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대 기업집단 중 유일하게 지방에 본사를 둔 포스코는 경북 포항, 전남 광양 등 지역 상생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사회발전을 위한 공존·공생의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포스코를 찾아 지역 활성화를 위한 기업의 역할을 생각해 봤다.
직원들의 지방과 서울 근무 비중이 어떻게 되나?
이진희 절대다수가 포항, 광양 직원이다. 전체 직원 약 1만7천 명 중 서울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1천200명 정도다. 포항제철소, 광양제철소 근무자들은 입사부터 근무지가 정해져서 거의 이동이 없지만 사무직 직원들은 회사의 필요에 따라 순환하기도 하고, 본인이 업무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근무지를 옮기기도 한다. 근무지 이동 시에는 회사에서 주거를 지원한다.
포스코가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에 관심을 갖게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김용근 역사적으로 포스코가 공기업으로 출발했고, 철강산업 자체도 국내 산업의 ‘쌀’과 같은 역할을 했기 때문에 사업을 통해 국가와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사명처럼 여겼다. 민영화 후에도 이 정신이 계속 남아있었다. 그런데 많은 시간이 흐르며, ‘시대에 맞는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 50주년이 되던 2018년에 기업이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사회와 공생하는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해나가자는 취지에서 새 경영이념을 선언하게 됐다. 그동안 우리가 해온 사회적 역할이나 우리 직원들의 정신을 담을수 있는 하나의 그릇을 만든 것이라고 보면 된다.
최근에 달라진 것이 있다면?
김용근 환경에 대한 책임, 협력사와의 관계 등에 보다 중점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특히 비즈니스(협력사·고객사·공급사), 소사이어티(지역사회·주변 이웃)를 포함해, 동반성장과 지역사회 발전, 환경경영, 사회문제 해결 등을 우리 활동영역으로 규정했고, 이런 가치를 경영전략에 내재화해 아예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꿨다. 일례로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제로화하겠다는 넷제로를 선언해 로드맵을 추진 중이고, 이차전지 소재, 수소 등 신사업으로 사업 분야를 다각화했다.
그중 지역을 위한 활동을 소개한다면?
김용근 제철소 연안 바다숲 가꾸기, 클린오션봉사단 활동, 조개껍데기 자원화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또한 우리에게 중요한 지역인 포항시와 경북, 광양시와 전남을 위해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던 차에, 산업 현장의 ESG 문제 해결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대학 교과목을 제안·개설했다. 또한 지역 활력을 위해 우리가 가진 철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스페이스워크를 만들어 포항의 공원에 기부했고, 광양에는 체험형 전망대를 만들려고 한다. 시민 콘서트와 강연도 진행 중이다.
포항 제조업 종사자의 67%가 포스코와 협력관계다. 협력사와의 관계 개선 정책은 어떤 것들이 있나?
류지현 대중소 기업 간 격차 해소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2차 협력기업에까지 동반성장 혜택을 확대해 협력사 직원 작업실, 탈의실, 사워실 등 1,800여 개소의 근무시설을 개보수하고 안전 보호구를 지원했다. 복리후생 차별 해소의 일환으로는 상생형 공동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한다. 포항의 경우 정원이 약 160명인데 그중 50%는 포스코 직원, 나머지 50%는 협력사나 지역 중소기업 직원 자녀들에게 배정된다. 또 포스코 직원은 자녀의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장학금(자녀 수가 4명인 경우 총 1억6천만 원까지)을 지원하는데, 협력사 직원들도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기금을 마련, 운영 중이다. 그래서 협력사의 복지제도, 특히 육아 환경은 지금 많이 개선돼 있다.
격주 주4일제 등 가족·출산 친화제도를 적극 운영 중이라고 들었다.
이진희 사업장인 포항, 광양 지역인구 변화에 관심을 두고 저출산 대응으로 2018년 후반부터 가족·출산 친화제도들을 추진한 결과, 전국 합계출산율의 하락세 속에서도 직원 평균 자녀 수를 1.5명 정도로 유지하고 있다. 2022년을 기점으로는 오히려 소폭 늘어났다.
지역의 인구구조 변화에는 어떻게 대응 중인가.
김용근 우리는 인구 문제를 종합적으로 보고 있다. 먼저 지방소멸을 극복하기 위해 고용을 늘려나가는 것이 숙제인데, 사실 대기업은 생산공정이 고도로 효율화돼 많은 인력이 필요치 않다. 그래서 신산업을 만들어야 한다고 봤고 포스텍에 ‘체인지업 그라운드’라는 창업 인큐베이팅 센터를 설립했다. IT 벤처와 달리 제조업 기반 벤처는 파일럿 플랜트 등 설비 때문에 도시에 있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해 지역에서 제조 기반의 회사를 창업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고령화는 기업이 해결하기는 어려운 이슈인데, 직무에 따라 퇴직 이후에도 계속 일하길 원하는 직원들을 재채용하는 제도가 있다.
이진희 정년 후 재채용 비율이 70% 정도다. 본인이 건강하고 기술력만 충분히 있다면 국내 또는 해외에서 운영 중인 제철소에서 근무할 수 있다.
현장에서 인재유출 등 인구구조 변화를 체감하나?
김용근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지방 중소기업들은 사람 뽑기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 협력사에서도 인재를 찾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과거에는 생산직 E(expert) 직군 고졸채용을 통해 포항제철공고 출신 등 우수한 인재들을 채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대학진학률은 상승하고 학령인구는 감소하는 추세 속에서 고졸채용 지원자 자체가 줄어 2019년부터는 대졸자도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다.
류지현 덧붙여 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과 함께 진행한 연구결과 중 하나가 지역인구 유지를 위해 여성인구가 중요하다는 거다. 포항은 여성인구 이탈이 뚜렷해 인구학적으로 지역인구가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리도 지금 여성 비율이 5%밖에 되지 않는다. 엔지니어, 생산직으로 여성을 뽑고 싶어도 중공업 현장이라는 환경이나 직무를 여성들이 선호하지 않는 탓에 쉽지 않다. 여성도 일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하다. 공업도시의 또 다른 숙제다.
지역이 활기를 잃지 않으려면 청년인구 유입이 중요할 텐데,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김용근 좋은 일자리에 대한 요청이 제일 많은 것 같다. 그런데 회사들은 지역에 인재가 없어서 수도권으로 가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지역에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동시에, 훌륭한 지역 인재 양성을 위해 지역 대학에 힘을 실어주는 거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 ESG 교과를 지역 소재 대학으로 확대하면서 자연스럽게 양질의 지역 인재 양성에 도움을 주려고 한다. 여기에 더해 청년들이 삶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즐길 거리, 좋은 문화 콘텐츠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최슬기 『나라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