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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일본, 이동식 원격의료로 ‘의료 난민’ 줄인다
정영효 한국경제신문 도쿄특파원 2023년 09월호

일본의 도서·산간 지역 주민이 병원에 가지 않고도 진료를 받고 조제약을 앞마당에서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원격의료와 드론을 이용한 약품 배송을 통해서다. 고령화와 지역 쇠퇴로 의료체계가 붕괴할 위기를 맞은 도서·산간 지역의 ‘구세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4월 원격의료를 전면 허용했다. 한국이 초진을 제외하는 방향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하려는 것과 달리 일본은 초진부터 원격의료를 허용한다.

지난해 9월 말부터는 약국도 원격의료가 가능해졌다. 지난해 12월 28일 기준 일본에서 원격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의 비율은 16.1%에 달한다. 그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야마가타현(41.8%), 나가노현(38.8%), 고치현(37.9%) 순이다. 모두 산이 많고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이다. 원격의료의 장점을 실감하기 좋은 지역일수록 보급률도 높아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나가사키현 고토열도의 고토시와 나가노현 이나시 등 7개 지자체가 올해 1월 23일부터 실시한 ‘이동식 원격의료’는 원격의료가 지역 사정에 맞게 진화한 형태다. 일반 원격의료와 다른 점은 원격의료 시설을 갖춘 차량이 간호사를 태우고 환자의 자택 근처로 찾아간다는 것이다. 간호사가 환자의 혈압과 맥박을 재고 의사가 쓰는 전문용어를 설명해 준다. 인터넷 환경이 좋지 않고, IT 기기 사용이 서툰 데다 의사들의 전문용어를 어려워하는 고령자에게 맞춘 서비스다.

고토열도는 나가사키시에서 100km 떨어진 섬이다. 고속선으로 1시간 반, 비행기로 35분 걸린다. 면적은 420km²로 강화도만 하다. 낙도지만 인구 3만7천 명이 사는 규모가 있는 섬이다. 주요 도시인 고토시에는 인구 238.4명당 1명의 의사가 있다. 일본 전체 평균인 267명당 1명에 비해 의사가 많은 지역이다. 문제는 병원과 의사가 고토시에 몰려 있어 다른 지역 주민은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고토시의 반대편 마을인 다마노우라초의 경우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58.6%에 달해 병원 가기를 포기한 사람이 늘어났다. 낙도일수록 고령화율은 더 높다. 일본 전체와 나가사키현의 고령화율이 29.1%, 33.7%인 데 비해 고토시는 42.1%다. 전문가들은 고령자가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지 못하면 만성질환이 중증화하는 악순환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지역 사정에 맞게 진화한 이동식 원격의료가 ‘의료 난민’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원격의료는 지방소멸을 막는 데도 기여한다. 고토열도는 꽤 외진 섬이지만 지난 5년간 1천 명이 넘는 이주자가 유입됐다. 대부분 온화한 기후와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을 찾아 온 30~40대 육아 세대다. 고토시가 2021년 3월 실시한 조사에서 ‘고토시는 살기 좋은 곳’이라는 응답이 72%에 달했다. 반면 53%가 ‘의료서비스가 충실하지 않다’고 답했다. 고토시가 이동식 원격의료 사업을 시작한 이유다.

돈이 들지도 않았다. 이동식 원격의료 차량을 도입하는 데는 4,818만 엔이 들었다. 모두 중앙정부의 ‘디지털 도시 구상 사업’ 예산과 ‘지역 의료체계 강화’ 지원금을 받아 해결했다.

이동식 원격의료를 완결짓는 수단이 드론을 활용한 의약품 배송이다. 고토열도에서 가장 큰 섬인 후쿠에섬에는 드론 배송 전문기업 소라이이나가 있다. 소라이이나가 운행하는 드론은 시간당 강우량 50mm, 초속 14m의 강풍까지 견딜 수 있어 비행기나 배가 못 뜨는 악천후에도 운항이 가능하다.

드론 배송은 지난해 검증 실험을 거쳐 올해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토열도 주변의 작은 섬들에 흩어져 있는 진료소에 약품을 공급하는 B2B 서비스를 하고 있다. 상자 1개를 배송하는 비용은 1천 엔이다. 실험을 넘어 이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드론 약품 배송이 일반화되면 일본의 시골이나 도서 지역 주민들은 병원에 가지 않고도 진료를 받는 것은 물론 집 앞마당에서 처방받은 약을 받을 수 있다. 섬이 많은 일본의 지형적 한계도 해결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드론의 거주지 상공 비행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는 등 규제 완화에도 적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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