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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지방세 확보와 인구증가 두 마리 토끼 잡은 독일의 복수주소제
장인성 한국지방행정연구원 해외통신원, 독일 아헨공과대 박사과정 2023년 05월호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프랑스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선 개인이 두 개 이상의 주소를 가질 수 있는 복수주소제가 시행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국가는 독일이다. 독일의 복수주소제는 주 거주지와 부 거주지로 구분된다. 말 그대로 주로 거주하는 거주지와 주 거주지 이외의 거주지를 의미한다.

독일에서 부 거주지의 개념은 1871년 독일제국의 성립과 함께 제정된 「주민등록법」에서 처음 등장했고, 1938년 「제국등록법」, 1980년 「연방총괄등록법」, 2015년 「연방등록법」 등 세 차례 개정을 거쳐 이어져 오고 있다. 현재의 「연방등록법」은 거주지 종류와 관계없이 입주 후 2주 내 관할청에 거주지를 신고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다만 6개월 미만의 거주는 부 거주지 신고 의무가 면제된다.

행정적으로 주 거주지와 부 거주지의 구분은 생활의 기준점(중심지)으로 판단한다. 예를 들어 주말 부부의 경우 부 거주지에서의 생활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지만, 주말에 가족이 모이는 곳을 생활의 기준점, 즉 주 거주지로 삼는다. 다만 법률적으로 주 거주지는 거주자가 주로 사용하는 주택을, 부 거주지는 독일 내 추가적인 주택을 의미한다. 선거권은 주 거주지 기준으로 행사하며, 선거기간에 주 거주지에 부재중인 경우는 우편투표가 가능하다. 독일에서 부 거주지 등록 의무는 인구관리를 용이하게 하며 지자체의 지방세 세수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 부 거주지에 드는 임대료, 주 거주지 왕복교통비 등의 비용을 소득세에서 공제해 주는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조세 저항도 줄이고 있다.

부 거주지에 대한 조세 부과 논의가 본격 시작된 것은 1970년대에 들어서다. 지방재정균등화제도는 주 거주지 인구만 고려했기 때문에 부 거주지 등록률이 높은 지자체는 상대적으로 재정적 손해를 봤다. 이에 1973년 위버링엔(Überlingen)에서 최초로 부 거주지에 조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많은 반발과 논란이 있었지만 1983년 연방헌법재판소는 부 거주지에 대한 조세, 즉 제2거주지세를 ‘법적으로 허용되는 지방세’로 판결했다.

제2거주지세는 지자체에 따라 연간 순수임대료의 5%에서 최대 35%까지 부과한다. 아직 모든 지자체에서 부과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도를 도입한 도시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도입 이후 일시적으로 ‘의도하지 않은’ 인구증가가 나타났다. 특히 대학도시나 휴양지일수록 그 현상이 뚜렷했다. 위버링엔에서는 1970년에서 1975년까지 인구가 38% 증가했다. 2000년대 제도 도입 이후 주요 대학도시에서도 인구증가율이 전체 증가율을 훨씬 웃도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인구증가는 조세 회피를 위해 주 거주지를 해당 지자체로 옮긴 것에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일정한 소득이 없는 학생이나 은퇴자의 경우 제2거주지에 대한 소득세 공제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독일의 복수주소제와 관련 조세제도는 현실적인 인구 변화 반영과 지자체의 세수확보 효과를 가져왔다. 우리나라도 2023년부터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서 생활인구라는 개념을 도입해 지방인구 감소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독일의 제도는 우리의 생활인구 개념과 약간의 거리가 있고, 우리의 제도로 가져오려면 「주민등록법」 개정을 비롯한 대규모 법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독일의 제도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거주지 이전의 효과가 일부 나타났다는 점에서 우리도 이를 눈여겨볼 필요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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