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4호선 안산역에서 내려 지하보도를 타고 건너가면 낯선 언어로 된 간판과 낯선 음식의 향으로 가득하다. 이 풍경을 보고 있자면 마치 외국에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한 도시로 모이게 됐을까?
경기도 안산은 일자리가 풍부한 반월·시화 산업단지가 있고 서울이나 주변 대도시와의 접근성이 좋아 많은 외국인 근로자와 그 가족들이 모여 살게 됐다. 이에 점차 증가하는 외국인 주민들이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지자체 중 처음으로 2005년에 외국인 주민을 전담해 지원하는 부서를 설치했다. 현재는 ‘외국인주민지원본부’라는 이름으로 외국인 주민들에게 다양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안산의 외국인 주민 정책에는 유독 ‘전국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일례로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들었던 2020년, 차별과 소외 없는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외국인 주민에게도 ‘코로나19 생활안정지원금’을 지급했다. 또한 2018년에는 맞벌이가 대다수인 다문화가정의 양육 부담을 낮추고 보육환경에서 차별을 없애기 위해 전국 최초로 외국인 아동 보육료를 지급했으며, 올해부터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17시 이후 연장 보육에 대해 지급하는 연장보육료를 외국인 아동에도 지원한다.
안산에 거주하는 112개국 9만300여 외국인 이웃의 생활을 가장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곳은 단연 원곡동 다문화마을특구다. 안산은 이곳에 있는 외국인주민지원본부를 중심으로 다문화마을특구의 인프라를 확대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왔다. 2009년 이 일대는 「지역특구법」에 따라 ‘안산 다문화마을특구’라는 이름을 갖고 특구로 지정됐다. 현재 전체 주민의 87%가 외국인으로 구성된 전국 최대의 외국인 커뮤니티 공간이자, 매년 300만 명의 관광객이 세계 각국의 음식과 문화를 즐기는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지난해 기준 다문화마을특구 내 상가는 1,407개소이며, 근로자 1,570명 중 외국인이 884명이다. 일하는 인원과 상가의 규모를 볼 때 다문화마을특구에서 거주하고 생활하는 외국인 주민들이 지역경제에서도 하나의 큰 축을 담당하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외국인주민지원본부 청사는 주민들을 위한 ‘만능 해결사’ 역할을 한다. 이곳은 단일 청사가 아니다. 행정을 담당하는 시 소속 2개 부서 외에도 법무부 인천출입국·외국인청 안산출장소와 고용노동부 안산지청 외국인력팀이 한 공간에서 외국인 주민들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안산다문화이주민플러스센터’도 있다. 그 외에 24개국의 도서를 소장한 다문화작은도서관과 14개 국어로 상담이 가능한 외국인주민상담지원센터, 그리고 올해부터 운영을 시작한 미디어센터까지! 한국어, 태권도, 방송댄스, 합창단 등 주민들이 서로 교류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도 개설돼 있다. 또한 결혼이민자 통번역서비스 사업, 다문화아동 심리·정서 지원 사업, 결혼이민자 취업 교육 지원, 이주 배경 아동·청소년 지원, 이민자 사회통합프로그램 등도 지속적으로 운영 중이다.
안산은 현재에 그치지 않고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그간의 ‘다문화도시’라는 수식어를 넘어 상호 간의 상생과 존중을 바탕으로 하는 ‘상호문화도시’의 개념을 확산하기 위해 ‘문화다양성 이해 교육’ 등을 추진한다. 인식을 바꾼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노력으로 국적, 인종, 문화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든든한 이웃’이 되기를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