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00만명이 사는 세계 7대 원유생산국, 아이러니하게도 이 나라에서 판매되는 신차 10대 중 2대가 전기자동차(이하 전기차)로 이미 10만대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전 세계 전기차보급률 1위 노르웨이 얘기다.
세계 전기차시장은 지난 2013년 약 20만대에서 2014년 30여 만대로 꾸준히 성장하다 지난해엔 60만대를 넘어서며 1년 새 두 배 성장했다. 중국과 미국, 유럽을 주축으로 한 올해 전기차시장은 100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물론 내연기관차량 수와 비교하면 아직 1%에도 못 미치지만 전기차 붐 확산이 매우가파른 건 분명한 사실이다. 전기차는 가솔린이나 디젤을 사용하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30% 이상 비싸고, 한 번 충전에 따른 주행거리 또한 절반도 안 될 만큼 짧다. 이런 전기차가 왜 잘 팔리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온실가스ㆍ대기오염의 주범인 탄소배출 저감 때문이다.
지난해 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당사국 회의에서 한국을 포함한 세계195개 당사국 모두가 온실가스 감축 이행을 약속했다. 이들 국가가 꺼내든 전략 중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 배출가스 감축에 따른 전기차 보급이다. 이를 위해 다수의 국가가 채찍(규제)과 당근(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2020년까지 자동차회사별 평균 연비를 23%로 강화하고, 유럽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7% 줄일 것을 규정했다. 우리 정부 역시 연비 기준을 지금보다 43% 강화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이 결과 미국을 중심으로 내연기관차 퇴출 움직임도 생겨나고 있다. 캘리포니아ㆍ뉴욕ㆍ오리건ㆍ코네티컷ㆍ버몬트 등 8개 주는 ‘배출가스 제로 자동차(ZEV)동맹’을 맺고 2050년까지 내연기관차의 신규 판매를 금지하기로 뜻을 모은 상태다. 이는 다른 나라로도 확산되는 추세다.
자동차산업계를 압박하는 이 같은 규제만큼이나 소비자를 위한 보급 장려책도 파격적이다. 미국은 전기차 구입 시 세금을 100% 공제하고, 보조금을 최대 7,500달러(약 766만원)까지 지급한다. 일본은 자동차세 50% 감면과 최대 139만엔(약 1,390만원)의 보조금, 영국도 전기차당 5천~8천파운드(871만~1,394만원), 프랑스는 7천유로(약 973만원)를 보조해 준다. 중국 역시 2만5천~5만5천위안(450만~1천만원)의 보조금과 함께 1천만원 상당의 등록비ㆍ구매세를 면제한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정부나 산업계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일반 소비자는 정부정책보다는 경제성 때문에 전기차를 택하는 게 일반적이다. 대다수 국가에서 전기차 구매 시 동급 내연기관차 가격 수준에서 구매할 수 있는 금전적 혜택을 주는 데다 각종 주차ㆍ충전요금을 지원한다. 또한 연료비(전기요금)도 적게 든다.
실제 우리나라의 경우 기존 연료비의 절반 수준에서 전기차를 운행할 수 있다. 전기차 운전자인 김 모 씨는 지난 1월 한 달간 1,300㎞ 주행에 372㎾h 전기를 사용, 6만4,440원의 전기요금을 지불했다. 1㎾h당 80원하는 가정용 심야전기를 사용한 결과다. 일반 내연기관차로 1,300㎞를 운행했다면 주유비만 대략 14만원이 나왔을 테지만 전기차덕에 절반도 들지 않았다.
하지만 전기차 이용에 따른 단점도 존재한다. 전기차는 기존 차에 비해 주행거리가 짧은 데다 충전인프라가 부족하다. 개인 소유의 전용 충전기를 갖기에도 공동주택이 많은 우리나라 주거 특성상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이마저도 점차 해결되는 양상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내년부터 한 번 충전으로 300㎞를 달리는 차가 속속 출시되고, 시장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차 가격도 점차 내리는 추세다. 시장이 확산되면서 정부뿐 아니라 민간 충전인프라 사업자가 등장했고, 전기차 개발에 소홀했던 유력 완성차업체들도 시장에 가세하고 있다. 우리 후대들이 사용할 지구환경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전기차에 관심을 가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