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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다양한 청년을 하나로 뭉뚱그리는 세대 담론 경계해야”
김선기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 2024년 05월호

심각한 저출산으로 국가소멸 위기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청년정책이 저출산 정책의 중요한 한 축이 되고 있다. 이 시대 우리 청년들은 저출산에 대해, 결혼·출산에 대해, 기성세대의 시각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청년이 바라는 청년정책의 방향은 무엇일까? 청년연구가이자 청년 당사자인 김선기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을 만나 청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재 청년 연구를 하고 있는데.
5년 전 문화 연구를 하는 대학원생들이 모여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을 만들었는데 그 창립 멤버였다. 그곳에서 청년세대 담론을 중심으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2019년에는 지배적인 청년 담론에 이의를 제기한 책 『청년팔이 사회』를 냈고, 2021년에는 다른 청년 연구자들과 함께 청년의 목소리가 반영된 ‘청년학’ 교과서 『청년 연구자 되기』를 발간하기도 했다. 

‘청년학’이라는 단어가 낯설다.
청년 담론과 청년 연구가 넘쳐나지만 다양한 청년의 삶이 종합적으로 다뤄지지 못하고 단편적인 부분만 대상화돼 왔다. 청년학은 훨씬 다양하고 입체적인 방면에서 청년을 이야기하는 학문이다. 한국 사회의 청년 현상과 관련된 다학제적이고 종합적인 탐구 그리고 그것들의 연결망을 지칭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청년이라는 집단을 일반화하는 방식의 청년세대 담론에 문제를 제기했는데,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청년 내부에도 층이 다양하고, 또 같은 계층이라 할지라도 어떤 상황에 놓이느냐에 따라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의 청년세대 담론은 ‘1990년대생은 이런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이렇다’라는 식의 본질론적인 일반화를 만들어서 청년 한 명 한 명을 개별적인 존재로 보지 못하게 하고 그 앞에 어떤 장벽을 세우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보수적인 시각에서의 청년 담론도 진보적인 시각에서의 청년 담론도 마찬가지다. 진보언론에서 만든 ‘N포세대’ 담론조차 은연중에 정상성을 가정하고 연애, 결혼, 출산, 주택 마련 등 ‘정상적 생애 과업’을 달성하지 못하는 청년들을 비정상적이고 불쌍한 존재로 본다. 이런 담론에만 집중하면 청년정책 역시 청년을 정상성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에 그치게 된다.

최근 MZ세대 담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 사회에서 청년세대 담론은 30년 전 ‘X세대’, ‘신세대’라는 표현이 등장하면서 시작됐다. 그 당시는 문화적 차원에서 세대를 규명하려는 관점이 지배적이었다. 이후 청년세대를 정치적인 사람으로 설명하던 시기가 있었고, 2007년 ‘88만 원 세대’가 등장하면서는 경제적인 측면이 더 부각됐다. 그리고 2015년 무렵 청년정책이 대두되며 복지 대상으로서의 청년론이 나온다. 이와 같이 세대 담론이 굉장히 복잡한 맥락 속에 퇴적된 지형인데, 최근의 ‘MZ세대’라는 말은 그 모두를 뭉뚱그려 맥락 없이, ‘나보다 어린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세대를 정의하고 구분하는 담론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라고 보나.
사실 세대를 갈라서 표를 얻으려는 정치인이나 소비자를 세분화해서 이익을 얻으려는 기업·광고계 등을 제외하면 대체로 기성세대가 ‘MZ세대’류의 세대 담론을 소비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은, 청년을 내가 이해할 수 있는 테두리에 넣음으로써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줄인다거나 이해하려고 했다는 위안을 얻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현실에서는 같은 회사의 젊은 직원이 이해가 안 되면 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데, 이런 MZ세대 담론에서 묘사되는 모습으로 청년에 대한 선입견을 만들면 오히려 대화하기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이를 최대한 많이 낳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지만 그게 내 문제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사실 청년도 집단마다 굉장히 다르다. 전문직은 대체로 결혼도 잘하고 애도 잘 낳는다. 그런데 고용이 불안정한 집단은 주변에 결혼한 사람이 거의 없고, 동거는 해도 결혼은 미루는 사람이 많다. 결혼·출산이 계급적인 일이 된 것 같다. 한편 내가 살아온 한국 사회를 내아이에게 경험하게 하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는 청년도 있고, 가부장제에 대한 거부감으로 비혼주의자가 되는 청년도 있다. 결국 성별 갈등이나 세대 갈등과도 연결될 수 있는 문제다.

청년층 젠더 갈등도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젠더 갈등이 한국 사회에서 더 크게 나타나는 것처럼 보이게 된 것은 많은 언론과 정치인들이 젠더 문제를 정치와 연관시켜 재생산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세대 갈등이든, 지역주의든, 연령주의든, 성별과 관련된 이슈든 사람들이 가진 본질적인 요소로 갈등을 만들어 버리려는 담론가들이 갈등 그 자체보다 더 큰 문제다. 다른 전문가들이 그에 대항하는 담론이나 좀 더 생산적인 이야기들을 활발하게 덧붙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소통이 중요하다. 양지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활발하게 오가게끔 하면 갈등이 음지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청년 당사자로서 현재의 청년정책에 대해 제언을 한다면.
‘청년’ 이름이 붙은 수많은 정책이 나오고 홍보되다 보니 오히려 청년 입장에서는 어떤 것이 내게 중요하고 해당되는 정책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또한 청년을 위한 일부 자산형성 정책의 경우는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춰야 지속할 수 있어 저소득층을 타깃으로 했던 정책의 목표와는 달리 역진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런 부분에서 세심한 고려가 있으면 한다. 한편으론 청년들을 위한 전월세 지원, 국민취업지원제도, 청년문화예술패스 등 수많은 정책이 나오는 것을 보며 ‘이렇게 세분화돼 있는 것들을 모아 대한민국이 변화하고 있다고 느껴질 만큼 과감한 정책을 시행할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최근 청년정책의 상당수가 인구 위기와 맞물려 있는데, 지금과 같이 개별 정책으로 접근해서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3천만 원의 출산지원금을 받는다고 미래에 아이를 낳고 겪을 어려움에 대한 걱정이 해소될까? 청년정책의 접근방식을 달리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청년이 바라는 청년정책의 방향은?
지금 ‘청년이 직접 만드는 청년정책’이라는 기조가 있는데, 현재 청년들에게 맡겨 놓은 대부분의 것들을 보면 ‘청년’이 붙은 정책에 한정돼 있다. 그런데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청년정책이란 바구니에 담긴 것뿐만 아니라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한 모든 정책이다. 이 ‘청년’정책의 경계를 허물어서 다양한 분야의 정책에, 전 생애주기에 걸친 관점에서 청년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의 계획은?
이 질문이 제일 어려운데, 무엇이 되고 싶다거나 하는게 딱히 없기 때문이다. 목표라고 한다면 청년 담론 연구를 매일 할 수 있는 삶 정도? 가끔 더 이상 청년이 아니게 되면 청년 연구를 할 수 없게 되는 것 아닐까?’ 하는 고민을 했었다. 주변에서 “어쨌든 그건 너의 전문 분야니까 계속 연구를 놓지 않으면 좋겠다”라고 독려해 준 덕에 앞으로도 계속 지금과 같지 않을까 싶다.
대담 이정미 KDI 경제정보센터 전문위원
정리 최슬기 『나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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