젊은 세대 유치에 성공

가미야마가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모들에게 인기가 있는 이유는 교육 환경이 좋기 때문이다. 이곳의 교육 환경은 도시보다 경쟁력이 있다. 인구가 5천여 명(2020년 기준 5,173명)에 불과한 산골마을인데도 보육원 2곳과 시립유치원 1곳 등 취학 전 아동을 위한 교육시설이 3개나 있고, 초등학교 2개 그리고 중학교, 고등학교가 각 1개씩 있다.

더욱이 공립농업학교인 가미야마고교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해마다 늘고 있다. 일반적으로 귀촌한 부모들은 자녀가 중학교에 다닐 때까지는 버티다가도 고등학교에 들어갈 때가 되면 대입 때문에 자녀를 도시 학교로 보낸다. 하지만 가미야마고교는 2020년 신입생 모집 때 33명의 지원자가 몰려 정원 30명을 초과했다. 이 학교도 2016년 마을 살리기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전에는 만성적인 정원 미달 학교였다. 하지만 교육과정을 마을 특성에 맞게 과감하게 바꾼 결과 인근 도시에서도 이 학교를 찾게 된 것이다.

이런 현상은 가미야마의 지방재생 프로젝트 덕분에 가능했다. 이곳을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만들어보자는 포부를 가진 주민들이 모여 대도시에 있는 기업들을 유치할 수 있도록 마을을 바꾼 것이다. 주민들은 2004년 ‘그린밸리’라는 비영리법인(NPO)을 만들어 벤처기업 유치에 나섰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재정지원을 받아 마을에 광통신망을 깔고 상점가에 비어 있는 가게를 수리해 사무공간으로 만들어 기업에 제공했다. 뛰어난 자연환경과 잘 정비된 광통신망은 원격근무를 할 수 있는 IT기업들의 관심을 끌었다.

가미야마는 일본에서 ‘최첨단 과소화 지역’이라 불릴 정도로 IT 기업이 많이 입주한 작은 마을이다. 현재 20여 개의 기업이 이곳에 있는데, IT 벤처기업이 가장 많고 숙박과 요식업 관련 기업들도 있다. 도쿄 등 대도시에 본사를 둔 기업들이 이 마을에 위성사무실을 두거나 아예 본사를 만들기도 한다. 2010년 10월 도쿄 시부야에 본사가 있는 한 벤처기업이 위성사무실을 만든 것을 시작으로 16개(2018년 기준) IT 기업이 이곳에 본사나 위성사무실을 설치했다.

초중등 교육시설에 이어 대학까지…미래 교육의 메카가 될 프로젝트 진행 중

이런 변화는 일자리뿐 아니라 교육을 살리는 기회도 제공했다. 가미야마고교에는 학생들이 마을에 입주한 기업, 주민들과 함께 마을 살리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지역창조학과’가 있다. 학생들은 5월이 되면 일제히 교실을 떠나 마을로 나간다. 이곳에 입주한 IT 기업을 방문해 미래를 위한 지식을 배우고, 제재소와 삼림조합, 농가 등을 찾아 마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고민한다. 학생들은 졸업 후에도 이곳에 남아 생업에 종사하면서 마을을 발전시킬 수 있는 ‘선순환적 생태계’를 구성한다. 졸업 후 대도시 대학에 진학하기를 원하는 학생들은 농어촌특별전형을 통해 대학에 갈 수 있으므로 가미야마고교를 기피할 이유가 없다.

가미야마는 지금 미래 교육의 메카가 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4월 1일 개교하는 마루고토 기술전문학교다. 학교 설립 취지에 공감한 30여 개 기업과 20여 명의 자산가들이 기부금을 내서 만든 학교다. ‘테크놀로지+디자인+기업가정신’이라는 모토에서 이곳이 어떤 교육을 지향하는지가 잘 드러난다. 프로그래밍·알고리즘 등 IT 기술과 그래픽디자인·웹디자인·건축설계 등 디자인 능력 그리고 리더십·협업 등 기업가정신을 가르친다. 미래를 개척하려면 이 세 가지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벤처기업가, 프로듀서, 건축가, 요리사 등 전문가들이 직접 강사로 나선다. 한 학년은 40여 명이고, 5년제로 운영된다. 학생 1인당 연간 200만 엔(약 2천만 원)이 드는데, 학비는 물론 기숙사비와 식비 등 모든 비용의 면제가 목표다. 이 학교에 대한 성원은 엄청나다. 첨단시설을 갖춘 강의실과 기숙사 등을 짓기 위해 1차로 210억 원을 목표로 기부금을 모았는데 지난해 230억 원이 걷혀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지금은 학생들의 무상교육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2차 기부금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8월 1일 문부과학성의 정식 인가를 받고 올해 초 첫 신입생 44명을 선발했다. 추천서와 자기소개서, 과제물을 평가해 뽑는다. 지난 3월 13일 강의동과 기숙사 등 시설 공사를 모두 끝내고 개교를 기다리고 있다. 이 학교의 인재상은 ‘흙수저’ 출신의 지역인재다. 지난해 이곳에서 만난 다케우치 가즈히로 그린밸리 사무국장은 “잘사는 집 아이들보다 ‘헝그리 정신’을 가진 가난한 집 아이들을 미래의 인재로 키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학교가 입시전형 때 공개한 입학자격 조건은 다음과 같다.

• 제조에 관심이 있는 사람 
• 다양한 가치관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의견을 전할 수 있는 사람
• 정보를 적절히 처리하는 사고력이 있는 사람
• 정답이 없는 질문에 자신의 답을 낼 수 있는 사람
• 필요한 학습을 계속할 의욕이 있고, 배운 것을 활용할 수 있는 사람


이 학교 졸업생들이 주도할 가미야마의 변화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벌써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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