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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적’ 재생을 위하여
유창복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센터장 2015년 07월호

 

3년 전 서울에서 처음 마을정책을 시작할 때 ‘서울에 마을은 없다.’는 진단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정부가 마을을 만들 수도 없다고 했다. 그래서 서울시의 마을정책은 마을(만들기)의 주체인 ‘주민이 등장하는 것’을 지원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서울시의 마을지원정책은 주민친화적이고 마을지향적인 행정혁신이 선행돼야 한다고 민과 관이 합의했다.


요즘 도시재생정책은 ‘토건’이 ‘재생’으로 화장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것도 중앙정부와 광역ㆍ기초 정부가 모두 한 덩어리가 돼 신속하게 자기변신을 꾀하고 있는 듯하다. 재생은 주민이 그대로 계속 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노후한 주거시설을 쓸 만하게 손 보고, 함께 지내와 편안한 이웃들과 그럭저럭 안심하고 오래 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려면 바로, 오래 살 주민이 있어야 한다. 그 주민이 오래 살 마음을 내고, 오래 살 방법을 함께 궁리하고 도모해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재생은 ‘주민’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노후한 주거환경의 개선이 다가 아니다. 커뮤니티 공간 지어주고 마는 일은 더더욱 아니다.


재생정책은 ‘주민’을 등장시키는 일로부터 정책이 짜이고, 행정과 전문가가 ‘지원’하는 모양새로 움직여야 하는데, 방향은 재생이라고 하면서 방식은 여전히 토건개발이다. 토건개발이 재생으로 연착륙하려면 기존 방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토건시대에 익숙했던 행정 관료들이 그들과 오랫동안 함께 일해 온 전문가들과 토건시대의 행정시스템을 그대로 활용해 재생을 하려 할 때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진정한 의미의 재생과 주민 주도의 원칙은 행정혁신이 전제가 돼야 비로소 실현 가능하다.


우선 입구전략이 절실하다. 현재 다각도로 노후도를 측정하고 재생지 선정 여부를 가름하는 정밀한 쇠퇴지수를 개발해 적용하지만, 주민을 재생의 주체로 세우는 계획은 없다. 후보지를 선정할 때 객관적인 쇠퇴지수를 기준 삼는 것은 좋다. 하지만 선정 이후에는 주민들이 하나 둘 나서고, 이웃으로 마음을 모으고, 함께 살아갈 방도를 궁리하고 도모하는 ‘예측 가능하지 않은 과정’을 아주 세심하게 지원하며 기다려야 한다. 그러고 나서 비로소 주민이 등장하면, 등장한 그 주민들이 절실하고 시급한 생활의 필요를 해결하기 위해 자구적(당사자적) 실행에 나서고, 이후의 행보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격려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스스로 알아서 하세요.”로 되지 않는다. 훈련된 주민활동가들, 주민들과 함께 일해 본 경험이 있는 협동조합 등의 사회적경제 활동가들의 세심하고도 지속적인 ‘촉진(facilitating)’이 필요하다. 재생지원센터가 중간지원조직으로서 그 촉진 역할을 전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출구는 당연 ‘자립화’다. 오래 살고 싶은 주민들이 오래도록 살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는 집수리는 물론이고 아이들을 챙기고 어르신을 돌보며, 몇몇 주민들은 동네를 위해 일하면서 먹고살 수도 있고, 함께 모여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도 갖추는 등 각종 생활서비스 공급과 공유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다양한 생활서비스를 공유하는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 등의 마을기업을 만들어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이 모든 마을의 시설과 사업들을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개선하는 관리회사도 꾸려져야 한다. 즉 영국의 개발신탁(Development Trust)과 같은 공동체이익회사(CIC; Community Interest Company)나 미국의 공동체개발회사(CDC; Community Development Company)처럼 공동체 기반의 조직을 설립하고 운영할 수 있는 역량과 경험이 미리미리 준비돼야 한다. 그래야 행정이 직접적 지원을 종료해도 주민 스스로가 함께 살아갈 수 있다.


재생은 입구전략과 출구전략을 분명히 하고, 세심하고 인내력 있는 촉진체계를 전략계획으로 담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재생다운, ‘재생적 재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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