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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독일의 중요한 성장동력 고숙련 이민자… 우리도 전문인력 이민정책 확대·개선할 필요
김현정 동아대 국제전문대학원 부교수 2024년 09월호
독일은 2010년 65세 이상 인구가 20.7%에 달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독일의 전체 인구는 2000~2020년 약 160만 명 증가했는데 이 기간에 폴란드, 루마니아, 시리아, 카자흐스탄 등으로부터 대규모 이민이 있었다. 만약 이때 이민자 유입이 없었다면 500만 명 이상의 인구가 감소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2000년 「국적법」 개혁과 2005년 이민법 제정의 성과는 독일이 이민제도 개혁의 정책 방향으로 설정한 숙련 및 정주 노동 이민의 양적·질적 성장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독일은 「기술이민법」을 개정해 이민자들이 독일에서 체류하며 고용 기회를 찾을 수 있는 문턱을 더욱 낮췄다. 외국에서 취득한 자격의 인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일부 직업의 경우 독일 내에서 자격 인정 없이도 취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이민자들의 노동시장 접근성을 크게 개선했다. 이러한 법 개정은 고숙련 인력을 더욱 쉽게 확보할 수 있도록 해 독일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법 개정해 외국인 전문인력 문턱 더 낮춘 독일,
제한적 이민정책 유지해 왔으나 변화 보이는 일본

지난해 「기술이민법」 개정안의 핵심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전문 분야에서 취업이 결정되지 않아도 독일 노동시장에서의 잠재력을 바탕으로 임시 거주 허가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기회카드’ 제도를 도입했다. 둘째, 가족 재결합 요건을 완화했다. 배우자와 자녀가 비자를 신청할 때 충분한 거주 공간 등의 사항을 증명할 필요가 없어졌다. 마지막으로, 외국인 전문 숙련인력의 정착 요건을 완화했다. 독일에서 3년간 체류하고 일한 경우 정착 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독일은 제3국에서의 직업 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파트너십 프로그램과 훈련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독일을 방문하지 않아도 각국의 독일 학교, 상공회의소, 기술교육원 등에서 직업 교육을 이수하면 자격 인증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글로벌 인재를 보다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그들의 정착을 지원한다. 올해 6월 독일은 다시 「국적법」 개정안을 발효했다. 이 개정안은 이중국적 허용, 영주권 취득을 위한 거주기간 단축, 외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의 국적 취득에 관한 규정 완화, 경제적 자립 요건의 완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독일의 이민정책은 단순히 숙련인력 유치를 위한 비자 유형을 신설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민자 집단의 질적 성장을 위해 교육 목적 이민자가 학업을 마친 후 구직하거나, 전문 영역에서의 취업 비자 혹은 ‘EU 블루카드(EU가 고숙련 외국인에게 EU 25개국에서 일하고 거주하도록 승인하는 취업 허가제도)’ 취득 후 영주권을 받고 정주할 수 있는 단계별 조치를 마련했다. 지난해 독일에서 총 12만7,900명의 최초 이민자가 취업을 목적으로 한 체류 허가를 받았다. 이들은 첨단산업 분야 필수 인재로서, 특히 디지털화와 첨단산업이 경제성장의 중요한 동력이 되는 시대에 기업의 혁신을 촉진하고 새로운 산업의 발전을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편 일본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국가 중 하나다. 일본의 출산율은 1970년대 말부터 대체출산율을 밑돌기 시작해 지난해 1.2명을 기록했다.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지난해 29.1%에 이르렀고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1995년 8,700만 명에서 지난해 7,395만 명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이에 따라 건설, 제조업, 농업 등에서 심각한 노동력 부족이 발생하고 있으며, 세계 제1의 초고령사회를 지탱하기 위한 간병, 돌봄을 외국인 노동력에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일본은 오랫동안 매우 제한적인 이민정책을 유지해 왔다. 일본의 이민정책은 전형적인 차별·배제 모형의 유형에 해당하는데, 이는 일본 사회의 동질성을 유지하려는 정책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본의 경제규모에도 국내 정주 외국인 비율이 지난해 기준 2.2%(독일 15.2%, 한국 4.89%)에 불과한 것도 그 결과다. 그러나 급격한 저출산·고령화로 노동력 부족 문제가 심화하면서 일본 정부는 이민정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고 있다.

과거의 ‘기능실습제도’가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저숙련 노동자를 단기 수용하는 제도였다면, 2018년 도입된 ‘특정기능비자제도’는 특정 산업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외국인의 체류자격으로서 숙련노동 중심의 이민정책에 해당한다. 특정기능 1호는 12개 산업에서 일정 정도의 기술과 지식을 요구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외국인을 최대 5년 체류가 가능하게 하고, 특정기능 2호는 돌봄 제외 11개 산업에서 더욱 숙련·전문화된 기능을 요구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외국인의 가족 동반, 영구 체류를 가능하게 했다. 일본 사회에 장기적으로 기여할 인재를 유치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이 비자를 통해 유입된 외국인 노동자 수는 시행 첫해인 2019년 4만7천여 명에 달했고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2020년 1만8천 명대로 감소했다가, 2021년과 2022년 각각 4만여 명, 6만여 명으로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일본 내에서 외국인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숙련노동 이민자가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자체·대학·기업의 유기적 협력 필요

독일과 일본 사례는 한국이 직면한 인구감소와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보여준다. 첫째, 한국은 숙련노동 이민자를 유치하기 위해 비자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은 전문(E-7-1), 준전문(E-7-2), 일반기능(E-7-3), 숙련기능(E-7-4) 인력 비자제도를 갖추고 있으나, 비전문취업(E9) 비자 중심의 이민정책, 고용허가제를 고수하고 있다. 독일처럼 과감한 요건 완화, 행정서비스 개선 등을 통해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숙련노동 중심의 ‘이민친화적 노동허가제도’로 변화를 모색할 때다.

둘째, 인구구조 변화와 지역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세밀한 숙련노동 이민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한국은 지역특화형 지역우수인재 비자(F-2-R)를 신설, 지난 4월 본격 시행했다. 이 비자정책의 성패는 독일의 경우와 같이 교육비자 이민자의 전문·숙련 비자 전환에 달려 있다. 광역 및 기초 지자체와 지역 대학, 기업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숙련노동 이민자가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정부는 숙련노동 분야 광역비자(광역자치단체가 법무부의 비자 발급, 체류 기간 결정 권한을 일부 넘겨 받아 지역에 필요한 인력과 인재를 주도적으로 선정해 비자를 발급하는 제도) 도입을 검토할 때다. 지역마다 서로 다른 산업 영역에서 숙련노동력을 필요로 하는데, 현재의 F-2-R 제도로는 기초지자체가 광역의 자원을 조율해 배분받기가 쉽지 않다. 지역에 더 많은 권한을 이양해 지역산업에 특화한 숙련인재를 육성·유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성에 대한 인식 개선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이민자들이 한국 사회에 자연스럽게 통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민정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로 다가오고 있으며, 한국의 미래를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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