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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워킹맘에겐 매 순간이 도전, 일상이 전쟁이고 곳곳이 지뢰밭
권한울 매일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2024년 02월호


“냉·난방 교체 공사가 예정돼 있으니 돌봄교실은 꼭 필요한 학생만 신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워킹맘이 가장 두려워하는 초등학교 겨울방학을 앞두고, 지난달 뜻밖의 가정통신문을 받았다. 냉·난방 교체 공사로 추울 수 있고 소음이 발생할 수 있으니 꼭 필요한 학생만 돌봄교실을 신청하라는 것이다. 붉은 글씨로 강조된 통신문을 읽노라니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신청하지 말라는 말처럼 들렸다.

 설상가상으로 정규수업 외 교육활동인 방과후학교 수업도 방학 기간 공사로 중단됐다. 내 아이만 덩그러니 앉아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신청하기가 두려웠다. 매년 방학만 되면 전국 수십, 수백 개의 학교가 공사를 하느라 돌봄교실 운영 기간을 줄이거나 방과후학교 운영을 중단한다. 반복되는 공사와 자유선택 활동이 대부분인 돌봄교실에 만족하지 못한 많은 학부모가 ‘학원 뺑뺑이’를 택한다.

 오는 3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둘째 아이의 경우 돌봄교실 입급 신청도 쉽지 않았다. 오후 1~2시면 하교하는 아이를 돌볼 수 없는 맞벌이 부부는 대부분 돌봄교실 입급을 신청하는데, 서류 제출부터 애를 먹는다. 서류 제출 시간이 오전 8시~오후 5시로 휴가를 내지 않고서는 신청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서류는 제출함을 통해 비대면으로 받고, 돌봄교실은 저녁 7시까지 운영하면서 정작 서류 제출 시간은 정책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

 워킹맘에겐 일상이 전쟁이고 곳곳이 지뢰밭이다. 퇴근이 멀었는데 아이 열이 38도를 넘는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친구들과 놀다가 다쳤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독감 등 감염병에 걸려 격리가 필요할 때, 태풍으로 등교가 전면 중단됐을 때 등 모든 순간이 도전이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초등학교 등에서 연락이 올 때면 가슴을 졸였고, 확진자가 나와 당장 아이를 데려가라는 연락에는 데리고 올 사람이 없어 발을 동동 굴렀다. 양가 어르신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부는 말 그대로 ‘행운’이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가족돌봄휴가 등 제도가 없어서가 아니라 있어도 못 쓰는 게 현실이다. 육아는 개인의 일이고 돌발상황 역시 각 가정이 해결할 일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아이들을 돌보는 기관에서조차 일찍 하원·하교하도록 눈치를 주거나 방학 동안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막막함을 느끼다 보면 일을 그만두는 게 낫다는 결론에 도달하기 쉽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기준 ‘경력 단절 여성’ 10명 중 4명은 자녀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에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맞벌이 가정에게는 학교의 사소한 결정이 태풍보다 더 큰 피해를 준다. 늘봄학교, 유보통합 등 새 정책을 수립해 실행하는 것도 좋지만 이미 작동 중인 시스템에 구멍은 없는지 들여다볼 때다. 정부의 출산·육아 지원정책이 현장에서 실제 적용되고 있는지, 많은 부모가 공교육 대신 사교육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가 뭔지 헤아려봐야 한다. 돌봄공백을 메울 수 있는 세심한 정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많은 워킹맘이 일과 가정의 줄다리기에서 한 쪽을 포기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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