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자체의 다양한 행정적·재정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고착화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전국 합계출산율은 2013년 1.187명에서 2022년 0.778명으로 연평균 4.6% 감소했으며,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13년 625만 명에서 2022년 927만 명으로 연평균 4.5% 증가했다. 인구절벽이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제주 지역은 이러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핵심 생산연령인구에 해당하는 30~40대 인구가 다른 지역에서 제주로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지역 내 생산연령인구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전국 생산연령인구는 감소세로 전환한 반면, 제주 지역 생산연령인구는 2013년 41만6천 명에서 2022년 47만1천 명으로 연평균 1.4% 증가했다.
그러나 그간 제주 인구성장세를 뒷받침해 오던 30~40대 순 이동인구 증가세가 앞으로 점차 둔화하면서 제주 지역 생산연령인구의 비중도 감소할 전망이다. 이러한 인구통계적 예측을 반영한 통계청의 2020~2050년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제주 지역의 2050년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제주 전체 인구의 51.6%,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25~49세 핵심 생산연령인구는 22.3%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
사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저출산 및 고령화는 직접적인 인구 문제가 아니다. 저출산이 문제라기보다는 저출산으로 미래의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이 문제이고, 고령화보다는 고령화된 인구를 부양하기 위한 생산연령인구가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다.
반대로 말하면 제주 지역사회를 부양할 생산연령인구가 지속적으로 유입된다면, 제주 지역에서 나타나는 저출산·고령화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니게 되는 것이다. 결국 지속 가능한 제주를 위해서는 생산연령인구, 특히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20~40대 청년인구의 지속적인 유입이 전제돼야 한다. 그렇다면 청년인구를 어떻게 제주로 유입시킬 것인가?
일반적으로 청년의 지역 이주는 지역에 관심이 생기거나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고 싶다는 수요에 기반해 ‘탐색-이주-정착-정주지속’의 과정을 거친다(<그림> 참고). 여기서 탐색 단계는 제주 지역으로의 이주에 관한 관심 및 계기가 발생하는 과정으로, 한달살이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이주를 결정하는 단계다.
청년의 제주 유입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역에 대한 ‘탐색’을 지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단순하게 지역에서의 체류 및 관광 등을 통한 경험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이 지역 이주를 고려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주거, 일자리 등과 관련한 경험 및 정보를 함께 제공함으로써 지역과 보다 깊은 유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제주에서 한달살이 등을 했던 청년들 사이에서는 ‘제주 앓이’라는 용어가 공유되고 있다. 제주에서의 다양한 경험이 ‘제주 앓이’라는 향수병으로 이어져 제주에서의 삶을 꿈꾸게 하고, 궁극적으로 이들이 제주로 이주, 정착할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