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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인구의 연관검색어는 저출산·고령화가 아닌 ‘미래’입니다”
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 2024년 01월호



통계청이 지난 12월 발표한 「장래인구추계: 2022~2072년」에 따르면 50년 후에 현재 총인구의 70%가량인 15~64세 생산연령은 절반 아래로, 0~14세 인구는 6% 선으로 크게 감소하면서 65세 이상 인구는 50% 가까이 이르는 극단적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인구구조 변화라는 절대명제를 앞에 두고 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을 만나 인구와 미래에 대한 담론을 나눴다.

우리나라 인구변동에 특이한 흐름이 있다면?
급격한 경제성장과 사회변동 속에서 인구변동 또한 매우 빠르게 이뤄진 것이 특징이다. 저출산·고령화뿐 아니라 수도권 인구집중도 두드러진다. 도시국가라면 쓸 수 있는 땅이 제한적이니 도시로 사람이 몰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는 도시국가도 아닌데 다 서울·수도권으로 간다. 그야말로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다. 또 교육수준이 빠르게 향상돼 인적 자원의 구성이 확 바뀌고, 그에 따라 세대 간 구분이 명확해지면서 세대 간의 관계 역시 급속도로 변화했다. 가구 변동도 매우 빠르다.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고, 자녀 없이 살아가는 부부도 많은데 이러한 가구 변동이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다.

인구변동이 빠르게 일어난 시기는 언제부터인가?
한국전쟁이 끝나고 베이비부머 1세대(1955~1964년생), 2세대(1965~1974년생)는 한 해에 95만~100만 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그러다가 그 수가 1980년대는 85만 명, 1990년대 68만 명으로 줄어들고, 1990년대 중반에 70만 명대로 조금 올랐다가 2000년대 초 40만 명대로 떨어졌다. 우리나라 인구가 이렇게 줄어드는 것은 이미 예견된 결과물이지 오늘의 인구현상은 아니라고 본다. 인구정책 연구자들은 그 원인을 ‘가족계획’으로 보는데, 실제로 가족계획이 굉장히 잘 작동했다. 합계출산율이 1970년 4명에서 1983년 2명으로, 10년 만에 반으로 줄었다. 당시의 높은 교육열도 출산율 하락에 역할을 했다. 아이가 많으면 교육하기 어려우니 적게 낳게 된 것이다. 유독 가파른 인구감소가 최근에 시작된 것 같지만 그 시작점은 1970~1980년대다.

특히 2016년부터 출산율이 급속히 떨어졌다.
멜서스의 인구론에서는 출산율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인구밀도를 매우 중요하게 본다. 그런데 다른 사람과의 ‘비교’로 만들어지는 심리적인 밀도도 인구밀도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교육 수준이 높아 성공에 대한 열망은 크고, 특히 청년들은 그에 비해 자신이 갖고 있는 자원이 적다고 판단하는데, 그 판단을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한다. 그런 와중에 SNS에 브이로그(vlog)가 나오고 다른 사람들에게 각자의 모습을 투영하게 됐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최근에 더 하락한 원인으로 물리적 밀도 외에 SNS로부터 촉발된 심리적 밀도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 실제로 인구학자들이 SNS와 전 세계 출산율의 상관관계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경쟁을 덜 할 수 있어 인구감소가 오히려 축복이라고 주장한다.
인구는 많고 적음을 떠나 변동의 관점에서 들여다봐야 한다. 인구가 너무 빨리 변동하면 제도와 정책이 쫓아가질 못한다. 인구감소 자체보다는 그것이 문제다. 문화지체라는 말이 있는데, 나는 요즘 ‘인구지체’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현재 적용되는 제도와 정책은 인구가 성장할 때 만들어 놓은 것이 대부분이다. 인구가 2만 명으로 줄어든 도시도 군수가 있어야 하고 공무원 수를 유지해야 한다. 인접한 군과 통합해도 되는데 그걸 못 하고 있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학생이 줄어든 만큼 대학 교육의 질과 자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제도가 바뀌지 않고 있다. 인구는 생각보다 빨리 변화하고 있는데 제도가 이를 못 쫓아가면 불협화음이 생기고 그로 인해 누군가의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인구규모의 문제가 아닌데 단면적으로만 들여다보고, 제도와 정책에 유연성을 갖지 못하는 게 큰 문제다.

