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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는 결국 사람···교육, 일자리, 산업 등 포괄적으로 인구정책 설계해야”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최슬기 저고위 상임위원 2024년 12월호
 

일시 2024년 11월 11일(월) 오후 2시
장소 서울 광화문 필원
참석자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 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좌장 겸), 최슬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

조영태 최근 몇 달간 혼인 건수, 출생아 수가 늘어났다. 하락 추세가 반등하는 게 아니냐는 분위기도 있는데 어떻게 보시나.

이인실 반등이라 보기엔 조심스럽다. 코로나 때문에 결혼이 미뤄졌던 게 1년 반 전부터 회복되기 시작했고 분위기도 조금 좋아졌다. 그간 결혼을 망설이던 사람들이 합류한 거지 근본적으로 추세가 변한 건 아니라고 본다. 

조영태 같은 생각이다. 보통 이런 통계를 작성할 때는 연 단위로 하니까 1년으로 잡아보면 전년도에 비해 출생아 수가 늘었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향후 엄마가 될 28~34세 여성의 숫자를 살펴보면 몇 년 전의 1980년대 말생에 비해 지금의 1990년대 초반생 수가 더 많다. 그래서 혼인 건수와 출생아 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인구학적인 현상이 아닌가 생각한다.

최슬기 정부에서도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전년 동월 대비 출생아 수는 2016년부터 2022년도 사이에 딱 한 달(2022년 9월, 0.1% 증가)을 제외하고는 계속 감소했다. 올해 들어서 최근 5개월(4~8월) 중에 4개월간 증가한 것이다. 혼인 건수도 예외가 좀 더 있기는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지속적인 하락 추세를 보이다가 올해 4월부터 5개월 연속 증가했다. 당장 추세 변화가 나타났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정말 어디가 바닥인지 모르고 계속 떨어지기만 하던 모습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조영태 그간의 정부 정책을 평가한다면.

이인실 출산율이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그럼에도 심각하게 추락하는 걸 정부가 막지 않았나 생각한다. 다만 합계출산율이 1.3→1.0→0.7명까지 내려갔다는 건 가치관이 확 변했다는 걸 뜻한다. 이건 글로벌한 변화다. 지난해 핀란드의 합계출산율이 1.26명까지 내려가서 관련 자료를 찾아봤더니 청소년들의 급격한 가치관 변화를 지적하고 있더라. 그들이 접하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같은 매체가 세계 공통이니까. 이런 젊은이들에게 ‘아이 낳고 기르는 일이 괜찮구나’ 하고 신뢰를 줄 수 있을 정도의 파격적인 정책,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하고 미래 예측적인 정책을 꾸준히 실행해 나가면 좋겠다. 지금까지 인구 위기를 알리는 캠페인을 통해 분위기를 조성하는 건 충분히 했다. 이젠 전략적으로 세부 정책에 집중할 때다. 

조영태 그 연장선에서 중요한 게 세대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각 세대의 특성뿐 아니라 규모도 다르기 때문에 저출산정책도 지금의 정책과 5년 전에 했던 정책, 5년 후에 할 정책이 다 달라야 한다. 현시점에서 앞으로 20여 년간은 미래에 엄마가 될 아이들의 숫자가 이미 정해져 있으니 거기에 맞춰 정책을 미리 설계·추진하면 좋겠다. 사실 더 근본적으로는 교육정책이 바뀌지 않으면 인구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본다. 내신 등급제를 예로 들면 한 학년에 500~600명은 있어야 적합한 제도인데, 지금 한 학년에 100명도 안 되는 학교에서 9개나 되는 등급을 매기고 있다. 한 문제만 틀려도 2~3등급을 받는다. 이런 것들이 세대에 맞게 바뀌어야만 아이들의 경쟁심도 줄어들 거다. 지금은 인구가 줄었는데도 오히려 더 경쟁적이다. 

이인실 공감한다. 교육 현장에 너무나 많은 과제가 널려 있는데 해결이 어려운 이유가 있다. 학부모들이 원하는 건 ‘내 자식이 제대로 된 삶을 사는 것’이다. 그러려면 돈을 잘 벌어야 하고 돈을 잘 벌려면 좋은 직장에 들어가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좋은 대학에 붙어야 하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하지만 소위 말하는 ‘괜찮은 일자리’, 상시근로자 수가 500명 이상인 그런 일자리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14% 정도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매우 불완전한 일자리여서 이 한정된 일자리에 들어가기 위해 아이들이 3년씩 수험 공부를 한다. 한국은행에서는 이걸 ‘단일 기회’ 구조라고 설명했는데, 하나밖에 없는 이 트랙에 올라탄 아이는 죽을 때까지 괜찮은 거고 그러지 못한 아이는 2등 인생 내지 3등 인생으로 떨어진다는 위기감이 있다. 그래서 다들 기를 쓰고 14% 안에 들어가려 한다. 결국 이게 다 연관돼 있다. 교육, 노동, 일자리 등을 통섭적이고 포괄적으로 고려해 인구정책을 설계해야 하는 이유다.

