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GDP 기준 세계 5위, EU 2대 경제대국으로 6,600만명 인구의 대규모 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무역강국이다. 내수시장 규모에 있어서 프랑스는 한국의 2배 이상이며, 총무역에 있어서도 2014년 1조2,185억달러를 기록, 세계 5위 수준으로 한국의 무역규모를 상회하고 있다. 유럽의 중심에 위치한 유리한 입지조건 외에도 전 세계 29개국 3억3,800만명이 프랑스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프랑스는 프랑스어 경제권 진출을 위한 관문이다.
흔히 EU 시장은 하나의 시장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EU는 소득수준이 상이한 28개국의 연합체다. 28개 회원국 중에는 한국보다 소득수준이 높은 국가도 있으나, 대부분의 중·동부 유럽 국가들은 한국보다 소득수준이 낮다. 이를 반영해 한국의 대EU 무역은 서유럽과 동유럽으로 양분된 무역패턴을 보인다. 독일·프랑스 등 서유럽과의 무역에서 한국은 대규모의 적자를 보여온 반면 체코·슬로바키아·폴란드 등 중·동부 유럽과의 무역에서는 대규모의 흑자를 기록해왔다. 이렇게 이원화된 무역구조는 EU의 중·동부유럽 확대를 전후해 한국기업이 중·동부 유럽에 자동차·전자 분야의 대규모 생산설비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프랑스 무역은 전형적인 서유럽 국가와의 무역패턴을 보인다. 일부 연도를 제외하고 대프랑스 수출은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해 왔으며, 수출에 비해 수입이 더 빠르게 증가하면서 무역수지 적자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 왔다. 2013~2015년 중 양자 간 무역은 연간 92억3천만달러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2003~2005년의 연평균 무역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한 규모이다. 그러나 2003~2005년 무역수지가 적은 수치이기는 하나 연평균 3,63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던 데 반해, 2013~2015년의 기간 중에는 연평균 34억3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2014년 대프랑스 무역수지 적자는 41억8천만달러로 역대 최고치였다.
2015년 기준 프랑스는 한국의 30번째 수출대상국(258억1천만달러)이며, 한국은 프랑스의 17번째 수출대상국(659억5천만달러)이다. 서로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무역상대국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양측의 무역은 상호보완적인 측면이 많다. 한국의 대프랑스 주요 수출품목은 선박, 자동차 및 관련부품, 배터리, 무선전화기 등 상위 5대 품목이 대프랑스 총수출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대프랑스 수입의 경우 항공기 및 관련부품, 화장품, 원동기, 의약품, 기계부품 등이 주요 수입품목이며, 상기 5대 품목은 대프랑스 총수입의 약 37%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관점에서 프랑스는 중요한 수출시장이기는 하지만, 신흥시장만큼 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은 낮으며, 프랑스시장 자체가 이미 성숙한,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또 한국기업들이 주요 수출품목을 중심으로 해외생산을 확대하고 있어 해외공장을 통한 재수출이 증가한다는 점에서 큰 폭의 수출증가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대프랑스 통상협력은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여전히 니치 마켓을 중심으로는 수출확대의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국내 기업의 프랑스 내수 소비재시장 진출은 아직 미미한 편이다. 이는 국내산 소비재의 낮은 인지도 때문일 수도 있으나, 프랑스 특유의 유통망을 국내 기업들이 개척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주된 원인이다. 둘째, 통상협력의 중심을 수출확대에서 기술협력의 확대로 전환하는 것이다. 프랑스는 항공, 원자력, 정밀화학, 운송장비 분야에서 세계 1~2위의 기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기술력 또한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따라서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프랑스 기업과의 기술협력을 통해 국내 기업의 기술수준을 격상시키고, 프랑스 기업이 보유한 유럽 내 판매 및 생산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