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사람의 특징 중 하나는 소위 ‘흐름’을 잘 읽는다.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는 스마트폰에 심취한 사람들을 보고 그들이 뛰어놀 수 있는 거대한 소통공간을 만들었다. 요즘같이 정보과잉의 시대에는 이러한 능력이 더욱 빛을 발한다. 흔한 정보도 걸러내고 결합해 취합하면 수익을 내는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능정보 전문업체 와이즈넛은 빅데이터를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에 결합한 ‘비정형 처리기술’로 국내 기업용 검색시장 1위를 차지했다. 이후 검색 이외의 데이터 수집, 분석까지 새로운 도전에 나선 와이즈넛의 강용성 대표를 찾아가 인공지능 기술 이야기와 인공지능이 가져올 우리 삶의 변화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와이즈넛 기업 소개와 보유한 기술에 대해 소개하자면? 와이즈넛은 검색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다. 검색엔진으로 정부기관이나 기업의 전자결제, 업무용 시스템, 각종 기안과 기획서 등을 쉽게 찾을 수 있게 하는 지능정보 기술을 가지고 있다. 지능정보는 인공지능보다 더 넓은 개념으로 가공되지 않은 정보인 비정형 자료를 분석해 이를 유용한 데이터로 재생산하는 것을 뜻한다. 현재 와이즈넛은 빅데이터에서 뽑아낸 검색솔루션 서비스를 보험사나 증권사와 같은 금융권, 유통업체, 의료·공공기관 등의 고객사에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객 문의에 자동 응대하는 지능형 솔루션 ‘와이즈봇(WISE-Bot)’과 지능형 상품추천 솔루션 ‘와이즈 쇼핑봇(WISE-Shop Bot)’을 선보였다.
와이즈봇이나 와이즈 쇼핑봇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두 가지 모두 사람들이 자유롭게 서술한 텍스트나 말, SNS상의 정보를 가공한 뒤 시스템과 잘 반응할 수 있게 한 ‘챗봇(Chat-Bot)’이다. 과거에는 검색어를 쳐서 사고자 하는 제품을 찾았지만 쇼핑봇을 활용하면 문자 형태로 말을 주고받으면서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출근용 양복을 구입한다면 양복점 점원이 가진 정보부터 과거 구매이력, 추천 제품 등의 목록을 전부 시스템화시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직접 점원을 만나서 구입하려면 백화점 운영시간에 맞춰 방문해야 하지만 쇼핑봇을 활용하면 24시간, 아무 때나 자유롭게 소통하면서 쇼핑을 할 수 있다. 금융상품인 로보어드바이저 역시 와이즈봇에 접목시키면 오프라인과 비슷한 효과가 나타난다. 소득, 연령, 가족관계 등 금융정보를 변숫값으로 대입했을 때 실제 금융상담을 받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구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전 이후 인공지능 기술이 큰 이슈를 불러일으켰다. 지능정보 업계에서 달라진 점은? 알파고가 우리 사회에 기대와 두려움, 이 둘을 동시에 가져온 것 같다. 먼저 ‘컴퓨터가 사람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란 기대감을 향상시켰다. 또한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구조가 바뀌고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다.’란 두려움도 가져왔다. ‘양날의 검’과 같은 인공지능의 성격으로 사업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커졌는데 주변에서 보는 우려 섞인 시선도 많아졌다.
