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한국 정상으로는 네 번째로 아프리카 3개국을 순방한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상 처음으로 아프리카연합(AU) 특별연설을 통해 한국의 협력비전과 포괄적 협력방향을 제시했다. 그동안의 정상방문과는 달리 자원외교 등 특정현안에서 벗어나 경제, 개발, 외교, 국방, 의료 및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했다고 할 수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을 끌었던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새마을운동으로 대통령은 새마을운동 경험의 공유를 통해 아프리카 빈곤해소와 농촌 근대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오늘날 아프리카에서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물적 자본’보다는 새마을운동의 기본이념인 근면·자조·협동, 그리고 주민들에게 ‘어떻게 열심히 일할 동기를 불어넣었는지’ 등 자생적 또는 내재적 발전을 위한 정신계몽이라고 할 수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국제사회로부터 오랫동안 대규모 원조자금을 받아왔지만, 여전히 궁핍한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UN, 세계은행 등 국제사회는 물론 아시아, 아프리카 등 여러 개도국의 지도자, 정책담당자, 학자들은 한국의 농촌빈곤 극복경험에 주목하고, 자국의 농촌개발 전략 수립에 새마을운동의 성공요소를 벤치마킹하기를 적극 희망하고 있다. 농촌개발은 단순히 원조나 투자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새마을운동과 같은 ‘자생적’ 농촌개발 정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새마을운동 전수사업은 국제사회의 농촌개발 지원방향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새마을운동은 세계은행, UN 등 국제기구에서 농촌개발 전략으로 추진하는 제도적 능력배양(institutional capacity building), 참여적 개발(participatory development), 주민의 역량개발(empowerment) 등의 방법론이 종합된 것으로 평가된다. 원조피로(aid fatigue) 현상이 공공연하게 거론될 정도로 활력을 잃고 있는 국제 원조사회에서 우리의 새마을운동 전수는 원조의 효과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으며 적은 원조 규모로 다른 공여국과 차별화할 수 있는 ‘한국 고유의 개발협력 상품’이자 소중한 국가적 자산으로 우리의 개발경험을 브랜드화할 수 있는 ‘소프트 파워’다.
물론 새마을운동 전수와 관련해 국내적으로 반론내지는 부정론이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상대국의 제도적 역량과 독특한 사회·문화적 특성을 들며 새마을운동이 접목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새마을운동은 국가 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을 정점으로 일선 마을까지 연결되는 일사불란한 추진체계와 주민의 자발적 참여에 바탕을 뒀지만, 아프리카 등 개도국에서 이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한국과 상대방의 여건이 다르다고 우리의 발전경험 공유 그 자체를 부정해서는 곤란하다. 시공(時空)을 초월하는 완벽한 모델이 없듯이 새마을운동 전수사업 역시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한국은 여러 개도국들과 비슷한 빈곤상황 속에서 농촌개발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함께 공유할 경험적 가치가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개발경험을 전수한다는 것은 우리의 발전 노하우를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과정에서 습득한 여러 경험과 교훈을 상대방의 현실을 반영해 신축적으로 적용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새마을운동 전수 노력 그 자체에 대한 부정적 입장보다는 새마을운동을 통해 얻은 경험과 교훈이 무엇인지 재해석하고, 이를 초기조건이 다른 상대방 지역사회에 어떻게 접목시킬지에 대한 고민이 더욱 필요하다. 우리의 성공사례를 일방적으로 ‘전수’하기보다는 상대방의 실정에 맞게 ‘응용’될 수 있도록 ‘맞춤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