그간의 인구정책이 큰 효과가 없었단 평가를 받는데.
일례로 엄청난 재정이 투입된 보육복지정책이 저출생 완화에 그만큼 효과적이었냐는 데는 물음표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보육복지정책을 시행하면서 실제로 부모, 조부모가 아이들 양육과 보육에 쏟는 노력과 시간이 현저하게 줄었다. 보육·양육에 대한 사회적인 분위기가 바뀐 것도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다. 정책의 목표는 출산이 돼선 안 된다. 출산이 목표가 되니 정책이 효과가 있다 없다를 단편적으로 평가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의 인구정책은 어떤 방향이 돼야 할까?
그간 제도며 정책이 많이 있었지만 진정성 있게 관심을 갖고 저출산·고령화를 들여다봤었나 싶다. 정부·정계·언론 모두 국민을 향해 호소만 했다. 이제 국가가 할 일은 과거를 보려 하지 말고 미래를 보는 것이다. 인구의 연관검색어로 저출산·고령화가 나온다. 그런데 나는 인구의 연관검색어가 ‘미래’라고 이야기한다. 인구구조 변화를 살펴보면 미래 사회에 노인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과거의 노인과 오늘의 노인은 분명히 다를 것이다. 이런 걸 실증적으로 연구하고, 그 연구를 기반으로 제도와 정책을 바꿔줘야 한다. 앞서 언급했지만,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제도·정책이 인구변화에 연동해 변화해야 한다. 그러면 사회적인 충격이 적을 것이다. 그런데 자꾸 인과관계를 따져 정책을 내려고 한다. 게다가 인과관계를 따져보면 수도권 집중이 우리 인구구조 문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를 완화할 정책적 판단에 안타깝게도 정치 요소가 개입되곤 한다.

해외사례에서 참고할 만한 정책이 있을까?
독일에서는 인구연동형 연금요율 변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연금요율이 고정돼 있는데 독일은 그걸 바꿨다. 인구변동 상황에 따라 연금요율이 바뀌도록 인구변동과 정책을 연동해 놓은 것이다. 이처럼 인구변화에 따라 바로바로 제도가 변동되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책적 유연성을 갖고, 미래의 일이지만 ‘지금’ 연금·정년연장 등에 대해 논의했으면 한다.

인구구조 변화로 달라질 미래에 대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지금 좋은 것이, 지금 잘 작동되는 것이 변화된 세상에서도 좋을까? 제대로 작동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하고 항상 고민했으면 좋겠다. 확장성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인구학은 경제학, 사회학, 지리학뿐 아니라 컴퓨터사이언스, 도시공학, 건축학 등 다른 많은 학문과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인구학자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인구를 정책의 영역에서 들어내 시장의 영역에 놓는 것이 인구학자로서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인구가 언제 얼마만큼 바뀌고, 가구가 늘어나고 줄어들고 하는 게 결국 시장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까지는 인구분석을 학자들이 주로 해왔지만 이제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영역으로 만들고자 한다. 시장으로 가져간다는 이야기는 인구분석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영역이 돼야 한다는 의미기도 하니까. 최근 우리 센터는 기업과 MOU를 맺고 특정 지역을 선택하면 인구를 시뮬레이션해 보여주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지자체나 지역 기반 사업체들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인데 AI를 동원해 인구를 분석하고 리포트까지 출력할 수 있도록 디자인돼 있다. 앞으로 이런 사업을 정부에서 적극 지원해 주면 좋겠다.

 
이정미 KDI 경제정보센터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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