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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 15분 내 대중교통 없는 마을 2,200여 개, 지방 교통 사각지대 넓어져
오성록 『나라경제』 기자 2023년 11월호

고대 로마 제국은 뛰어난 도로건설 기술로 유명하다. 잘 펼쳐진 도로망은 군대 이동, 물자 수송 등 세력을 확장할 때 중요한 역할을 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표현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로마를 중심으로 한 체계적인 도로교통인프라는 제국의 안팎을 연결했다. 이는 지역 간 접근성을 높여 활발한 교류를 촉진했고 당시 로마를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 종교 등 고대 문명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이처럼 교통인프라는 사람, 물류 등 지역 간 연결성을 강화해 도시를 확장하는 요소다. 교통인프라가 열악하면 정착인구는 물론 생활인구의 유입 가능성이 낮아지고 지역주민에는 유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교통 이용이 불편하면 의료를 포함한 기초생활서비스를 제공받기 어려워지는 등 삶의 질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유동인구가 줄어든 지역은 세수 감소 등으로 지역경제가 위축되고 결국엔 지역소멸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최근 지역소멸 위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전국 곳곳에서 버스터미널이 승객 수 감소, 고유가, 임금 상승 등에 따른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는 소식이 들린다. 고속·시외버스는 철도보다 지역을 더 촘촘히 연결하는 중요한 대중교통서비스다. 지난 8월 정부의 ‘버스-터미널 서비스 안정화 방안’에 따르면 2019년 315개소였던 터미널이 올 6월 기준 296개소로 19개 줄었으며 추가적으로 8개소가 휴업·폐업 등을 희망했다. 일례로 2020년에는 경북의 청도시외버스터미널과 전남의 곡성시외버스터미널이, 2021년에는 강원 원주고속버스터미널이, 지난해에는 전북 익산고속버스터미널이 영업을 종료했다. 이에 일부 지자체는 폐업을 선언한 터미널을 매입해 위탁운영을 맡기거나 분리됐던 고속·시외버스터미널 기능을 통합해 직영하는 등 주민의 이동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방도시의 시내버스 운영 상황도 녹록지 않다. 올 초 전남 목포에선 연료비 미납 등을 이유로 시내버스가 한 달 이상 운행하지 못해 22만 목포 시민의 ‘발’이 멈춘 일이 있었다. 버스 운영사는 운행을 재개했지만 결국 6월 말 경영을 완전히 포기했다.

대중교통이 없는 마을 수도 늘었다. 전국 읍·면 지역의 행정리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통계청의 「2020년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체 마을 수는 3만7,563개다. 이중 도보 15분 이내에 이용 가능한 대중교통수단이 없다고 응답한 곳은 2,224개(5.9%)로 2015년의 879개(2.4%)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시내버스 운행 횟수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도보 15분 이내 시내버스를 탈 수 있다고 응답한 마을은 2015년과 2020년 각각 3만4,443개, 3만4,925개로 집계됐는데, 그중 시내버스가 하루 10회 이상 운행된 마을은 2015년 1만6,938개(49.1%)에서 2020년 1만5,368개(44%)로 그 비중이 5.1%p 감소했다.

일부 지자체는 교통인프라 확충을 복지 차원으로 접근해 교통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기도 한다. 무료 시내버스를 운영하거나 버스가 진입하기 힘든 곳은 ‘행복택시’, ‘100원 택시’ 등을 운영해 주민의 교통접근성을 높인 것이 그 예다. 가령 버스정류장에서 800m 이상 떨어진 마을주민에게 최소한의 택시요금만 지불하도록 하고 차액은 지자체가 부담하는 형태다. 다만 재정 부담이 있는 데다 교통인프라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어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뒤따른다. 교통의 연결을 강화해 지역소멸을 늦추기 위한 지자체와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오성록  『나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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