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민국에서 인구감소 위기 대응책 중 하나로 이민정책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OECD 지역개발정책위원회(RDPC)는 지역별 생산성 불균형 문제에 대응할 정책 패러다임으로 지역의 특장점을 살린 장소 기반(place-based)의 정책 개발을 촉구하고 있다. 이는 이민자가 지역 평균 연령보다 젊은 경향이 있어 고령화를 완화한다는 점, 지역 수요에 따라 공급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 지역의 신규 투자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민정책과도 연계된다.
우리 정부도 이런 정책 패러다임을 반영해 ‘제4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의 정책과제를 기존의 ‘개방’에서 ‘경제’로 전환, 이민을 활용한 지역발전을 촉진하고 있으며, 지자체와의 실무협의회를 강화해 지역 수요를 반영한 이민정책 체계를 구축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발족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인구정책기획단 역시 인구구조 변화와 지역 수요를 반영한 비자정책 추진, 첨단·과학기술 분야 우수인재 유치를 외국인정책의 주요 과제로 선정했다.
지역과 협력하는 이민정책 추진에 따라 지역특화형 비자, 외국인 계절근로, 숙련기능인력의 혁신적 확대 방안(K-point E74)과 같이 지자체가 직접 관여하는 이민정책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인구문제가 심각한 광역지자체를 중심으로 매우 적극적이고 과감한 이민자 유치 정책이 설계되는 추세다. 하지만 이민정책은 유치정책과 통합정책의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해 우리 사회가 통합의 관점에서도 준비돼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우리 사회의 수용성 정도를 보면,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2021년 국민 다문화수용성 조사 결과 코로나19를 거치며 성인의 다문화 수용성은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지수인 이주자통합정책지수(MIPEX)의 2020년 영역별 순위도 반차별 영역에서 56개국 중 43위로 매우 낮은 편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등록외국인이 250만 명에 달하고 국적취득자가 매년 1만 명을 넘으면서 이민자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으나, 이민 혹은 다문화 정책에 대한 교육은 미비한 상황이다. 최근 공익광고를 통한 다문화 인식개선 노력이 엿보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내외국인 통합을 위한 인식개선 교육의 의무화가 시급하다.
또한 해외 인재의 지역 유입 정책이 확대되고 있는데, 지역에 이들을 위한 생활 인프라는 거의 마련돼 있지 않다. 현재 인구감소지역은 가족 단위의 정주가 용이하지 않다. 또 언어가 잘 통하지 않고 정보 접근성이 취약해서 이민자는 도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지역 인구감소 위기에 대한 대응책으로 이민정책을 고려한다면 반드시 ‘가족’이 정주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교육, 보건의료, 복지, 문화 정책을 동반해야 한다.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이 정착할 수 없다면 중장기적 인구 유입은 실현될 수 없다.
이민정책을 추진할 때 필요한 곳에 인력을 배치한다는 공급자의 관점에서 접근하기 쉽다. 하지만 이민자가 그 지역을 선택하고 정주하지 않는다면 인구위기 대응책으로서의 이민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따라서 반드시 이민자의 관점에서 이민자의 수요를 반영한 통합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즉 노동력으로서의 접근보다는 사회구성원으로 이민자와 앞으로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이에 대한 정교한 정책을 구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