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는 한 사회를 구성하는 공동체의 기본 단위로서 그동안 우리 사회의 변화를 초래하는 주체나 객체로 상당한 역할을 했다. 가구의 변화는 우리 경제·사회·인구 구조 변화 그리고 변화하는 국제사회의 흐름과 맞물려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변화에 대한 인지, 대처, 실천 등 세 박자의 균형과 속도를 맞추는 것이 중요한 때다.
내국인 수 감소에도 외국인 증가, 고령 1인가구 증가,
가구 분화로 가구 수는 꾸준히 늘어
통계청의 센서스 결과에 따르면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 인구는 계속 늘었고 그에 맞춰 가구 수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인구가 줄어든 2021년, 2022년에도 가구 수는 늘었다. 인구 성장률이 0%대 이하로 떨어진 2016년 이후에도 가구는 1%대 이상으로 계속 증가했는데, 대가족에서 소가족 형태로 가구가 분화하고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혼자 사는 고령자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외국인 노동자 및 결혼이민자 유치 정책이 확대되면서 외국인 수가 점차 증가했고, 이또한 가구 수 증가에 영향을 줬다. 그 후 K문화의 글로벌 확산과 함께 가속됐던 외국인 수 증가세는 코로나19 시기에 잠깐 주춤했으나 2022년 이후 재개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총인구는 외국인 10.4% 증가에 힘입어 전년 대비 0.2% 늘어난 5,177만 명을 기록했다. 내국인은 2020년부터 자연감소(사망자 수 > 출생자 수)가 시작됐고,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0.2% 감소했다.
이처럼 가구 수가 증가하는 가운데,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의 이동, 직업의 다양화, GDP 성장, 정보기술발달, 개인의 삶에 대한 인식 변화,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를 비롯한 사회 변화에 따라 가구의 형태도 가족, 친족 중심에서 1인, 비친족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1960년에는 1인가구가 일반가구(총가구에서 집단가구와 외국인가구 제외)의 2.3%에 불과했고 4인 이상 가구는 78.8%였다. 이후 4인 이상 가구는 빠르게 감소한 반면 1인가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1995년 일반가구의 절반이 4인 이상 가구였고 1인가구는 약 12.7%에 이르렀다. 20년 뒤인 2015년에는 1인가구 비중이 27.2%로 4인 이상 가구(25.2%)보다 커졌고 지난해에는 35.5%로 4인 이상 가구(16.8%)의 2배를 넘어섰다.
가족이나 친인척이 아닌 남남끼리 사는 가구, 즉 비친족가구도 아직 그 규모는 작지만 지속 증가하고 있다. 비친족가구 비중은 2000년 일반가구의 1.4%에서 지난해 2.4%로 늘었다. 주로 친구 또는 학교 선후배, 직장 동료 등이 룸메이트로 함께 거주하는 가구다. 학업이나 직업 때문에 가족을 떠나 타지에 살면서 주거비·생활비를 절약하기 위해 비친족가구를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다문화 가구 증가도 가구 형태 변화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지난해 외국인가구 비중은 총가구의 2.8% 정도인데, 최근 외국인 증가세가 계속되는 데다 지역소멸에 대응해 외국인 유치 정책이 다양해지고 있어 외국인가구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인과 외국인이 결혼해 함께 사는 다문화가구도 2015년 약 30만가구에서 2023년 약 42만 가구로 29%나 증가했다.
주거, 교육, 건강, 돌봄, 일자리, 빈곤 등
다양한 사회 문제와 연결되는 가구 변화
우리나라의 가구 변화 중 1인가구 변화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선 지난해 1인가구의 연령별 구성비는 20대 이하가 18.6%, 60대와 30대가 각각17.3%로 총 50%가 넘는다. 연령대별 혼자 사는 이유로는 20대 이하는 주로 대학 공부 또는 취업을 위한 교육, 30대는 취업 및 직업, 60대는 이혼이나 사별을 들 수 있다.
지난해 1인가구는 총 33만 가구 증가했는데 60대, 70대 두 연령대에서만 15만 구(14.5%)가 늘었다. 또한지난해 일반가구 중 고령자가 한 명이라도 있는 가구는 30.9%, 고령자만 있는 가구는 17.0%, 고령자 혼자 사는 가구는 9.7%다. 고령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사별 또는 자녀의 분가 등으로 혼자 사는 고령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등록센서스 자료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1955~1974년생)는 총인구의 32.3%(1,611만 명)로 이미 60세 이상 은퇴연령층에 들어갔거나 앞으로 10년 이내에 모두 진입하게 된다. 정책측면에서 고령가구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한편 지난해 기준 20대 1인가구는 다가구 단독주택에, 30대 이상 1인가구는 아파트에 거주하는 비율이 높은데, 청년들이 결혼을 미루는 이유로 이러한 주택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청년 1인가구와 관련된 문제는 주거 등 생활 문제, 결혼에 대한 생각 변화 등 다양한 사회적 요인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다 복합적으로 풀어갈 필요가 있다.
이처럼 가구의 변화에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소비, 생산의 주체로서 가구라는 공동체가 주거, 교육, 건강, 돌봄, 일자리, 빈곤 등 다양한 사회 문제에 연결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1인가구와 다문화가구의 문제는 더욱 그렇다. 문제가 복합적이고 다차원적이며 연령, 성, 국적에 따라 각 문제를 대하는 이들의 태도나 경제사회적 상황도 제각각이다. 인구적·경제사회적 배경이 다른 서로를 아우르고 누구도 뒤처지지 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의 지혜와노력이 더해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