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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듯 다른 프랑스의 노동개혁
이대종 SBS CNBC 경제부 기자 2016년 06월호

지난달 말 파리 오를리 공항의 항공편 20%가 취소됐고, 파리와 샤를드골 공항을 잇는 철도 노선은 절반가량만 운행됐다. 프랑스 정부가 추진하는 ‘친기업’ 노동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파업 때문이다. 노동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도 최근 두 달 사이에 벌써 네 번째다. 반대 시위가 과격양상을 띠면서 경찰과의 무력 충돌도 격화됐다. 지난4월 28일에는 124명에 달하는 시위대가 무더기 연행됐고 법안 통과를 강행한 5월 11일엔 노조와 학생조직이 올랑드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현재까지 총 120만명이 시위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프랑스인들에게 시위란, 매일 먹는 빵처럼 흔한 일이다. 우리 정서로 상상하기 힘들지만, 판사들이 법복을 입고 형사법전을 불태우며 거리로 나서는 곳이 프랑스다. 다만 그간의 시위 대부분이 특정 이슈와 연관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시위는 그 양상이 다르다. 각계각층의 분자가 노동이라는 공통분모로 엮여 있다.


이렇게 수많은 이들이 거리로 뛰쳐나온 이유 중 하나는 배신감 때문일 것이다. 마뉘엘 발스 총리가 기존 좌파 논리를 뒤집자, 불과 한 달 만에 노동법 개혁안에 반대하는 인터넷 서명만 100만명을 넘어섰다. 집권당인 사회당 내 평당원들까지도 분당을 거론하고 나설 정도이니 반대의 정도가 꽤나 심각한 셈이다. 물론 제도개혁을 실행할 때, 모든 이들의 공감을 얻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유럽의 병자’라는 평가까지 받던 독일이 다시금 강자로 변모할 수 있었던 데에는 노동개혁이 주효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기틀을 다졌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두 번째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상황도 여유롭지 못하다. 프랑스의 평균 실업률은 10% 수준으로, 지난 18년 사이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4% 수준인 독일보다 6%p 높다. 청년 실업률은 이보다 더 심각해 25%를 웃돌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 타개책을 내놓아야 하는 시점이다. 프랑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의 주요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현행 주당 법정 근로시간 35시간을 최대 60시간까지 늘릴 수 있게 했다. 또 적자 등을 이유로 해고가 가능하도록 기업의 해고 재량권을 확대시키자는 것 등이다.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들어, 고용을 늘리자는 취지이지만 국민들에겐 ‘친기업적’이라는 평가만 각인됐다.


우리 정부 역시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절체절명’의 과제임을 내세워 드라이브를 걸었고,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에는 현지 행사 중에도 슈뢰더 전 독일총리와 ‘노동개혁’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도개혁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여유롭지 못한 것도 비슷하다. 우리나라 청년 실업률이 12%를 웃돌고 있는데, 5% 수준인 일본이나 10% 정도인 미국을 훌쩍 넘는다. 특히 체감 청년실업률은 이미 20%를 넘고 있어 유럽처럼 고착화될 우려도 있다. 지난 총선으로 여소야대 정국이 만들어지면서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 


두 나라 국민들의 정서와 여러 정치·경제 상황 등을 감안하면 해법은 다를 수 있다. 프랑스는 우주항공과 고속철도,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산업 구조이지만 우리나라는 전자 등 일부 업종에 강한 신흥국형 산업 구조에 가깝다. 먹을거리가 상대적으로 빈약할 수도 있다. 프랑스는 좌파가 집권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반대다. 적어도 대통령을 뽑은 이들과 정서를 교감할 수 있다. 다만 두 나라 모두 현재 노동개혁에 팔을 걷어붙였고, 난관에 부딪혔다는 점에서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프랑스의 노동개혁 과정을 좌시하지 말고 명징하게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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