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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사막에서 얻은 지혜 “당신만의 북극성은 무엇인가요?”
김경수 강북구청 수유3동 행정민원팀장 2013년 10월호

 

 

속도와 규모에 지친 현대인들을 위해 다양한 대안을 짚어보는 『나라경제』연중기획이 벌써 열 번째를 맞이했다. 이번 달엔 본업에 충실하면서도 이색적인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들이 생각하는 느림이란 자신의 삶에 충실하기 위한 ‘열망’의 다른 이름이었다. 평범한 공무원과 직장인 모험가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김경수 강북구청 수유3동 행정민원팀장(50세)도 바로 그런 이였다.

 

표초희(이하 표): 얼마 전 책이 나왔어요. 「미쳤다는 말을 들어야 후회 없는 인생이다」어떻게 책을 쓰셨어요?
김경수(이하 김): 제 인생의 40대는 사막과 오지레이스를 빼놓고 생각할 수가 없어요. 2003년부터 사하라사막, 고비사막, 아타카마사막 등 지구상 곳곳의 사막과 오지를 넘나드는 체험을 했죠. 저는 기억력이 나쁘거든요. 그러니까 거친 숨을 헐떡이며 레이스를 마치고 들어오면 어둠 속에서도 헤드랜턴을 켜고 그날의 기억을 적었어요. 반복되는 것 같아도 그래야 제 감정이 그대로 담기고 깊이가 생길 것 같아서요. 그게 모이니 꽤 많아졌는데 책에 나온 건 한 20% 정도? 사진도 자꾸 찍다보니 쓰러져서도 찍게 되더라고요.

 

표: 사막레이스라는 도전을 대체 왜 시작하셨어요?
김: 다큐멘터리 같아요. 사막에서 배낭을 메고 전사들처럼 질주하는 장면을 TV에서 봤어요. 보통 그럼 그냥 잊혀야 되잖아요. 이상하게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는 거예요. 그게 뭘까 찾아보니 이런 대회가 있더라고요. 15kg 넘는 장비와 식량을 지고 6박7일 동안 250km가 넘는 거리를 사막이나 오지에서 달리는 거예요. 처음엔 호기심이었겠지만 지나고 보니 그것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전 늘 끄트머리에서 턱걸이 하듯 살았어요. 제 청춘이 그다지 자신감 있는 삶은 아니었던 거죠. 그래서 서른아홉에서 마흔이 되는 그 시점에 내가 정말 해보고 싶은 거라면 도전해보자 마음먹게 된 거고요.

 

표: 하지만 그러기엔 주변 분들의 만류, 특히 가족과 동료들의 반대가 심했을 것 같아요.
김: 지금은 많이 알려져서 체력 좋구나, 자랑스럽다 그렇게들 말씀하시지만 2001년 준비를 시작할 당시엔 국내에 사막레이스를 아는 사람이 없었어요. 말을 꺼내기도 전에 미친 놈, 정신 나간 놈 그랬죠. 그 돈 있으면 가족들 데리고 유럽에나 가라. 하도 그러니까 내가 잘못 생각했나 싶기도 하고... 집사람도 펄펄 뛰었어요. 그런데도 계속 준비했고요. 떠나기 직전에서야 편지를 썼어요. ‘여보, 내가 돈을 많이 벌고 고위직에 올라야 훌륭한 아빠는 아니잖아. 목표를 세우고 그걸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훌륭한 아빠 아닐까.’ 장문의 편지였죠. 며칠 뒤 사막에서 꼭 필요한 방풍재킷을, 지금도 갖고 있는데, 그걸 사다주더라고요. 지금에야 얘기지만 아내는 제가 한번 그래보는 줄 알았다고, 이렇게 계속 갈 줄은 몰랐대요(웃음).

 

표: 대회에 참가할 때 비용도 꽤 많이 들잖아요. 책을 보니 처음엔 마이너스 통장 5백만원으로 시작하셨던데.
김: 저는 이제껏 월급엔 1원도 손 안대요. 대신 용돈이랑 수당을 모아서 쓰죠. 개미같이 모아서 한 입에 톡 털어넣고 또 모아서 톡! 하하. 제가 처음 참가했던 2003년엔 참가비가 2,300달러였는데 지금은 3,500달러 정도 돼요. 여기에 항공료랑 장비, 식량이랑 준비하려면 600, 700만원은 들죠. 그래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꼭 참가한다는 게 원칙이에요.

