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혹은 1년 뒤에 받아보는 편지가 있습니다. 놀랍죠? 반나절이면 전국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시대에 하루, 이틀도 아니고 1년 뒤에 받을 수 있는 편지라니. 그런데 이런 느린 우체통이 곳곳에 생겨나고 있는 중이라네요. 인기가 제법 있나봅니다. 빠름 빠름 시대에 느리게 산다는 것이 언제부턴가 남보다 뒤쳐진다는 뜻이 된 지 오래인데, 언제부턴가 쉼표를 찍을 수 있는 여유와 힐링으로 바뀌어 가고 있더군요.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습니다. 느림의 의미를 되새겨 보려는 생각이 저희만의 것은 아니었나 봅니다.
「슬로우 뉴스」라는 책이 있습니다. 신속함이 떠오르는 뉴스에 느린 소식이라니?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슬로란 느린 소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언론 매체로부터 매일 접하는 뉴스가 근래 들어 흥미 위주의 자극적이고 즉흥적인 속도전으로 치닫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뉴스의 본질은 그러한 속도 경쟁보다는 정확하고 공정하며 가치있고 중요한 그리고 일생생활의 변화를 잘 알 수 있도록 해주는 ‘뉴스다운 뉴스’라고 저자인 피터 로퍼(미 오리건주립대 신문학과 학과장)는 말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패스트’의 반대어인 ‘슬로’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래서 이번 호에선 느림의 또 다른 이름을 찾아봤습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고 시간이 필요합니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도 그렇게 울었지 않습니까.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을 수는 없는 법이지요.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호우시절,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고 했습니다. 비도 때를 기다릴 중 아나봅니다.
펜을 굴리며 느끼는 질감의 소중함을 음미해 본 적이 언제던가요?
그렇게 연필로 글씨를 써 본 적은 또 언제던가요?
오래전 광고에서처럼 스마트폰은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이 기다림과 여유, 약간의 불편함.
사실 불편하면 또 얼마나 불편하겠습니까?
속도에 몸을 맡기기 보다는 잠시 숨을 고를 여유가 필요한 때입니다. 조금 불편하지만 잠시 멈춰 기다리는, 작은 쉼표를 찍을 수 있는 여유가 생활 속에 스며들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