강용성 대표께서 말하는 인공지능이란? 인공지능은 컴퓨터가 가진 특징 중 인간과 닮은, 기억하고 분석하고 연산하는 등의 기능을 구현시켜 사람의 지능을 대체하는 기술이다. 사람의 말을 다루고 사람처럼 기능하는 인공지능은 인간에게 친구인 동시에 적이다. 예를 들어 콜센터 업무는 감정노동의 측면이 강하다. 만일 굉장히 화가 난 상태의 민원인을 다루려면 콜센터 상담원도 고통 받을 것이다. 이때 단순화된 답변을 제공하는 서비스는 인공지능 로봇이 대신할 수 있다. 감정노동에 지친 상담원도 보호하면서 이용자에겐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측면에서 인공지능은 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업무를 대체하려면 얼마나 걸릴까? 하루아침에 모든 업무를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는 없다. 지능화된 챗봇을 개발하기까지 기본적으로 사람의 언어를 분석할 줄 알아야 한다. 그 다음 이 기술로 어떻게 고객을 응대할 것인지 사람이 직접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의사, 판·검사, 예술가가 없는 세상이 오려면 시일이 좀 걸릴 것이다. 먼저 인식하고 사고하는 창의적 활동이 선행돼야 하고 이 데이터가 인공지능화되는 것은 그 다음 일이다. 정보가 많이 쌓였다고 해서 갑자기 그 분야 전문가를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치 클래식 음악을 많이 들었다고 해서 작곡가가 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귀납적인 과정을 늘려가는 기계학습 ‘딥러닝’이 그렇다. 무조건 데이터를 계속 밀어 넣는다고 사람의 의지, 역량, 판단력을 따라잡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기술이 앞으로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까? 가까운 미래를 예상한다면, 현실적으로 로봇 변호사가 출현하는 것보다 로펌의 업무를 도와주는 어시스턴트나 헬퍼로서의 보조자 역할은 기대할 수 있다. 사건을 분류하고 판례를 정리하는 보조 업무를 로봇이 담당하는 것이다. 이후 로펌의 직원 수를 줄일 수 있다면 변호사 수임료가 낮아지고 더 많은 사람에게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과거에는 많은 비용을 치러야 했던 일들을 더 저렴하면서 질 높은 수준으로 경험하는 세상이 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프라이빗 쇼퍼’와 같이 소수의 특권층이 누리던 서비스도 대중으로 확대된다. 하지만 바꿔 생각하면 많은 사람이 필요 없는 세상이기도 하다. 차원이 다른 경쟁사회가 열릴 것이다.
강용성 대표가 예상하는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는? 당장 백화점만 가 봐도 변화가 느껴진다. 예전의 백화점은 단순히 판매를 위한 진열이 중심이었지만 요즘엔 브랜드 체험형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백화점에서 체험한 뒤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일이 많아서다. 결국 서비스업종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앞서 설명한 콜센터의 경우 인건비 경쟁 때문에 중국으로 이전하는 일이 많았지만 더 이상 인건비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국내 인력에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적 요소를 가미한다면 단순히 인건비를 줄이는 것보다 맞춤형 상담으로 서비스 질을 높이는 일이 더 중요해진다.
인공지능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정책적으로 뒷받침해 줄 부분은 없을까? 빅데이터를 활용하려면 계좌번호나 질병의 이력같이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뤄야 할 일이 생기는데 이러한 정보는 얼마든지 긍정적으로 쓰일 수 있는 자원이다. 금융권에서 활용한다면 탈세나 보이스피싱 등 비정상적인 거래를 막을 수 있고 의료 분야에선 질병의 이력을 분석해서 미래의 질환을 예측, 보험료나 진료비를 낮출 수 있다. 하지만 규제에 대한 논의로 갑론을박하는 사이 유럽의 인공지능 산업은 벌써 저만치 앞서 나간 느낌이다. 산업의 덩치를 키우는 제도적 장치보다 대기업 틈바구니에서 경쟁하는 스타트업들이 자리 잡을 수 있는 생태계를 형성해 줬으면 한다. 또 대기업 선배와의 매칭을 통해 스타트업은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대기업은 적절한 비즈니스 플랫폼을 마련해주는 역할도 필요하다.
끝으로 와이즈넛의 계획 및 목표는?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지능정보 기술이 목표다. 결국 인공지능의 미래는 사람에게 있다. 장애인, 노인 등 소외계층이 더 인간다운 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그들에게 24시간 헬퍼를 선물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싶다. 갈수록 정보 앞에 사람들의 기회는 평등해지고 있는데 이제는 정보에 대한 공평한 배분이 이뤄져야 할 차례다. 정보의 평등이 와이즈넛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사람 냄새나는 세상을 앞당기는 데 쓰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