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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마을이 여행지가 되면 크게 투자하지 않아도 지속 가능해진다”
조문환 놀루와협동조합 대표 2023년 08월호

“놀루와라 써 놓고 마을한다라 읽는다.” 경남 하동의 주민공정여행사 ‘놀루와협동조합’(이하 놀루와)의 슬로건이다. 하동군 악양면장을 지냈던 조문환 놀루와 대표는 지역의 문제를 푸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고 싶은 마음에 정년을 7년 앞둔 2017년 공직을 떠나 2018년 8명의 조합원과 함께 놀루와를 설립했다. 지역, 주민, 공동체를 향하고 지속 가능한 관광을 추구하는 놀루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차마실, 섬진강 달마중 등 지역색 살린 프로그램 선보여…그 바탕은 지역민과의 긴밀한 협력

놀루와는 여행사이기는 하지만 비즈니스보다는 ‘지역’에 방점을 두고 있다. “마을활성화, 지역소멸 대응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여행상품을 잘 만드는 건 뒤의 문제다.”라는 조 대표의 말처럼 여행사는 농촌이 갖고 있는 지역의 문제를 풀기 위해 놀루와가 선택한 방식일 뿐이다.

여행이라고 하면 대부분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에 누구나 다가가고 싶고, 접근하기 쉽고, 또 개념 자체가 어렵지 않아 지역에서 풀어내기 좋을 것으로 봤다. 그런데 놀루와에는 농촌관광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단순 체험프로그램이 없다. 지역 자원인 차와 예술을 결합한 ‘차마실’, 섬진강 야행에 공연 등을 결합한 ‘섬진강 달마중’처럼 생태·마을에 문화예술을 융합하고, 교육과 여행, 문화기획이 합쳐져 여행이 교육이 되고 또 교육이 여행이 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조문환 대표는 경남 하동이 여행사가 자리 잡기 딱 맞는 곳이라고 말한다. 생태적으로 전국에서 드물게 산, 강, 바다가 모두 있고, 섬진강변에는 귀촌 예술인들이 많다. 덕분에 생태자원을 문화와 융합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첫 번째 여행상품이 소나무 투어다. 마을에 문암송, 부부송, 십일천송이라는 이름이 붙은 소나무 세 그루가 2~4km 정도 떨어져 자리 잡고 있는데 각 소나무가 가진 스토리, 조형미에 문화예술 요소를 더해 하나의 테마상품으로 만들어냈다.

“소나무를 각각 점이라 보고 2~4km 정도 떨어져 있는 공간을 선으로 이었다고 할 수 있다.” 조 대표가 소나무 투어를 소개하며 언급한 점과 선 개념은 놀루와의 협업모델을 상징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조합원들이 점을 찍고, 그다음에 협력업체 등이 생겨나 선으로 이어지며 면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현재 놀루와와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조합원, 협약·협력 업체는 38곳이다.

하동 차 문화의 매력을 살린 여행상품 ‘차마실’은 이를 잘 설명하는 모델이다. SNS에서 인기를 끌며 젊은 세대가 많이 찾은 차마실은 차와 다기, 다식이 포함된 차 시음 세트를 빌려 지역의 다원에서 차를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참가비로 2만 원을 받는데, 1만4천 원은 농가가, 6천 원은 놀루와가 얻는 구조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운영 방식. 놀루와는 차를 잘 알고 문화와 예술을 아는 농가를 모아
민간여행플랫폼 ‘다포’ 결성을 주도했다. 여행상품의 기획과 사무는 놀루와가 맡고, 10여 개의 다포 농가가 여행객을 맞이하면서 차밭을 가이드하고 차를 해설하는 등 현장에서 운영자 역할을 한다.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지역과의 긴밀한 협력을 지향하며 여행자를 위해 지역이 협업하는, 놀루와만의 방식이다.

