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적인 한불관계는 1886년까지 존재하지 않았다. 1836년 최초의 프랑스 선교사 피에르 모방이 조선 땅을 처음 밟은 이후 1866년 아홉 명의 선교사가 흥선대원군의 명에 의해 처형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천주교도 학살·탄압에 대항해 프랑스 함대가 강화도에 침범한 사건으로 인해 병인양요가 일어났다. 그로부터 20년 후인 1886년 6월 4일에 프랑스와 조선은 ‘한불우호통상조약’을 맺게 된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우리나라의 주권 상실로 인해 한불관계는 40년 이상 단절되고 말았다. 광복 1년 후 1949년 정부 수립과 함께 양국 간 외교관계가 다시 회복됐다. 한국전쟁(1950~1953년)은 한불관계를 더욱 공고히 다지는 계기가 됐다. 당시 3년여에 걸쳐 매년 천여 명의 프랑스 지원병들이 미군 제2보병사단 제23연대를 이끈 프랑스인 몽클라르 장군 휘하로 파병됐다. 대부분 레지스탕스와 프랑스 자유부대 출신이었던 3200여 명의 프랑스군 중 10분의 1가량인 270명이 한국전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래서 한불 양국의 수교는 올해 6월 4일자로 정확히 130주년이 되는 것이다. ‘한불 상호교류의 해’로 ‘프랑스 내 한국의 해’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이고 ‘한국 내 프랑스의 해’는 올해 1월부터 12월 말까지 진행하기로 양국 정부가 합의했다. 지난해 9월 18일 프랑스의 국립 샤이오극장에서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우리의 종묘제례악이 무대에 올랐다. 종묘제례악이 프랑스 내 한국의 해의 개막작품으로 선정돼 프랑스인들의 뜨거운 박수 갈채를 받은 것이다.
한국 내 프랑스의 해 개막공연은 2016년 3월 23일 프랑스의 저명한 안무가 조세 몽딸보가 지도한 무용극 ‘시간의 나이’가 양국 합작으로 만들어져, 서울 국립극장 무대에 올랐다. 살풀이, 한량무, 부채춤 등 한국의 전통춤이 조세 몽탈보의 동화적인 상상력을 만나 새롭게 변신한 것이다.
일반적인 수교기념행사는 수교기념일 단 하루를 기념하는 몇 개의 행사나 포럼, 공연 등 간단한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한불 상호교류의 해 행사는 일반적인 수교기념행사와 달리 2년간에 걸쳐서 양국이 문화·예술, 경제, 사회, 미식 등 다양한 분야의 전방위적 행사 350여개가 기획됐다. 한불 상호교류의 해 행사는 단순한 일회성 행사를 넘어 양국 예술가들의 공동창작과 협업, 양국 정부기관간의 교류는 물론, 개인과 민간기관의 실질적인 협력사업이 다채롭게 진행돼 이번 행사가 종료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교류하는 기틀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점은 타 국가와의 수교기념행사와 확연히 차별성을 가진다.
사실 이전까지 서양인들에게 대한민국은 중국이나 일본 옆에 있는 분단된 나라로 인식될 정도로 문화중심국가로 자리매김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나 프랑스 내 한국의 해 행사는 한국의 전통문화부터 현대문화에 이르기까지 빛나는 우리 문화를 프랑스에 알렸다. 한국 공예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대규모의 한국공예전, 에펠탑 점등식, 영화 분야의 임권택 회고전, 안숙선 공연, 각종 미술 전시, 과학포럼과 각종 세미나, 한국의 식문화 등 크고 작은 200여개의 행사가 파리는 물론 프랑스의 전역에 퍼져 나갔다. 이를 통해 한국은 더 이상 아시아의 변방국가가 아닌 다양한 문화와 오랜 역사를 가진 국가라는 인식을 프랑스인들에게 심어 줬다. 한불 상호교류의 해 행사를 통해 한불 양국이 명실상부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발돋움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