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풍부한 해양 자원으로 유명한 전남 여수. 이곳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다니고 대학 졸업 후에도 다시 돌아와 교사 생활을 했던 ‘여수와’의 하지수 대표는, 지방도 충분히 살기 좋은 곳임을 증명하기 위해 2019년 과감히 로컬 창업에 도전했다. 전방위적 로컬 콘텐츠로 여수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그를 만나 지역사회와의 연대와 비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창업가로 인생의 방향을 전환한 계기가 궁금하다.
7년 차 담임을 하다 보니 심신이 힘들어 2018년에 휴직을 하던 중, 학생들의 진로 설정과 선택에 도움을 주려면 경제와 사회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정부, 기업이 제공하는 교육을 들었다. 그러다 모 대기업의 지역사회혁신가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여수시장상과 전국대회 대상을 받았다. ‘창업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두 번이나 받았으니 내가 창업에 재능이 있나 보다’ 생각하고 2019년에 덥석 퇴직해 ‘여수와’를 창업했다. 창업하고 6개월은 후회했다. 역시 실전은 다르다는 걸 느꼈다(웃음). 그러나 심기일전해 도전한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의 로컬크리에이터 지원 사업에 선정되며 사업이 다시 동력을 얻게 됐다.
로컬크리에이터는 뭘 하는 사람인가?
말 그대로 지역에서 뭔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이다. 지역의 자원·문화를 활용하고 커뮤니티를 연결해 그곳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지역소멸 문제에 맞선 국가 차원의 로컬크리에이터 사업이 계속되면서 꽤 많은 로컬크리에이터가 배출됐다. 나 역시 지역의 가치 발굴을 위해 소신 있게 일하는 다른 지역 로컬크리에이터들과 ‘느슨한 연대’를 통해 꾸준히 교류하면서 협업하고 있다. 정부가 로컬크리에이터 지원금을 해마다 늘리고 있고, 잘되는 사업의 경우 연간 최대 4천만 원까지 지원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수와’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
2019년 6월 공정여행을 추구하는 1인 기업이자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시작했다. 주요 산업이 수산업이던 여수는 1970~1980년대 들어 핵심 산업이 중공업으로 전환됐고, 지금은 관광산업으로 바뀌고 있다. 연간 1,200만 명이 이 도시를 방문한다. 처음에는 여수가 계속 여행하러 올 만한 곳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좋은 여행, 직접적으로 시민들이 여행자를 반길 수 있는 여행 콘텐츠로 시작했다. 지금은 국가유산청과 문화재 활용 사업을 진행하거나 중기부와 마을스테이 사업을 시행하는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했다. ‘여행이 한계가 없는 업종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여수와는 뭐 하는 회사야?”라고 물으면 “여수의 다양한 역사, 문화, 환경을 토대로 로컬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회사”라고 대답한다.
여수의 매력은 무엇인가?
우리나라의 지역명 중에 ‘예쁘다’라는 말을 대놓고 쓰는 지명은 여수밖에 없다. 아름다울 여(麗), 물 수(水)! 여수는 이름값을 하는 도시다. 어디를 가든, 어느 쪽을 보든 다 예쁘다. 내 고향이라서가 아니라 수원, 광주, 순창 출신의 우리 직원들도 여수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있다. 모두 여수와에서 일하려고 여수로 이주해 정착했다. 여수시장님을 만나면 농담처럼 “시장님이 못 하신 일 제가 해내고 있다, 다른 지역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이주시켰다”라고 얘기하곤 한다(웃음).
많은 청년이 서울에서 정착하고 싶어 한다. 여수도 그 영향을 받고 있을 것 같다.
예전에 제자들과 대화하던 중 “선생님은 여수가 참 좋아. 서울에 있을 때보다 훨씬 여유롭고···.”라고 말하자 한 아이가 “선생님은 선생님이잖아요”라고 대꾸했다. 대한민국 어디를 가나 똑같은 대우를 받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지역에 사는 거 괜찮아”라고 말하는 게 와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말이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당시만 해도 지방에서 태어난 것이 핸디캡이라고 생각하고 서울에서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실패한 삶으로 느끼는 아이가 꽤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씩 변화하는 게 느껴진다. ‘나다움’을 삶의 방향에 적용하는 세대가 지금의 20대가 아닌가 싶다. 꼭 고향으로 내려온다는 게 아니다. 서울로 가 살다가 제주에, 강릉에, 공주에 정착하는 친구들도 많다. 여수 여행을 왔다가 여수가 너무 좋아서 여기에서 살겠다는 친구들도 제법 만난다.
지역 기반의 사업체로 지역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나?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 중 꾸준히 인기를 끄는 것이 전통시장 투어다. 여행객들이 현지 시장을 가보고는 싶은데 불친절, 속임수 등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꺼린다는 데서 착안한 상품이다. 우리가 동행하면 바가지 쓸 염려가 없으니 여행객들이 안심하고 물건을 구매하고, 이것이 택배를 통한 재구매로 이어지기도 한다. 시장 상인들이 자연스럽게 여수와의 구매력을 신뢰하게 되면서 우리 투어 상품에 협력하는 상인도 늘었다. 예전엔 혼자 가이드를 했지만 이제는 여행 큐레이터라는 이름으로 매년 가이드를 육성하고 있다. 이 외에 창업가 투어 관련 큐레이터 육성도 진행한다. 예약이 들어오면 세금을 제외한 비용 모두를 가이드에게 지급한다. 고정적인 일자리는 아니지만 지역 내 일자리 창출도 하고 있는 것이다.
로컬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한 여수와만의 특별한 스토리텔링법이 있다면?
창조는 신의 영역이다. 우리는 창조는 못 하지만 다른 곳의 아이템을 참고해서 ‘여수다움’을 어떻게 더 묻혀낼 것인가를 늘 궁리하고 있다. 끊임없이 배우는 것 외에 방도는 없다. 창업 전에는 1년에 책 100권 읽기를 계속했다. 그게 내 창작력의 큰 원천이 되고 있다. 지금도 실용서 위주의 독서를 계속하고 있고 읽은 내용으로 직원들과 상호작용하고 공부하면서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
지방은 소멸위기다.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지자체마다 인구를 유입하기 위한 정책이 꽤 많다. 일례로 전라남도에서 월세 ‘1만 원 임대주택’ 사업을 하고 있는데 여수, 광양, 무안, 순천, 목포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청년 인구도 많고, 지역 내 수입도 많다는 게 그 이유다. 인구를 늘리는 것에만 신경 쓰고 인구를 유지하고 있는 지역 주민엔 정책적 배려가 없다는 게 아쉽다. 한편 모수가 줄어드는 마당에 이런 식의 인구유입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일종의 제로섬 게임 같다.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것은 우리 지역의 수협창고 중 빈 곳이 상당히 많은데 이 공간을 청년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줬으면 한다. 내가 만나본 많은 청년이 자신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토론하고 구상할 공간을 아쉬워했다. 빈 공간이 공유오피스가 되면 그들의 무궁무진한 아이디어와 기업가정신으로 꽉 채워지게 될 것이다.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는?
여수와의 목표는 지역에서 강하게 버틸 수 있는 탄탄한 회사로 성장하는 것이다. 개인적 목표는 여수를 모든 창업가의 꿈의 무대로 만드는 것이다.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여수에서 창업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여수에서 창업가들이 서로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