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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제철소, 폐선부지, 가스저장고의 이유 있는 변신!
김정후 런던대 지리학과 펠로, 한양대 도시대학원 특임교수 2015년 07월호

 

 

20세기 중반을 넘어서면서 후기산업도시들을 중심으로 급격한 쇠퇴가 진행됐다. 도시가 성장동력을 상실하는 과정에서 실업률 폭등과 물가 불안정을 포함한 일련의 경제 문제가 등장했고, 공동체 와해, 범죄 증가와 같은 사회적 문제가 뒤따랐다. 나아가 노후한 각종 산업시설이 환경을 파괴함으로써 쇠퇴가 도시의 근간을 흔드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도시재생은 이러한 절박한 상황을 타개하고, 새로운 활력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등장했다. 도시재생을 위한 절대적 혹은 보편적 해법은 없지만 방치된 산업용 건물과 시설을 현재의 용도에 맞게 재활용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방식으로 평가받는다.


초기의 선구적 사례는 영국 리버풀의 ‘알버트도크(Albert Dock)’다. 리버풀은 19세기 전 세계 해상무역 거래량의 40%가 이뤄질 정도로 번성했고, 알버트도크가 그 중심에 자리한다. 완전히 문을 닫은 후 버려진 건물을 거의 원형 그대로 유지하면서 일부만을 개조해 머지사이드 해양박물관(1986년), 테이트리버풀(1988년), 비틀즈스토리(1994년), 국제노예박물관(1994년)이 연이어 이전해 개관했다. 버려진 부둣가 창고건물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독창적 문화예술지구로 탈바꿈한 것이다. 알버트도크를 토대로 리버풀은 일관되게 문화주도 재생을 시행했고 2008년에는 유럽문화수도로 지정되는 결실을 맺었다.


1993년에 파리에 등장한 ‘프롬나드 플랑테(Promenade plant?e)’는 4.5km에 달하는 폐선부지를 공원, 공중산책로 그리고 상업공간으로 탈바꿈시킴으로써 경제적ㆍ사회적 성공을 이룬 사례이고, 1997년에 문을 연 독일의 ‘뒤스부르크 환경공원(Duisburg landschaftspark)’과 2001년부터 단계적으로 문을 연 ‘촐퍼라인(Zollverein) 지구’는 라인강을 중심으로 독일의 산업시대를 이끌었던 제철소와 탄광시설을 여가ㆍ문화예술ㆍ상업ㆍ교육시설로 재활용했다. 이 사례들은 전혀 무관한 산업시설이 도시를 풍요롭게 만드는 친환경 공공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한편 2001년 오스트리아 비엔나, 2003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각각 문을 연 ‘가소메터 시티(Gasometer City)’와 ‘베스터 가스공장 문화공원(Wester Gas Fabriek Culture Park)’은 모두 가스저장고를 적극적으로 재활용한 사례다. 가소메터 시티의 경우 하나의 크기가 지름 70m, 높이 80m에 달하는 네 동의 거대한 가스저장고를 공동주택 및 복합상업시설로 개조해 재활용의 범위와 가능성을 더욱 확대시킨 것으로 평가받는다.


위에서 언급한 사례들을 포함해 산업용 건물과 시설은 해당 시기에 특정한 목적을 위해 건립됐고, 규모도 작게는 수백 평에서 크게는 수십만 평에 달한다. 이를 현재의 용도에 맞도록 재활용하려면 다각적 검토와 논의 그리고 높은 수준의 아이디어가 필요하므로 이 과정에서 탄생한 결과물은 새로 지은 건물을 능가할 만큼 창조적이다.


결국 기능을 상실하고 도시에 방치된 산업용 건물과 시설을 철거하는 대신에 최소한의 변화를 통해 재활용하는 것이야말로 경제적ㆍ사회적ㆍ환경적 맥락을 아우르며 지속 가능한 도시재생을 성취하는 방식임에 틀림없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이렇게 해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은 산업유산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도시를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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