최슬기 그렇다. 청년일자리 정책도 인구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청년들이 결혼을 하거나 출산을 선택할 수 있는, 미래를 그리고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이 되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일자리들은 복지정책으로서는 의미가 있더라도 인구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다. 

조영태 좋은 말씀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인구 관련 정책이 저출산 자체에 포커스를 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보육, 양육에 집중하다 보니 복지정책으로만 접근해 온 측면이 있었다. 그래서 좀 더 포괄적으로 인구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 인구전략기획부가 신설될 예정이다. 인구전략기획부의 출범 의의와 역할을 어떻게 보나?

최슬기 정부가 인구정책을 더욱 힘 있게 추진하고자 할 때 위원회로서는 한계가 있다. 이제는 인구 변화에 수동적이며 소극적으로 적응하는 것에 그칠 게 아니라 인구 변화를 바탕으로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미래를 기획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구전략기획부가 생긴다면 현재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보다는 업무 영역도 넓어지고 더 큰 권한을 갖고 멀리 바라보는 인구정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인실 다른 나라 사례를 봤더니 정책에 기본 철학이 있다. 독일의 경우 정책 수립 과정에서 토론을 많이 한다. 원칙에 대해, 원칙이 적용되면 무슨 문제점이 있는지, 이런 걸 토론한 다음에 정책을 정하고 쭉 밀고 나간다. 우리도 앞선 인구 팽창 시기에 만들어진 것들 대부분이 달라져야 하는 상황이고, 그러려면 패러다임을 바꾸고 새롭게 철학을 세워야 한다. 이런 내용이 새로 출범할 부처와 바뀔 법에도 담겨야 할 것이다. 

조영태 인구 문제를 논의할 때 그 대안으로 많은 사람이 외국인을 꼽는다. 최근 서울시에서 보육지원을 통해 추가 출산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런 정책은 어떻게 보시나.

이인실 신청가구의 40% 가까이가 강남 4구에 몰려 있는 것도 그렇고 비용이 적게 드는 것도 아니어서 저출산 문제 극복이라는 당초의 본질에서 다소 어긋난 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 주는 긍정적인 파장이 있다고 본다. 또 시범사업을 해봐야지 실제 당면해 어떤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는지 알게 되고, 그에 대한 대비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조영태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번 시범사업도 그렇고 외국인 노동력을 이야기할 때 인건비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싱가포르처럼 임금체계를 이원화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에 올 유인이 사라진다. 인건비가 높아서 들어오는 거니까. 

 
앞선 인구 팽창 시기에 만들어진 대부분의 것들을
바꾸려면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하고 정책에도
새롭게 철학을 세워야 한다.

이인실 앞으로 돌봄인력에 대한 수요는 급증할 것이다. 베이비부머가 고령층으로 진입하기 시작했고 돌봄인력 자체도 고령화되면서 간병, 노인돌봄을 위한 외국인력의 유입은 불가피하다. 서둘러 이들을 훈련·교육시킬 필요가 있다. 

조영태 말씀처럼 돌봄인력도 갑자기 유치해서 될 일이 아니다. 이번 시범사업을 계기로 향후 대규모로 돌봄인력이 유입될 수 있을 텐데 이때 일본 사례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일본은 베트남에서 돌봄노동 인력을 데려오는데, 일본에서 교육받은 베트남 간호사들이 베트남 현지에서 인력을 모집해 먼저 교육을 시키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일본의 문화, 언어, 실무를 미리 교육시키는 거다. 이처럼 준비된 돌봄인력을 일본으로 보내 현지 적응력을 높였다. 우리도 이런 사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최슬기 예전엔 외국인 돌봄인력이 필요할 때 주로 중국 동포들을 활용했다. 하지만 이제 그분들도 인구감소와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다. 기존 방식으로는 우리가 필요한 만큼 외국인력을 도입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여기에 돌봄수요 증가 문제가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1955년생부터인데 이들이 내년이면 만 70세에 진입한다. 돌봄위험이 빠르게 증가하는 70대 이상 인구에 베이비붐 세대가 들어서는 것이다. 그 수요를 어떻게 채울지 지금부터 준비가 필요한 거고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처럼 방식에 대한 고민들이 이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조영태 우리나라의 미래 산업을 생각해 봤을 때, 현재 외국인으로 채워야만 하는 산업은 내국인은 안 간다는 얘기인데 그런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그런데도 해당 산업을 계속 키우기 위해 외국인력을 유치하는 식의 산소호흡기를 달아야 하나 싶다. 

