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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청년 당사자들이 제기하는 ‘바로 그’ 문제에 주목할 때
정세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2024년 05월호

초저출산 사회에 진입한 이후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이 청년에게 쏠리고 있다. 그러나 사실 돌이켜 보면 2010년경부터 등장한 청년 담론과 이를 바탕으로 2020년 수립된 「청년기본법」 및 청년정책의 토대에서 결혼과 출산은 청년 문제의 핵심 의제가 아니었다. 2020년 12월 발표된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은 일자리, 주거, 교육, 복지·문화, 참여·권리의 다섯 가지 영역을 20대 중점 과제와 270개 세부 과제로 나누고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삶의 이행의 관점을 적용하고는 있으나 결혼과 출산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고 있지는 않다.

청년 문제는 청년들이 마주한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청년이 주도적으로 제기하며 등장했다. 청년들은 자신들이 경험한 불안정한 노동과 주거 현실을 사회문제로 드러내고 사회정책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당사자들이 제기했던 이슈의 일부는 사회정책 개혁의 발판이 됐고, 일부는 청년정책의 토대가 됐다.


한편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정부위원회와 지자체, 언론은 다시 청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각종 토론회와 뉴스, 다큐멘터리를 꾸리면서 청년층의 결혼과 출산을 다루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삶의 다양성을 담지 못하고, 결혼과 출산을 하나의 세트로 묶어내는 경향성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정부 또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20년 12월)과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과제 및 추진 방향(2023년 3월)을 통해 그간의 대응 노력에 대한 회고와 반성을 담고 저출산 해결방안을 제시하고자 했다.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에서는 청년층의 인식과 태도 변화가 저출생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언급했으며,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과제 및 추진 방향에서는 그동안의 저출산 대응 정책이 청년세대 가치관이나 인식 변화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음을 명시했다.

그런데 청년 당사자들이 지향하는 삶과 당장 저출산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정부·지자체가 지향하는 청년의 삶이 다른 것이 문제인 듯하다. 정부와 지자체 입장에서야 초저출산 위기를 극복하려면 단시간 내에 청년들이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해야 하지만,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에 나타난 청년이 바라는 미래에서 중요(매우 중요 포함)하다고 가장 많이 응답한 요소는 일자리(97.4%)였다. 그다음은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95.7%)였으며, 세 번째는 높은 소득과 많은 자산(93.7%)이었다. 결혼(74.2%)은 다섯 번째, 자녀 출산과 양육(69.3%)은 일곱 번째에 해당했다. 이해해 보면 일자리와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 소득과 자산은 청년들이 현재 삶에서 이행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초저출산의 원인은 경쟁압력과 고용, 주거, 양육 불안과 연관돼 있다는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의 연구 결과 또한 청년들이 바라는 미래의 모습이 실현 가능해야 출산을 기대해 볼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사실 인구 문제든, 일자리 문제든, 일·가정 양립이든 다양한 청년 문제의 원인이 무엇이고 대책이 무엇인지에 대해 그간 여러 통로를 통해 다양한 논의가 이뤄져 왔다. 이제는 예산을 충분히 확보해 청년 당사자들이 제기해 왔던 고용, 주거, 돌봄, 소득·자산 불평등과 같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할 시간이다. 청년들이 삶을 이행해 나감으로써 초저출산을 극복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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