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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12개의 느림
권기대 나라경제 기자 2013년 12월호

 

매서운 칼바람을 맞은 풍경소리가 단아합니다.

 

겨울에 만난 느림은 김용택 시인이었습니다. 삶의 속도에 치이는 현대인들에게 여유와 제대로 놀 줄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셨죠. 빠르게, 바쁘게 살아가는 동안에 놓친 것, 잃어버린 것, 잊어버린 것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에서 출발한 느림의 단상. 한 끼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 슬로푸드, 속도의 강박은 이제 생활을 뛰어넘어 음식에까지 영향을 미쳐 대충 한 끼를 때우고 마는 현실을 만들었습니다. 느림으로 맛을 내는 현장을 찾아가 느림의 중요함과 먹을거리의 소중함을 직접 느껴봤습니다.


성큼 봄이 다가왔습니다. 봄기운에 맞춰 천천히 걸으며 길에서 만나는 풍경들을 하나하나 뜯어보기도 했습니다. 느림이 없었으면 모두 놓쳤을 소박하지만 소중한 풍경이었습니다. 이제는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회자될 법한 아날로그적인 삶도 잠시 누려봤습니다. 느림을 향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니 굳이 떠나지 않아도 괜찮더군요. 우리 주변엔 꽤 많은 도시농부, 도시장터 그리고 마을공동체가 느림과 어울려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여름입니다. 느림의 또 다른 이름을 찾아봤습니다. 이문재 시인의 에세이를 통해 기다림에 대해 생각해보고, 900일 동안 틈틈이 조금씩 천천히 기다림으로 지어진 집 잔서완석루도 다녀왔습니다. 배려가 있는 느린 삶도 느껴봤습니다. 환경을 지키고, 나눔을 행하는 삶속에서 느림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봅니다.


바람부는 가을입니다. 느림을 찾아 서울을 벗어났습니다. 떠나도 좋더군요. 도시생활을 박차고 나와 제주도, 통영 그리고 평창에서 새로운 꿈과 목표를 향해 느림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본업에 충실하면서도 이색적인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도 만나봤습니다. 가장 느린 것 같지만 가장 빠른 천체, 별에도 홀딱 빠져봤네요. 사막에서 얻은 지혜를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늦가을엔 예술의 느림을 맘껏 향유해봤습니다. 영혼에 도움이 되는 예술은 삶을 따뜻하게 반추하게 한다는 백순실 작가님의 말씀,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또 다시 겨울입니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느림, 비움까지 왔습니다. 나무는 곧 닥칠 긴 겨울을 나기 위해 나무 둥치와 굵은 가지만 남기고 다 비운다지요. 2014년을 맞이하기 전에 지금까지 정성껏 채웠던 느림들을 이제는 비우고 합니다. 저리는 아쉬움을 가득 안은 채 헤어지려 합니다.

 

겨울부터 시작한 느림이 봄을 지나 여름을 맞이하고 가을을 채우며 다시 겨울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일 년 동안 채우기 위해 정작 『나라경제』 편집팀은 정신없이 달려왔네요. 그동안 ‘느리게 사는 법’ 코너를 성원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 말씀 드립니다.

 

속이 빈 풍경소리가 멀리, 높이 그리고 깊게 울려 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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