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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와 노령 세대가 협업할 수 있는 문화·제도 마련돼야
윤정구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 2024년 10월호
인구감소 시대 기업이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방안 중 하나가 노령인력의 활용이다. 이를 위해 정년 연장, 노인 친화적 일터 설계와 노령 근로자를 포용하는 다양한 정책 도입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노인을 대체 혹은 잉여 노동인구라고 생각하는 시대적 편견에서 벗어나 이들을 미래인재의 보물창고로 바라보는 발상의 전환이다. 정년 연장과 노인 친화적 일터는 고령사회에 먼저 진입한 일본이 선례를 만들고 있지만, 노령인구를 인재의 보고로 생각하고 접근하는 정책은 글로벌 기업의 관행이다.

최근 미국에서 노령 노동자에 관심을 갖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MZ세대의 대사직(The Great Resignation, 팬데믹 이후 일터로의 복귀 거부)과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 일터에서 최소한의 일만 수행) 현상 때문이다. L자형 장기 불황 국면에서 그들의 이러한 대사직, 조용한 사직에 시달리다가는 지속적 미래가치를 창출하기 어렵겠다는 기업의 판단에 은퇴한 X세대나 베이비붐 세대의 재고용이 심상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기업이 이들 세대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회사에 충성심이 높은 데다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임금으로 회사의 인력 수급에 커다란 완충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퇴한 노인 근로자들은 일에 대한 회복탄력성이 훈련된 세대로, 조그만 불만으로 이직을 결심하지 않고 중요하게 처리해야 할 사안이 있을 때는 워라밸도 요구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건강도 개선돼 체력도 젊은이들 못지않다.

기술 발달 또한 고령자들을 일터로 불러들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지금은 AI와 로봇 기술이 보편화되기 시작해 전문성이 민주화된 시대다. 기업들은 지금까지 디지털 혁명 시대를 이끄는 디지털 네이티브로 MZ세대를 선호했지만, 이제는 코딩이나 엑셀 등 훈련을 받지 않았어도 디지털 기술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배우려는 열정과 열린 마음만 있다면 퇴직한 사람도 언제든 다시 전문적 일자리로 돌아와 최고의 기술을 동원해서 고난도의 일을 쉽게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요즘 서비스업과 유통업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중장년 재채용 추세가 모든 산업으로 급속하게 확산될 조짐이다. 이전에도 대기업에 근무하던 퇴직자가 중소기업의 임원으로 복귀하거나 휴렛팩커드(HP)에서처럼 은퇴 후 자발적으로 회사의 기업사회공헌(CSR) 활동에 자원봉사대로 나서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디지털 혁신이 촉발한 인력의 회귀다.

그러나 노령인력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미리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먼저 나이를 기반으로 한 세대 차이가 회사 내에서 편견과 장애로 작용하지 못하도록 세대 다양성에 대한 민감도가 개선돼야 한다. 이는 젊은 세대와 노령 세대가 협업해 일할 수 있는 문화와 제도적 운동장의 정비를 뜻한다. 또한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의 역량을 평가하는 위원회를 만들어 이들의 정년을 다시 결정하는 HR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고령의 근로자들이 현재와는 맞지 않는 과거의 관행과 성공 비법에서 벗어나 업스킬링 및 리스킬링을 할 수 있는 학습센터도 필요하다.

AI와 로봇이 가져온 전문성의 민주화로 운동장만 제공되면 누구나 사무엘 울만의 시 ‘청춘’의 상태를 구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한마디로 고령화된 노동력은 부양의 대상이 아니라 인재의 보물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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