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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왔다 덜컥 집 사 이주… 고속도로 개통으로 줄어든 물리적·심리적 거리
김희주 양양군 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 2023년 11월호
 
7년 전 이맘때 대학원 졸업 논문 스트레스가 심해 강원도로 즉흥 여행을 떠났다가 우연히 양양의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들러, 앉은 자리에서 바로 집을 계약하게 됐다. 우리 가족은 2018년부터 1년 동안 주말부부로 서울과 양양을 오가다 2019년 양양으로 완전히 이주했다.

‘어떻게 살 것인가’ 혹은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늘 했지만 ‘어디에서 살 것인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서울에서 18년 동안 살면서 결국 서울을 사랑하지는 못했지만 서울 생활에 익숙해지긴 했던 터라, 여기서 도저히 살 수 없어서 양양으로 간 건 아니었다. 서울을 떠나는 것도 지역에서 사는 것도 당연히 쉽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대단히 큰 것을 포기하며 인생의 경로를 튼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가장 큰 걱정은 역시 일자리였다. 기자와 광고·홍보기획자로 오랫동안 일해 온 지식 노동자가 인구 2만7천여 명의 시골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경제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스스로 확인하기 위해서도 일이 필요했다. 다행히 프리랜서로 서울에서 하던 일을 이어나갈 수 있었고, 2021년부터 양양군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계약직 근로자로 일하게 되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지역 거주 N잡러’가 됐다.

특히 올해는 업무로 서울을 오갈 일이 많았다. 차가 있지만 주로 고속버스를 이용하는데, 양양터미널에서 동서울터미널까지 2시간 남짓이면 도착하기 때문에 편리하다. 돌이켜 보면 아무 연고도 없고 살면서 겨우 두 번 가본 양양이라는 낯선 지역으로 이주를 결정한 데는 그날 모델하우스 벽면에 붙어 있던 ‘서울~양양 고속도로 개통’이라는 홍보 문구도 영향을 줬다. 1년간 주말마다 서울과 양양을 오갈 때부터 서울~양양 고속도로는 고마운 존재였다. 물리적 거리의 부담이 낮아지자 심리적 거리도 함께 줄었다. 지금 한 달에 몇 번씩 서울로 일하러 갈 때도 마찬가지다. 고속도로 덕분에 당일 출장을 다녀올 수 있어 부담이 덜하다.

시대의 화두인 ‘지역소멸’의 현장에 살고 있다. 당사자가 돼 더욱 실감하는 지역소멸에 대해 내가 찾은 답은 정주인구라는 어려운 해결책보다 관계인구(생활인구) 쪽에 있다. 산과 바다 등 전통적 관광자원을 갖춘 양양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 서핑의 성지로 발견돼 성장한 배경에는 교통인프라 개선으로 접근성이 향상된 부분이 분명 있다. 서울을 기준으로 제주와 부산보다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바다와 파도가 양양에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양양에 대한 심리적 거리도 줄였다. 서핑을 매개로 양양을 찾다 정착하는 사람이 늘었다. 농사가 아닌 일을 하는 젊은 귀촌인이 증가하고, 워케이션이나 밭캉스 등 머무는 여행을 통해 디지털 노마드를 실험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이렇게 지역에서 여가를 보내거나 일을 하는 경험은 청년들이 ‘서울이 아니라도’ 살아갈 수 있다고 상상할 수 있게 돕는다.

서울이 아닌, 생활인프라가 부족하고 연고가 없는 지역에서 살아가는 것은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청년의 지역 이주를 도모하거나, 모든 지역에 서울만큼 좋은 일자리가 많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래서 조금 더 편하게 서울을 오가며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고 제안한다. 교통인프라 확충이 실마리가 돼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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