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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디지털도서관의 교본 ‘유로피아나’ 등록된 기록물만 5,300만건
이성규 블로터 미디어랩장 2016년 09월호

유럽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선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이나 영국 대영박물관을 꼭 들러야 했다. 하지만 공식이 바뀌고 있다. 디지털시대, 유럽의 역사를 공부하기 위해선 ‘유로피아나(www.europeana.eu/portal/en)’에 반드시 접속해야 한다. 이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유로피아나는 유럽 문명을 품은 디지털 저장소다. 디지털도서관이자 박물관이다. 기록물 형태로 남겨진 유럽의 역사가 고스란히 저장돼 있는 유럽의 ‘디지털 자존심’이기도 하다.


굳이 디지털 자존심이라고 표현한 데는 이유가 있다. 유로피아나는 구글의 디지털도서관 프로그램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구글은 2004년 12월 디지털도서관 구축을 위한 장대한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하버드대 도서관을 시작으로 미시간대, 뉴욕 공공도서관 등의 자료를 모두 디지털화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구글의 야심은 이미 유럽으로 향하고 있었다. 옥스퍼드대 보를리안 도서관의 백만 장서를 모두 스캔해 검색 가능한 디지털 기록으로 변환시키겠다는 계획을 분명히 했다.


자존심 강한 유럽 도서관들이 발끈하는 건 순리. 장 노엘 잔느 프랑스 국립도서관장의 2005년 『르몽드』 기고문은 유로피아나 프로젝트의 시발점이었다. 잔느 도서관장은 당시 기고문에서 “구글이 전자도서관 콘텐츠로 사용될 서적을 선정하는 데 미국적 사고방식을 적용하고 있다.”라며 “유럽연합(EU)이 구글의 전자도서관 및 관련 검색엔진 구축 프로그램을 조정하는 데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고는 곧 현실로 옮겨졌다. 2005년 유럽 6개국은 유럽위원회에 유럽디지털도서관 창설을 제안했고 재빠르게 대응 프로젝트를 탄생시켰다. 그것이 바로 ‘유로피아나’다.


2008년 프로토타입이 완성됐을 때 유로피아나에 등록된 컬렉션은 200만점 내외였지만 이듬해 500만점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2016년 8월 현재는 약 5,300만건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2,900만점은 이미지 기록물이다. 미술관에서나 만나봄 직한 저명한 유럽 화가의 미술작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텍스트는 2,200만점, 음악이나 육성 기록물은 97만건이 담겨 있다.


유로피아나에는 유럽의 역사와 함께 디지털 아카이빙 기술이 집약돼 있다. 다양한 유럽국가들이 네트워크 형태로 참여하면서 저장된 기록물 간의 원활한 상호운영 및 교류는 필수요소였다. 이를 위해 유로피아나는 EDM(Europiana Data Model)이라는 데이터 기록 모델을 만들어 체계적인 아카이빙을 시도했다. EDM 모델에 따라서 거의 모든 기록물을 링크드 오픈 데이터(LOD)로 연결시켰다. LOD는 메타데이터 간의 연결을 보장하는 데이터 규약이다. 예를 들어 베토벤의 악보와 베토벤의 친필 편지를 베토벤이라는 메타데이터로 연결함으로써 다른 양식 간의 기록물을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디지털화한 유럽의 역사적 기록물 상당수에는 CC0라는 라이선스가 적용돼 있다. 저작권자의 허락을 구하지 않아도 누구나 내려 받아 재가공하거나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CC0 라이선스는 저작권의 부분적 공유를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단체 ‘크리에이티브 커먼즈’가 제안한, 상업적 활용도 인정하는 저작권 사용 규약이다. 그래서 제3자가 유로피아나가 개발한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의 약자로, 운영체제나 프로그래밍 언어의 기능을 응용프로그램에서도 제어할 수 있게 만든 언어나 메시지 형식)를 이용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도 있고, 신규 웹서비스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유로피아나는 디지털 공공도서관의 교범이다. 전 세계 국립도서관과 박물관은 구글이 아니라 유로피아나를 벤치마킹 모델로 삼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유로피아나를 본뜬‘한중일 디지털도서관’이 2016년 말께 오픈할 예정이다. 전 세계 도서관들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유로피아나를 참조하며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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