최슬기 외국인력 도입과 관련해서는 산업발전을 고려한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말씀처럼 산업 구조조정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작동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산업 구조조정이 필요한 부분은 그 방향성을 고민하면서, 꼭 필요한 서비스인데 국내 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경우엔 외국인력을 데려올 필요가 있다.

이인실 우리나라처럼 인구감소가 심각한 나라는 산업개혁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인구가 감소하는 나라에 맞는 생산 유형으로 변모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중소기업 등에 나가 강의를 하면서,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당장 살아남는 게 중요해 다른 생각을 할 여력이 없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산업혁신이나 산업 관련 조정과 같은 부분을 정부 차원에서 진행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가 나서고 민관이 협력하며 현장의 이야기도 많이 들어봐야 한다. 

최슬기 산업을 뒷받침하는 노동인구 구조 변화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구조가 크게 변화하는 시점들이 있다. 이를테면 2000년에 63만 명이 태어났는데 2005년엔 43만 명으로 20만 명가량이 줄어들었다. 이들이 대학에 진학하던 시기에 대학 입시에서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그리고 곧 그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꽤 오랫동안 우리 노동시장에는 매해 약 60만 명의 신규 인력이 들어왔고 이를 기본으로 각 산업들에 인력이 배치됐다. 그런데 60만이 아니라 40만 명이 들어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들의 생존 문제가 제기되고 이에 적응하기 위한 변화가 강제됐던 것처럼, 경쟁력이 떨어지는 산업 부문에서는 인력난이 벌어지고 급격한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 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인실 노동 생산성을 높여 생산인구 감소에 대응한다는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고령자들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 올해는 2차 베이비부머들이 법정 정년인 60세에 들어가는 해다. 이들은 인터넷(1990년대)과 스마트폰(2010년대)에 익숙한 세대로 IT 활용 능력이 뛰어나다. 이들을 교육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미래 글로벌 밸류체인에 들어가 힘을 발휘하려면
사람이 관건이다. 산업과 인구를 묶어 생각 하면서
사람에 충분히 투자하는 정책이 되면 좋겠다.

조영태 주변에 서울 소재 대학에 입학했는데 반수를 하는 학생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네가 사회로 나가 일을 시작하는 2030년이 되면 일할 사람이 부족할 거다. 그때는 출신 대학의 중요성이 낮아지고 개인 능력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 반수를 하기보다 개인 역량을 높이는 데 시간을 사용하는 편이 낫다. 그게 인구학적으로 정해진 미래다.” 하지만 아이들의 생각은 다르더라.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좋은 학교, 더 좋은 기업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괜찮은 일자리로 몰리는 추세가 더욱 강화되면 그렇지 못한 곳, 특히 지방은 이제 사람이 더 없어질 텐데 지방의 인구 위기와 수도권 집중에 대해 이야기를 좀 나눠 보자.

최슬기 정말 지방이 없어지고 서울에서만 살 수 있을까? 또 살아남는 산업들만 갖고도 우리 사회가 잘 작동할 수 있을까? 아니라고 본다. 그렇다면 인구 변화를 미리 알고, 이에 맞춰 기존 제도와 관행을 바꿔나가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

조영태 국내이동 통계를 보면 청년들의 서울 집중이 더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29세 인구는 2010년 약 693만 명이었고 2023년에 629만 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이 연령대 중 경기도와 인천시를 제외한 지방에서 서울로 주민등록을 옮긴 순이동자 수를 보면 2010년 3만1천 명에서 2023년 3만8천 명으로 늘었다. 이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30대에 출신지로 돌아갈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베이비부머들은 퇴직하고 지방으로 갈까? 강남 3구에서 분당으로조차 이주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수도권의 집중도가 완화될 수 있을지, 인구학자로서 이런 말을 하기 괴롭지만 어려운 일이라고 본다. 

최슬기 현실적으로 대도시에 인구가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걸 너무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좀 더 한적한 게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고 그들이 대도시를 벗어나 살 수 있게끔만 해주면 된다. 문제는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도 경쟁력을 가지려면 인프라든 뭐든 일정 수준 이상으로 밀도를 높여야 하는데 그 부분에 아쉬움이 있다.