지난 5월에는 악양면 매계마을에 ‘호텔 매계’를 열어 그 모델을 확장했다. 67가구 117명이 살고 있는 매계마을은 지난 10년간 지역민들이 자발적으로 마을활성화 노력을 기울여 지속적으로 여행자가 찾아오는 마을로 거듭났다. “이 마을의 장점은 소소한 것부터 시도해 차근차근 밟아왔다는 것이다. 버려진 창고를 철거하지 않고 리모델링해 마을 커뮤니티센터로 만들고, 북카페, 레스토랑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뚜렷한 소득자원이 없고, 핵심 콘텐츠 부재로 단순 방문에 그치는 점이 아쉬웠다. 또 고령화로 10년 후가 염려되는 마을이었다. 조문환 대표는 이 마을이 지속 가능한 소득을 창출하고 인구를 유입할 수 있도록 마을 전체가 호텔이 되는 마을호텔 사업을 제안했다. “협동조합 매계라는 단체를 설립해 호텔 매계를 운영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어르신들이 동네에서 여생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마을요양원을 만드는 것이 이 마을의 꿈이다.”

호텔 매계는 놀루와가 직영하지 않고 마을과 협업하는 방식을 취한다. 빈방이 있는 가정은 호텔 방을 운영하고, 그 외의 주민들은 식당, 빨래방, 공방 등을 운영하거나 마을의 미술관에서 해설사 역할을 하며 분업하는 형태다. 예약 및 사무 업무는 놀루와가 맡는다. 아직은 5농가 10실 정도 규모이고 예약시스템 등을 갖추고 있지 않지만 무리하게 사업을 끌고 나가지 않고 마을이 준비되는 만큼 부족한 부분을 하나씩 채워나갈 계획이다. 


마을에 애정 갖고 깊이 들여다보며 
지역 자원과 연결할 수 있어야


보통의 민간여행사와 달리 놀루와는 ‘주민공정여행사’를 표방한다. “주민여행사와 공정여행사는 엄격하게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하지만 나는 이 둘이 같다고 본다. 주민이 하면 당연히 공정여행사가 될 것이고, 지역도 혜택을 입고, 여행자에게도 만족을 주게 된다.”라고 조 대표는 설명한다. 

놀루와를 통해 하동을 방문하는 여행객은 1년에 3천 명 남짓. 그중 2천여 명 정도가 마을활성화, 농촌관광, 공정여행을 배우기 위해 오는 답사팀이다. 이들은 동네의 자원을 어떻게 여행으로
연결할지에 대한 고민을 안고 놀루와를 찾는다. 조 대표는 “마을의 시스템은 배워갈 수 있지만 공정여행을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자원은 있는데 사람이 없을 수 있고, 사람은 있는데 자원이 없을 수도 있다. 또 사람이 있다 해도 마을을 정말 깊이 들여다보며 지역 자원과 연결하는 것은 어느 정도 헌신을 요구하는 일이다. 마을에 애정이 없으면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지역에 필요한 것은 활동가라는 조문환 대표. “지역에 워낙 사람이 없기 때문에 주민들과 소통하고 함께 무언가를 도모해 나갈 수 있는 활동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하동군의 지원을 받아 3년간 활동가를 교육하고, 마을과 매칭해 컨설팅하는 활동가대학 사업도 하고 있다.”

지난 2021년 놀루와는 관광 분야에서 가장 큰 상인 ‘관광의별’을 수상했다. 주로 대규모 관광단지나 지자체가 받아온 상인데, 지역 민간단체로는 놀루와가 처음으로 선정됐다. 지금까지 103회 진행된 섬진강 달마중은 2020년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야간관광 100선’에 오르기도 했다. “공공은 담당자가 자주 바뀌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지속 가능하게 이어가기 어려운데, 우리는 6년 동안 하나의 프로그램을 계속 업데이트해 나가 지금과 같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라는 조 대표. 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관광협의체 사업을 맡아 놀루와를 구심점으로 주민들이 직접 야간관광을 운영하고 프로그램도 기획하는 관광협의체를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

조 대표의 꿈은 마을에 ‘뚜벅이’ 여행자가 스멀스멀 들어와 경로당의 어르신들과 놀고, 동네 카페도 들여다보고, 그러다 책방도 생기고 민박집도 생겨나며 주민의 쉼터가 여행지로 변모하는 것. 그것은 단지 물리적 인프라에만 머무르지 않고 문화와 예술이 적절히 조합된 형태다. 그렇게 마을이 여행지가 되면 크게 투자하지 않아도 마을은 지속 가능해진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홍성아 『나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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