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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정주인구 확보 경쟁은 제로섬 게임에 불과… 지역에서 필요한 것은 먹고 즐기고 일하는 인구
최훈 행정안전부 지방자치균형발전실장 2023년 05월호

2023년 대한민국의 총인구는 몇 명인가? 답은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검색창에 ‘대한민국 인구수’만 입력하면 5천만 언저리의 숫자를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숫자를 대한민국의 인구라고 말하기 망설여진다. 그 대신 근본적인 물음이 먼저 떠오른다. 인구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인구란 일정한 지역에 사는 사람으로서 ‘정주인구’를 말한다. 주민등록인구 통계를 바탕으로 할 경우 대한민국의 ‘인구’는 약 5천만 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교통·통신의 발달로 인구 이동이 증가함에 따라 정주인구의 의미를 넘어서는 새로운 인구개념들이 등장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올해부터 도입한 ‘생활인구’가 대표적이다.

인구의 질적 측면 반영한 새로운 인구 패러다임 ‘생활인구’

생활인구란 특정 지역에 거주하거나 체류하면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으로서 지역의 실질적 활력을 높이는 사람을 말한다. 올해부터 시행된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과 동법 시행령에 따르면 생활인구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주민등록법」에 따라 주민으로 등록한 사람으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인구’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두 번째는 통근, 통학, 관광, 휴양, 업무, 정기적 교류 등의 목적으로 특정 지역을 방문해 체류하는 사람이며, 행정안전부 기준에 따르면 하루 3시간 이상 머무는 횟수가 월 1회 이상인 사람을 말한다. 마지막은 외국인으로서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외국인등록을 한 사람,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지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내거소신고를 한 사람에 해당한다.

홍길동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 생활인구 개념을 이해하면 다음과 같다. 직장인 홍길동은 A시(市)에 주민등록 주소를 두고 있지만 직장이 위치한 B시에서 평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주말에는 주로 C군(郡)에 있는 부모님 댁에 방문하거나 친구들과 D군으로 캠핑을 간다. 기존의 정주인구 개념에 따르면 홍길동 씨는 A시의 인구 1명으로 산정되지만, 생활인구 개념에 따르면 A시, B시, C군, D군의 생활인구 4명으로 산정된다.

생활인구의 개념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우리보다 일찍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문제를 경험한 일본도 유사한 인구개념을 도입한 바 있다. 바로 관계인구(關係人口)다. 관계인구란 특정 지역에 관심을 갖고 관계를 유지하는 외지인으로, 생활인구보다 넓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과 체류하는 사람까지를 인구로 보는 생활인구와 달리 지역에 체류하지 않는 사람까지도 포함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역에 방문하지 않더라도 그 지역 출신이거나 고향납세를 하는 사람도 일본의 관계인구에 해당한다. 범위에서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생활인구와 관계인구 모두 인구개념을 확장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가진다.

이처럼 인구의 개념이 확장되고 있는 이유는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이 가속화함에 따라 고조되는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여러 매체에서 접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지속적으로 심화하고 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2000~2020년 기간 총인구의 증가에도 151개(66%) 시·군·구에서 인구가 감소했다. 또한 2021년 행정안전부에서 인구감소지수를 적용해 지정한 인구감소지역 89개 중 85개가 비수도권에 있는 것에서도 지방소멸 위기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인구의 자연감소를 뜻하는 ‘인구 데드크로스’가 2020년에 시작된 이후 우리나라 총인구까지 감소하고 있다. 국가 총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 간 ‘정주인구’ 확보 경쟁을 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어느 한쪽의 이득이 다른 한쪽의 손해로 이어지는 ‘제로섬 게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생활인구는 제로섬 게임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생활인구의 진정한 의미는 단순히 숫자에 있지 않다. 생활인구는 인구의 양적 측면이 아니라 질적 측면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지방소멸 위기 극복에 필요한 것은 단순히 지역에서 잠을 자는 인구가 아니라, 지역에서 먹고 즐기고 일하는 인구다. 생활인구는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소비하고 생산하는 인구를 포함함으로써 인구의 질적 측면을 반영한다. 생활인구 개념을 통해 홍길동 한 사람을 대한민국 인구 4명으로 산정함으로써 국가 총인구가 감소하는 현 상황을 외면하려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홍길동이라는 사람이 4개 지역의 활력을 높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년부터 전체 인구감소지역의 생활인구 산정,
실제 생활하는 인구의 특성 파악해 맞춤형 정책 설계


그렇다면 생활인구를 통해 어떻게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향후에는 생활인구를 정책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지방소멸에 대응하고 지역의 활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생활인구를 통해 지역에서 실제 생활하는 사람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지역의 인구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정책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젊은 관광객의 단기 방문이 많은 지역의 경우 워케이션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해당 인구가 지역에 체류하는 기간을 늘릴 수 있다. 또한 노년층 생활인구가 많은 지역의 경우 병원이나 실버타운 건립을 지원해 해당 인구의 편의를 증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지역이 진정한 행정수요를 파악해 제도를 개선하는 데 생활인구를 활용할 수 있다. 주민등록인구는 적지만 생활인구가 많은 지역의 경우에는 기존의 주민등록인구 기준으로는 행정수요가 과소하게 파악됐으나, 향후에는 생활인구를 활용해 보다 정확하게 행정수요를 파악하고 제도에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생활인구가 정책적·제도적으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인구감소지역의 생활인구 산정을 추진하고 있다. 생활인구가 처음으로 도입된 올해는 일부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산정하고, 내년부터는 89개 인구감소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확대해 산정할 계획이다. 생활인구 산정결과는 각 부처와 지자체의 생활인구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 제도 설계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생활인구는 올해부터 도입된 새로운 개념으로서 개념 정립부터 산정까지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방소멸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문제인 만큼 생활인구 개념을 안착시키고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이다. 올해 생활인구가 내디딘 첫걸음을 시작으로 머지않아 89개 인구감소지역이 활력을 되찾고 지방소멸의 위기를 극복하는 날이 올 것이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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