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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숨겨진 아인슈타인’ 찾아내는 것이 국가의 역할
김현철 홍콩과기대 경제학과 교수 2024년 04월호


국가의 운명을 결정지을 변수는 고부가가치 과학·기술·제조업 및 서비스산업 육성이다. 혁신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나온다. 경제학자들은 혁신과 기업가정신에 주목한다. 2017년 로스 러빈 UC버클리대 교수와 요나 루빈스타인 런던정경대 교수는 ‘똑똑한 문제아(smartand illicit)’가 혁신을 만드는 기업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밝혔다. 어린 시절 공격적이고, 위험 감수적이며, 혼란스럽고, 규칙을 깨는 행동을 해 문제아로 불린 사람들이 똑똑하기까지 하다면 혁신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가령 지능과 문제행동지수가 완전히 평균적인 사람에 비해 지능과 문제행동지수 모두 상위 25%인 사람이 기업 소유주가 될 확률은 6.3% 더 높다. 높은 자존감도 혁신가가 되는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은 혁신과는 거리가 먼 체제 순응적 모범생을 길러내고 있다. 필자는 미국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코넬대에서 8년, 아시아 정상권 학교인 홍콩과기대에서 4년째 교편을 잡고 있다. 오랫동안 미국, 유럽, 남미, 한중일 등 동아시아 학생들은 물론이고 다양한 나라의 국제학교 출신 학생들을 가르쳤다. 전 세계 다양한 교육 제도가 낳은 뛰어난 대학생들을 비교해 볼 기회가 많았던 셈이다.

필자의 수업에서는 경제학이 검증하고 축적한 다양한 증거들을 제시한다. 학생들은 수업에 비판적으로 임해야 한다. 필자가 가르친 것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 토론한다. 더 나아가 본인 국가의 특정 이슈에 대해서 스스로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미국, 유럽, 남미 출신이 동아시아 출신 학생보다 일반적으로 더 적극적이며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생각도 잘한다. 교수의 권위에 맹종하는 경우도 드물다. 사람마다 차이가 많지만 교수와 개인적으로 친해질 만한 사회성을 갖춘 아시아 학생은 상대적으로 드문편이다. 물론 동아시아 출신 학생이 시험은 더 잘 본다.

국제학교를 졸업한 동아시아 출신 학생은 흥미로운 집단이다. 문화적으로는 동아시아에 살지만 서구식 교육을 받은 이들은 중간자적 특징을 가졌다. 이 학생들의 침묵엔 교육과 문화 모두가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다.

최근 하버드대 라즈 체티 교수 팀은 혁신적 발명가 120만 명의 삶을 추적했다. 지난 수십 년의 특허 자료, 국세청 및 뉴욕시교육청 자료를 통합한 대형 프로젝트다. 분석 결과, 혁신가는 대부분 중산층 이상에서 태어났다. 소득수준 50% 이하의 가정에서 발명가는 1천 명 중 1명 미만이나, 상위 1%는 그 확률이 10배도 넘었다. 성별 격차도 상당했다. 발명가의 82%는 남성이었다.

이 연구의 가장 중요한 발견은 이런 격차가 타고난 능력 차이보다는 환경의 차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령 초등학교 시절 수학 점수가 비슷한 아이들 사이에서도 가정 형편에 따라 발명가가 될 확률에 큰 차이가 있다. 또 어린 시절 특정 분야의 기술혁신이 일어나는 환경에서 자라면 그 분야의 발명가가 될 확률이 증가한다. 이는 혁신의 자질이 롤모델 또는 인턴십 등을 통한 네트워크 효과 등으로 다음 세대에 전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학창 시절 혁신에 노출됐다면 중요한 발명을 할 수 있었던 ‘잃어버린 아인슈타인’이 저소득층과 여성에 많이 있음을 시사한다. 개인의 힘으로는 꽃피울 수 없었던 이들의 숨겨진 재능을 찾아내 사회에 이바지하게 돕는 것은 국가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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