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해지기 시작한 해운대 바닷가. 누군가 해녀복 같은 미끈한 수트를 입고 옆구리에 판때기를 낀 채 바다를 향해 뛰어가는 모습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앗! 서퍼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2010년 초여름 날의 일이다. 그렇게 한국에서 서퍼를 처음 목격했고, 그 주말 나도 바로 서핑에 입문했다.
한국에서 서핑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내겐 꽤나 큰 충격이었다. 스노보드와 웨이크보드를 10여년 타오면서 서핑에 늘 관심을 갖고는 있었지만, 그건 하와이나 호주에서나 가능한 일로 치부하던 터였다. 그런데 해운대에서도 서핑을 하다니…. 처음 서핑을 배우러 갔던 강원도 양양 바다에도 이미 많은 서퍼들이 파도를 즐기고 있었다. 역시 등잔 밑이 어두웠다.
내 인생을 둘로 나누자면 서핑을 하기 전과 후로 볼 수 있다. 잘 타진 못하지만 하루 종일 파도에 말려 물속에서 뒹구는 일이 반복되다가 한번이라도 시원하게 파도를 잡아타면 모든 수고스러움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은 듯 근심걱정이 싹 사라지며 상쾌함을 맛본다. 물론 서핑을 잘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매번 같은 바다를 방문해도 기상 상황에 따라 파도의 높이나 속도가 달라져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지난주엔 잘 되던 것이 이번 주엔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서핑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가장 큰 가치는 ‘낙심 금물’인 것 같다. 인생도 그러하겠지만 일이 잘 안 풀리는 날이 있으면 잘 풀리는 날도 있을 거라는 긍정의 마음으로 자꾸 도전하게 된다.
많은 분들이 서핑을 배우고 싶어함과 동시에 많은 걱정들을 한다. ‘수영을 잘 못 하는데…’, ‘뭘 입고 타지?’, ‘장비는 어떻게 구입하지…’ 등등. 그런 고민들이 머릿속에서 맴돌 때는 서핑동호회나 서핑스쿨 인터넷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미 많은 선배 서퍼들이 같은 고민을 하며 서핑을 시작했고 그런 고민의 흔적들이 게시판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서핑 입문 시 가장 권장되는 방법은 가까운 해변의 서핑스쿨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서핑스쿨을 통해 장비 대여와 강습, 숙소까지 한번에 해결할 수 있고 먼저 시작한 서퍼들도 만날 수 있다. 물놀이를 좋아한다면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두꺼운 수트를 입으면 겨울에도 서핑이 가능하다. 서핑을 배울 때는 현지 바다에 익숙하고 서핑 경험이 많은 강사로부터 배우는 것이 좋다. 아름답게 보이는 바다일지라도 조류(潮流)나 독성 해양생물, 날카로운 바위 등 위험요소가 곳곳에 숨어 있고 바다의 모습이 시시각각 변할 수 있기 때문에 현지 바다에 대해 잘 알려줄 수 있는 안내자가 필요하다. 안전은 두 번, 세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상의 고단함을 씻어내고 내 심신의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시간. 2010년 이후 서핑은 나에게 변함없이 그런 시간을 제공해준다. 그리고 하와이나 캘리포니아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 서퍼들처럼 나도 건강히 나이 들어가길 희망하며 살고 있다. 서퍼들은 ‘최고의 서퍼는 가장 신나게 즐기는 서퍼’라는 말에 모두 공감한다. 왜냐고? ‘느낌 아니까~’. 나이와 운동신경에 상관 없이 자신의 체력과 실력에 맞는 파도에서 나만의 즐거움을 만들어 가는 모습이 아름답다는 걸 아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