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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정부도 민간도 아낌없이 투자하는데 교육받을 아이들은 사라져 간다
김영철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2024년 04월호



우리나라의 교육 투자는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초등교육의 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은 1만3,278달러로, OECD 평균(1만658달러)을 크게 상회한다.
중등교육 역시 1만7,038달러로 OECD 평균(1만1,942달러)의 1.4배에 이른다. 총 27조 원에 이르는 사교육비 지출액은 정부 초중등 교육 예산의 40% 수준에 육박한다. 정부도 민간도 아낌없이 투자하는데, 정작 미래의 노동자원은 급격히 고갈되는 당혹스런 형국이다.

학령기 학생들이 왜 사라져 가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15~49세 기혼여성 중 ‘자녀가 꼭 있어야 한다’고 응답한 이들은 전체의 절반에 그친다. 또한 배우자가 있는 15~49세 기혼여성 중 ‘추가 출산의 계획 있음’으로 답한 이들은 단 10.4%에 그쳤고, 무려 84.8%가 ‘계획 없음’으로 답했다. 왜 이들은 출산을 포기한 걸까? ‘계획한 만큼 이미 출산했다’고 답한 이들과 ‘질병 혹은 고연령 등의 사유로 출산을 중단했다’고 답한 이들을 제하고 출산의 여력이 있는 기혼여성만을 대상으로 출산 중단 사유를 집계하면 ‘자녀 교육비 부담(30.9%)’이 1순위로 드러났다. 또한 ‘자녀 양육비 부담(26.1%)’이 그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뜨거운 교육열과 배움의 열정이 초고속 성장의 밑거름이 돼온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과외금지조치가 해제된 지난 2000년 이후의 사교육 광풍은 교육입국(敎育立國)을 무색하게 한다. 과도한 교육 투자가 도리어 저출생 위기 촉진, 가계의 재정적 불안, 청소년 정신건강 피폐 등과 같은 무수한 부작용을 불러왔다. 과연 이에 대한 유효한 해결책이 존재할까? 이제껏 정부가 무수한 비책을 시도했으나 문제만 더 악화했다.

수능에 따른 학교 교육의 파행을 막고자 도입된 내신 9등급제(2008학년도)는 교과 학원의 확산과 선행학습이라는 괴물을 출몰시켰고, 전인적인 학교 교육을 위해 도입된 입학사정관제(2011학년도)는 비교과 부문의 또 다른 경쟁 및 입시컨설팅을 촉발했다. 지난 정부의 정시 비율 재강화(2019학년도)는 수능준비 학원의 부활과 재수생의 팽창을 불러왔다.

기혼가정의 출산 ‘파업’에 맞서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바는 입시경쟁 강도를 낮춰 사교육에 대한 절대적인 수요를 줄이는 것이다. 지금의 내신 상대평가와 총점식 수능체제는 입시의 변별력 확보와 대학들의 학생 선발에 도움을 줄 뿐 정작 수험생들에겐 약육강식의 무한경쟁만을 불러일으킨다. 입시를 통한 촘촘한 인적자원 선별기제를 혁파하지 않는다면 학부모의 내재적 불안과 수험생들의 사교육 수요를 잠재울 길이 없다.

우리나라 취업시장은 입시를 통해 획득한 ‘출신대학’이라는 간판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 ‘간판’ 획득을 통한 차별화 경쟁을 무력화하고, 대학 교육과 현장을 통한 전문적인 자기계발 경쟁을 장려해 가야 한다. 경쟁적 입시를 완화하는 대신 실무능력 중심의 채용 및 평가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

입시 풍토와 대학서열, 고용관행의 변화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정부는 분명한 목표와 지향점을 설정하고, 장기에 걸친 꾸준하고 일관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경쟁적 입시라는 ‘게임의 룰’이 달라져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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