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병원 내 불필요하거나 반복적인 업무를 줄이고 연결성을 높여 지역 간 의료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스마트병원 선도모델 개발 지원사업(이하 스마트병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어느덧 4년 차에 접어든 스마트병원 사업을 이끄는 임영이 의료서비스혁신단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스마트병원 사업이란?
ICT를 의료에 활용해 환자 안전 관리, 진단·치료 등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선도모델을 개발·검증해 효과가 있는 모델을 국내 의료기관으로 확산하는 사업이다. 매년 공모를 통해 사업자를 선정하는데, 병원이 주관의료기관, 협력기관 등과의 컨소시엄 형태로 공모에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업은 어떻게 시작됐나.
2020년 유례없는 팬데믹 상황에서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감염병에 대응할 방안을 마련하자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인구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증가, 높아지는 의료수요 대비 부족한 의료인력, 특히 코로나19 장기간 대응 과정에서 경험한 의료진 번아웃과 기존 의료서비스의 비효율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미래지향적 대안 제시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실제로 환자나 의료진이 체감하는 효과는?
기존 병원정보시스템(HIS)은 환자진료, 입원수속, 병실배정, 각종 원무 수납 등 병원 운영을 위한 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의료기관의 디지털화는 꾸준히 진행돼 왔지만 스마트병원은 단순한 디지털 기술의 접목을 넘어선다. 병원 안팎의 연결성을 높여 의료진의 의료 외 업무는 줄여주고 환자경험은 극대화하는 병원이라고 볼 수 있다. 가령 빅데이터를 활용해 환자의 퇴원을 예측한 병상배정으로 입원하는 환자의 편의를 향상하거나 침상 위 어안렌즈(카메라 앵글이 180도 이상으로 촬영할 수 있게 설계된 특수렌즈)를 통해 낙상의 이상징후가 감지되면 의료진에게 자동으로 알람이 가 환자에게 안전하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들이다. 의료진의 경우 병동 자산에 실시간위치추적시스템(RTLS)을 적용해 휠체어 등을 찾으러 다닐 시간을 절약해 준다. 그리고 물류로봇이 물류창고로부터 병동까지 치료 재료를 옮겨주고 유통기한을 자동 점검하는 등 병동 간호사들의 업무도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지금까지 사업이 어떻게 진행됐나.
2020년엔 코로나19로 인한 의료진 소진, 병원 폐쇄에 따른 진료 공백 등을 극복하고자 ‘감염병 대응’의 지원 분야(원격 중환자실, 스마트 감염관리, 병원 내 자원관리)가 제시돼 개발됐고, 2021년에는 병원서비스 혁신을 위한 ‘환자 체감형’의 지원 분야(병원 내 환자 안전 관리, 스마트 특수병동, 지능형 업무지원)가 개발됐다. 지난해엔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의 눈높이에서 소통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환자중심 소통’의 지원 분야(스마트 수술실, 스마트 입원환경, 환자·보호자 교육)를 개발했고 확산사업을 시작했다. 올해는 ‘환자 안전환경’을 주제로 스마트 투약안전환경 조성, 의료진 교육·훈련, 스마트 병원환경 관리를 지원 분야로 개발 중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확산사업을 자세히 설명해 달라. 지역 간 의료불균형 해소에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지난해 진흥원 내 스마트병원 확산지원센터를 설립해 각 병원이나 분야별로 특성화된 스마트병원 맞춤형 컨설팅 지원을 시작했다. 또 지난 공모 때부터는 지역의 다양한 보건의료자원 간 연계·협력을 통해 환자의 편의 향상 및 진료연속성을 도모하고 지역사회 내 부족한 자원을 공유할 수 있는 ‘지역사회 연계’ 방안을 추가로 제시하도록 하고, 이와 관련해 지역기반 의료 네트워크 요소를 사업 제안 내용에 포함하면 가점을 줬다.
‘지역사회 연계’ 방안 사례를 든다면.
예를 들어 지역에 거주하는 고위험 산모가 상급병원에 개별적으로 방문해 분만을 해야 하는 경우, 자신이 다니던 지역의 산부인과 의원과 상급병원 의료진 간에 원격으로 협력해 분만 전 위험징후 등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상급병원에서 분만하고 퇴원한 이후에도 이러한 협력을 통해 산모와 신생아를 돌보는 것이 가능해진다. 산모는 안심하고 임신기간을 보낼 수 있고, 지역의 1차 의원에서는 자신의 환자를 지속해서 돌볼 수 있으며, 상급 의료기관에서는 환자의 불필요한 방문을 줄여 중증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다.
확산에 어려운 부분도 있었을 것 같다.
병원마다 제반 여건이 다른 데다 스마트병원 초기 구축비용이 커 비용 대비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한 우선 투자 분야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아 일관되고 전문적인 확산지원이 필요했다. 그래서 1차적으로 지방의료원을 우선 확산 대상으로 했다. 지방의료원은 공공병원으로 특히 공통된 병원정보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어 스마트병원 사업 적용·확산이 용이하다. 또한 지역 공공의료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이들 병원을 대상으로 국가 차원의 기능보강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안정적 재원확보가 가능하다. 기존에 개발된 스마트병원 모델들을 공공병원에 적용할 수 있도록 ‘공공병원형 스마트병원 모듈’을 개발했고 지난해엔 필수의료 역량강화, 병원 운영 효율화, 의료진 업무 경감, 스마트진단지원 보조 등을 지원했다.
지방의료원에 스마트병원 모델이 적용된 사례를 소개한다면.
지난해 경기도의료원(이천 병원, 안성 병원)의 경우 분당서울대병원과 연계하는 ‘원격 e-ICU(중환자실)’를 도입해 통합관제시스템 및 비대면 협진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 병원의 중환자 이상징후 발생 안내 등 중환자실 자원의 효율적 모니터링과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집중적으로 신경 쓰는 부분은?
공공병원, 특히 지방의료원으로의 스마트병원 확산이 초기 경험부족에 따른 실패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스마트병원 사업에 직접 참여했던 병원의 의료진과 직원들이 직접 경험을 전수하고 어려운 점을 사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해당 병원에 직접 방문해 공간이나 동선 등의 물리적인 개선점을 제안할 뿐 아니라 직원들의 스마트병원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올해에도 지역별로 스마트병원에 대한 교육이 준비돼 있고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교육자료를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스마트병원 사업의 중장기 목표는 무엇인가.
스마트병원은 궁극적으로 병원의 디지털 전환과 연계·협력을 토대로 한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가동해 국가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이를 통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향상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의료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기본적으로 의료인력들이 의료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며 필요시 외부의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지역 간 의료자원 불균형은 어느 한 가지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일 것이다. 우리는 스마트병원의 여러 서비스 모델이, 환자는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고 의료인은 업무 외 부담을 경감하고 외부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하나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향후 기획되는 정책과 사업들도 이러한 고민과 논의에서 출발하게 될 것이다.
오성록 『나라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