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나에게는 항상 꿈과 목표가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과 적응하며 꿈과 목표는 바뀌어 갔지만, ‘나는 이거 해야지.’라는 생각 속에서 나의 존재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나의 꿈의 대강은, 어느 시기까지는 조직 속에서 사회를 위해 일하다가 인생 후반기에는 자연 속에서 나를 위한 삶을 사는 것이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직장생활 속에서 꿈은 포기되고, 목표도 가물가물해졌다. 나름 안정된 직장에서 조직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나를 바라볼 때 ‘나는 무엇을 위해, 왜 살고 있는가?’라는 고민을 하게 됐지만, 안정된 생활 속에서 새로운 변화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직장생활 10여년 차가 지난 40대 초반. 꿈이나 목표가 없더라도 무언가 나의 미래를 위한 나만의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가시적 목표를 세우기로 했고, 그 대상이 조리사자격증 취득이었다. 나름 맛집 탐방과 직접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혹시라도 은퇴 후에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 결정한 것이다. 야근과 출장으로 이어지는 회사생활에서 요리학원 수강이 쉽지는 않았지만, 같은 과목을 4차례 수강하고 3차례의 응시 후에 결국 자격증을 취득했다. 무언가 나만을 위한 일을 성취했다는 만족감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다가 회사에서 약간의 문제가 발생했다. 예전 같으면 약간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데, 갑자기 전에 제주에서 본 아름다웠던 한 장소(제주시 애월읍 한담)가 생각났다. ‘그곳에서 맛있는 음식과 커피를 팔 수 있다면…. 조리사 자격증도 있는데….’ 나는 퇴사를 결정했다. 나의 새로운 꿈과 목표를 위해!
떠난 지 5년. 나는 그곳 제주 한담에서 4년여를 보내고, 지금은 다른 곳으로 옮겨와 있다. 누구나 제주도 바닷가에서 카페를 한다면 서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마는 않다.
첫째는 변화 없는 일상적인 삶이다. 여기는 여기 나름대로 일상화된 삶이 존재하며, 가게에서 자리를 비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속에서 소소한 만족을 느끼지 못하면 견디기 어렵다. 둘째는 경영상의 문제다. 많은 경우 큰돈을 벌려고 제주에 내려오지는 않는다. 그래도 일상적인 삶을 유지할 정도는 벌고 싶어 한다. 그러나 투자금은 물론이요 운영수지를 맞추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지출을 줄이지 않으면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창문 밖으로 바다가 넘실대는 풍경을 아직도 좋아하고, 수확한 감자ㆍ브로콜리 등을 대문 너머로 놓고 가는 이웃주민의 마음을 고맙게 여기고, 직장생활의 ‘마감’에서 받던 스트레스를 없앤 것을 감사히 여긴다면, 충분히 살아갈 만하다.
누가 나에게 ‘떠나서 행복하냐?’고 물으면 나는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그것은 현재가 과거보다 월등히 행복한 상태여서가 아니라 행복을 더 잘 느끼는 방법을 배워서다. 행복이란 어떤 상태에 도달하면 지속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순간순간 느끼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아직 떠날 적의 꿈과 목표를 간직하고 살고 있는가? 그렇지는 않다. 나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그것은 나무를 심어보는 것이다. 나는 새로운 꿈과 목표를 향해 다시 한 번 떠날까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