 

표: 그럼 평소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김: 운동이라는 게 자기 몸 건강하자고 하는 거지 오버하면 부상당하기 십상이거든요. 그리고 운동 한다고 애들이랑 시간 안 보내는 것도 옳지 않은 것 같고요. 전 평소엔 보통 직장인들처럼 일주일에 한두번 헬스하는 정도? 퇴근하면 애들 씻기고 책 읽어주고 그러다가 운동하고 싶으면 밤 11시에 나가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역할이에요. 가장이든 직장인이든 레이서이든 균형을 잘 맞춰야지 그렇지 않으면 엉망이 돼요. 저도 가끔은 제 활동을 자랑하고 싶은 맘도 들죠. 하지만 제가 회사에서 그럼 되겠어요? 제 존재가 일 잘하는 조직의 일원으로서가 아니라면 의미가 없는 거잖아요.

 

표: 혼자서도 힘든 일인데 시각장애인 도우미까지 하면서 레이스를 뛰기도 하셨더라고요?
김: 2005년 이용술 씨에게 전화가 왔어요. 용술 씨는 시각장애인이면서도 국내 마라톤 풀코스를 200회 넘게 뛴 사람이에요. “형, 고비사막 갈거지? 나도 데리고 가.” 그래서 별 생각없이 “그래.” 했는데, 와, 정말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는지 몰라요. 진짜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에요. 그런데도 나한테 손을 내미는 사람이 있고, 내가 도울 수 있으니까 얼마나 다행인가 싶은 맘이 드는 거예요. 그게 계기가 돼서 시각장애인 마라토너 송경태 씨랑도 하게 됐고. 다음 대회에도 용술 씨랑 같이 가려고요.

 

 

 

표: 레이스를 하면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뭔가요?
김: 밤을 새서 달리는 ‘롱데이’ 때 보통 사건사고가 많아요. 선수들이 길을 많이 잃거든요. 그때 전 북극성을 보면서 방향을 잡아요. 당황하거나 앞 사람만 따라가려고 하거나 오버하면 페이스를 잃어요. 북극성을 보고 방향을 잡으면 잠시 길을 어긋날 순 있겠지만 방향을 잃진 않거든요. 우리 인생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자신의 현재가 쳇바퀴 도는 삶 같더라도 우린 모두 각자의 목표와 방향을 갖고 있을 거예요. 그걸 잊지 말아야죠.

 

표: 일주일간 사막에서 어떻게 지낼지 상상이 잘 안돼요. 저 같은 사람도 할 수 있을까 싶고. 레이스에 가장 힘든 점은?
김: 어깨를 찍어누르는 배낭의 하중이죠. 허리에서 하체를 타고 내려오는 하중을 견디다보면 발가락이 다 터지고 만신창이가 됩니다. 그런데 그걸 견디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줄 아세요? 자신의 식량을 모래에 묻어요. 그걸 버리면 오늘밤 굶어야 하는데도 너무 힘드니까. 우리 삶도 그렇잖아요. 힘들면 포기하고 싶고 도망가고 싶고. 하지만 그 무게를 참고 견디면 저녁 만찬과도 같은 결실이 주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레이스랑 삶에 비슷한 점이 참 많아요.

 

표: 내성적이고 소심한 직장인이라시더니 이야기꾼이세요. 즐거웠습니다. 끝으로 저희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김: 지난 10여년 간 사막을 다녔지만 단 한 번도 ‘내가 이번엔 완주할 수 있을 거야.’ 라고 생각해본 적 없어요. 현장엔 늘 내 의지와 상관없는 변수들이 있거든요.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고요.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가슴속에 있는 열망을 꺼내 보시란 거예요. 공부하느라 직장 다니느라 애 키우느라 꼭 하고 싶은데 잊고 있던 일을 망설이지 말고 끄집어내 보세요. 인생 뭐 있나요? 그걸 꺼냈다고 일상이 망가지진 않아요. 사막에 오시란 뜻이 아니라, 내면에 억눌린 그런 것을 무시하지 말고 해보시라고요. 그걸 열심히 하다 보면 인생 최고의 순간이 훨씬 자주 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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