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실험’으로 불린 카카오의 제주 본사 이전 프로젝트가 마무리된 지 10년이 지났다.
IT 기업이 성장하려면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그들의 창의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데 서울에서는 그런 환경을 만들기 어려웠다. 비싼 임대료는 회사의 재무적 부담을 가중시켰고, 3시간씩 걸리는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은 그들의 창의력을 고갈시켰다. 인터넷의 확산으로 경제의 물리적 거리는 소멸하고 있는데, 굳이 수도권이나 육지를 고집할 이유가 없었다. 그중에서도 제주를 선택한 건 제주가 일과 삶이 조화로운 도시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국제자유도시라는 정책적 비전과 함께 천혜의 자연을 품은 최적의 입지를 갖추고 있었다.
카카오의 본사 이전은 주소지 이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기업이 수도권이 아닌 곳에서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지역이 근무환경 측면에서 만족도가 높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또한 카카오의 본사 이전은 기업의 기술과 서비스를 통해 지역의 혁신을 이뤄낸 ‘오픈 이노베이션’의 과정이기도 하다. 카카오는 10년간 소상공인, 스타트업, 지자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지역의 혁신사례를 만들어냈다.
먼저, 지역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을 돕기 위해 시작한 ‘카카오클래스’는 전국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상생 교육 프로그램으로 성장했고, OECD가 진행하는 중소기업의 디지털화 지원 이니셔티브(D4SME) 회의에서 성공적인 소상공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또 지자체와는 기술협력을 통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혁신을 만들어냈다. 2019년 제주도와 함께 실시간 버스 위치정보 서비스를 전국 최초로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전국 최초로 휠체어 사용자 길 안내 서비스 ‘휠 내비길’을 선보였다. 두 사업모델 모두 전국의 지자체가 관심을 갖는 사업으로 확장됐다.
한편 제주도민 중 중위소득 100% 이내 개인이나 사회복지 영역 비영리 단체를 후원하는 지역사회 공헌 프로그램 ‘인터넷하는 돌하르방’과 디자인 씽킹(디자이너처럼 문제를 디자인하며 해결해 나가는 사고방식) 기반의 지역 문제 해결 프로그램 ‘제주 임팩트 챌린지’를 통해 제주도민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내고 지역의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해 낼 수 있었다.
지역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을 위한 교육을 강화하고 기술을 함께 나누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었다. 청소년 진로체험 프로그램 ‘쇼 미 더 아이티’는 지역 청소년의 AI에 대한 이해를 높였고, 제주대와 진행하는 ‘카카오 트랙’에 참여한 졸업생의 IT 분야 취업률은 80%에 이른다.
최근 팬데믹으로 촉발된 근무와 노동 환경의 변화는 또 다른 즐거운 실험으로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가 빠르게 변화하는 근무환경에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이원화된 오피스 덕에 익숙해진 화상회의 시스템의 영향이 컸다. 이런 경험을 되살려 제주 본사를 공동체 협업 중심의 업무공간 ‘카카오 제주 아지트’로 탈바꿈해 상생과 혁신을 위한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10년 전에 그랬듯이 지역에서 개인과 기업, 사회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금 증명할 기회가 온 것이다. 카카오의 즐거운 실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