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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과도한 경쟁 피할 적정 수준의 인구밀도 찾는 ‘균형’ 필요한 때
고우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연구교수 2024년 07월호
우리나라는 1988년에 이미 2021년부터 내국인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고, 실제 그 예측대로 진행되고 있다. 다만 인구감소가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또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에 인구감소가 사회 문제로 이어질 것이라는 데에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초등 교원 임용 대란 및 군 병력 감소 문제 등 실질적인 여파가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면서 이젠 정말 인구감소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와 방향성이 마련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인구 현상 중 사회적 합의와 미래 방향성을 정하기가 어려운 또 다른 현상이 바로 ‘지역인구 감소’다. 우리나라 1981년생의 37.9%가 수도권에서 태어났고 1990년생은 49%가 그렇다. 합계출산율 1.3명 미만의 초저출산 세대(2002년 이후 출생)인 2023년생은 53%가 수도권에서 태어났다. 여기에 광역시 및 세종시에서 태어난 아이들까지 합하면 출생아 72.4%가 소위 대도시에서 태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이 지역인구 감소를 우리 사회의 문제로 인지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공간적 불균형이 합계출산율을 극도로 낮춰 우리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하는 요인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초저출산의 근본적인 원인이 수도권 인구 집중으로 인한 청년들의 과도한 경쟁에 있다면 말이다. 이 논리는 청년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현상이 물질적 결핍에서 기인한 것이라기보다는, 보이지 않는 압박감으로 자신의 생존을 택한 결과라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물론 출산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0명대 합계출산율은 대부분이 아이를 낳지 않는 선택을 한다는 뜻이다. 양육·보육 환경 개선, 복지제도 확대에도 초저출산 현상이 20년 넘게 지속되고 심지어 빠르게 0명대 합계출산율을 보이는 데는 우리가 간과한 근본적인 요인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힌트는 맬서스의 『인구론』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데, 자원의 양과 인구밀도의 관계로 인구가 증가 또는 감소하는 원리를 설명한 것이 핵심이다. 맬서스가 산업혁명 당시 증가할 자원의 양을 단순화해 예측한 측면이 있긴 하나, 한정된 자원 속에서의 경쟁이 인간의 삶을 양육보다 자기 생존에 치우치게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55개 저출산 국가와 21개 초저출산 경험 국가를 대상으로 필자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인구밀도가 높은 국가에서 합계출산율이 낮았다. 전체 인구 중 가장 큰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 비중인 인구 편중도는 이 영향을 증폭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편중도가 27.7% 이상인 국가들에서 인구밀도가 합계출산율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명확했다. 이를 한국 사회로 좁혀 기초지자체를 대상으로 분석해 본 결과, 경제, 복지, 사회, 부동산, 고용, 사교육 등 사회구조적 요인들을 통제한 후에도 인구밀도는 합계출산율을 낮췄다. 밀집도는 도시를 형성하고 구성원 간 분업 및 효율적인 체계를 구축하게 하는 인류 사회 구성의 필수 요인이지만, 인구밀도가 높은데 인구 편중도도 굉장히 높은 우리나라와 같은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편 연구 결과를 조금 달리 생각해 보면, ‘과도한 경쟁을 피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의 밀도’라는 것이 존재할 수도 있다. 모든 지역에 골고루 인구가 분포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청년들에게 기본적인 삶의 질을 보장할 정도의 기초 인프라가 마련된, 새로운 경쟁의 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 곧 균형발전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수도권에 비견할 만한 권역이 만들어져, 청년들이 꿈을 펼치고 적절한 경쟁을 하며 살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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