이인실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들이 한적한 곳을 찾아 지방으로 이주할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현재 베이비부머는 자산의 80%를 부동산으로 갖고 있다. 이주를 위해 부동산을 소득화하려고 해도 세금이 너무 많이 든다. 그렇다면 금융체제와 조세체제를 바꿔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얘기다. 또 개인적으로 큰 병원 옆에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갈수록 많이 든다. 그리고 계속 수도권에 살던 사람들은 흔히 이야기하는 ‘직주락통(직장+주거+문화+교통)’이 가능해야 한다. 지금처럼 지자체들이 각자 도시를 조성하게 되면 구멍이 숭숭 뚫린 스펀지가 될 뿐이다. 최근 일본 소도시에 가봤더니 도시 중간중간이 뻥뻥 뚫려 있었다. 빈 땅에 집을 안 지으면 세금을 물리니까 갈아엎어 주차장이라도 만든다. 사람은 없고 자판기만 덩그러니 있다. 우리도 이제 메가시티가 됐든 콤팩트시티가 됐든 지자체가 힘을 모으고 행정구역을 조정하는 개혁을 해야 한다. 

이제는 인구 변화에 수동적이며 소극적으로 적응하는 것에
그칠 게 아니라 인구 변화를 바탕 으로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미래를 기획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슬기 유보통합, 대학교 학과 구조조정과 같은 사례에서 보듯 ‘절대 안 될 것’이라고 했던 부분들도 최근 몇 년 사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대로 두면 공멸한다는 걸 모두가 체감했기 때문 아닐까. 수도권 집중 이슈도 마찬가지다. 허허벌판에 혁신도시를 만들고 도시와 도시 사이 빈 공간에 KTX 역사를 만들어왔던 것은 인구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관습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젠 그 추세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을 알 때가 되지 않았나. 단순히 광역시와 주변 도시를 합친다는 방식을 넘어 어떻게 도시와 인근 지역을 재구성할지 새로운 발전모델을 고민할 때다. 

조영태 오늘 논의를 통해 인구 문제는 영역도 굉장히 넓고, 인구학자만이 다루는 것도 아니며, 저출산·보육뿐 아니라 사회의 많은 부분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데 모두 동의가 된 것 같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인구정책 방향에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한 말씀씩 부탁드린다. 

이인실 인구정책은 결국 미래를 생각해 미리 준비하는 정책이다. 또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이기도 하다. 정부든 기업이든 지금 이걸 비용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물적 자원이 투자되는 만큼 축적되는 거다. 그런 개념으로 산업, 교육 등 전반적인 시스템을 정비해 주길 바란다.

최슬기 무엇보다 인구 변수에 대한 이해가 달라져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갖고 있는 제도를 옷이라고 한다면, 한동안은 몸이 계속 커질 거라고 기대하는 사회에서 살아왔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몸이 더 이상 커지지 않고 다 성장해 계절에 맞게 옷만 갈아입으면 되는 상황이 됐다. 이젠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몸이 점점 작아지는 상황에 직면했다. 결국 옷을 바꿔야 한다. 작은 수선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많아지고 있다. 옷을 바꾸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협의할 시점에 온 것이다. 변화의 필요성을 미리 인식하고 공유할 수 있다면, 앞서 언급한 사회적 합의가 굉장히 어려운 문제들도 인구 변화라는 이슈 덕에 합의를 볼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질 거라 본다. 그래서 달리 보면 인구 자체가 감소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큰 위기 상황이지만 이게 우리 사회 개혁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조영태 저는 인구 문제에서 산업 이야기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 결국에는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경쟁력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고, 그러자면 바이오, 첨단 제조업, 소재·부품·장비 등의 산업으로 인구가 몰릴 것이다. 여기서 걱정은 인구가 특정 산업에 몰린다는 게 아니라 그런 경쟁력 있는 산업에서조차 일할 사람이 부족하진 않을까 하는 점이다. 당장 대학원에도 연구할 학생들이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R&D가 충실히 이행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결국 미래 글로벌 밸류체인에 들어가 힘을 발휘하려면 사람이 관건이다. 산업과 인구를 묶어 생각하면서 사람에 충분히 투자하는 정책이 되면 좋겠다.

최슬기 맞는 말씀이다. 인구가 결국은 사람이라서 사람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특히 이런 축소사회에서는 중요하다. 앞서 교육 문제에서도 언급했지만 우리 사회는 좋은 대학, 그중에서도 의대라는 단일 목표를 향해 몇 년씩 투자하는 게 당연시되고 있다. 그 길에 성공하지 못한 대다수 사람들을 좌절시키는 건 옳은 방향이 아니다. 인구가 줄어들수록 우리 사회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각자가 가진 개성을 살리고 그에 맞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축소사회는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다. 
정리 양은주 『나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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