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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인공지능관에서 벗어나 현실적 목표 세워야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 2016년 10월호



기업의 콜센터는 인공지능기술과 산업에 의해 좀 더 인간과 잘 협력하는 시스템으로 발전할 것이다. 인공지능은 사회의 시스템을 좀 더 믿을 만하고 투명하며 고장확률이 적으면서 안전하도록 만드는 데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산업을 제대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기술의 응용 대상과 방향을 제대로 잡은 뒤 현실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 먼저 자연어 처리 기술의 현황에 대해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세계적 기업들의 제품과 서비스 중에, IBM의 왓슨(Watson)과 손잡은 소프트뱅크의 페퍼, 아마존의 에코(Echo), 애플의 시리(Siri) 등이 인간과 자연어로 대화하는 로봇 또는 가상 비서형 서비스의 모습을 띠고 있어 자연어 대화에 기반한 서비스가 곧 실현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냉정히 판단해보면 그렇지 않다.


음성언어이해(SLU; Spoken Language Understanding)에 기반한 음성대화시스템(SDS; Spoken Dialogue System)이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 등에 의해 연구되고는 있긴 하지만, 사람과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기술이 5년 또는 20년 안에 실현될 것이라는 전망을 주는 논문이나 기술 또는 응용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그저 사람의 질문을 음성 인식하고 구문을 만들어, 이 질문을 만족시킬 만한 정보나 콘텐츠, 서비스를 적절히 제공하는 기술만 시도되고 있는 상황이다. 인공지능산업은 그 이상을 소비자나 기업 고객에게 기대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며, 자연어 처리 기술이 실현 가능한 단기와 중장기 서비스 목표를 명민하게 설정해야 한다.


이것은 국가 주도의 R&D에서도 마찬가지인 동시에 민간기업의 R&BD(연구사업개발)에서도 같이 요구된다. 민간기업 대부분의 의사결정자는 인공지능 기술의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낭만적 인공지능관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할 경우 비현실적인 목표설정이 민간기업에서도 공히 나타날 수 있다. 세계최고 기업 소프트뱅크와 애플에서도 같은 실수가 일어났다. 소프트뱅크의 페퍼는 곧 실패할 확률이 높고, 2010년 출시된 애플의 시리도 출시 6년이 돼가지만 제대로 된 서비스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자율주행차도 마찬가지다. 운전 핸들이 없는 완전한 무인차의 개발이 언제 현실화될까? 많은 사람들은 5년 내, 10~20년 내에 가능하다고 보지만, 필자는 이미 2014년에 무인차의 불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물론 주변에 필자와 같은 생각을 표현하는 전문가는 그리 많지 않다. MIT의 데이비드 민델(David A. Mindell) 교수 정도만이 있을 뿐이다. 인공지능은 완전자동화를 목표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며 온전히 인간을 대체하는 형태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고, 완전한 자율성을 갖는 로봇, 소프트웨어라는 것은 환상이며 바람직하지도 못하다. 인공지능 기술과 산업이 세상의 기기, 소프트웨어, 시스템, 서비스를 완전자동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실패와 실망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고객과 자연어로 대화하는 기업의 콜센터를 인공지능으로 자동화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기업의 콜센터는 인공지능 기술과 산업에 의해 좀 더 인간과 잘 협력하는 시스템으로 발전할 것이다. 인공지능은 사회의 시스템을 좀 더 믿을 만하고 투명하며 고장확률이 적으면서 안전하도록 만드는 데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인공지능 자동차는 무인자율주행차가 아닌 안전하면서 믿을 만한, 그리고 고장이 나지 않는 자동차라는 목표를 위해 가야할 것이다.


인공지능은 언어가 개입돼 있지 않은 영상 인식, 데이터 및 숫자 패턴 인식 등의 일부 분야에서 인간보다 더 높은 통계적 정확성을 보이고 있고, 바둑과 체스와 같이 정적이면서 간단하며 인간과 언어적 소통을 할 필요가 없는 분야의 게임에서 인간 최고수보다 높은 능력을 보이는 수준까지는 발전했다. 이러한 진보는 인공지능 기술이 금융 데이터 분석 및 의사 결정 분야, 음악·미술 등 비언어 문화 예술 콘텐츠의 분석, 평가 및 생성 분야, 그리고 천문학·의학 등 자연과학의 대용량 데이터 분석 분야, 기업의 마케팅·생산 데이터의 대용량 분석을 통한 의사결정의 과학화 및 효율화 분야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인공지능 기술의 활용 역시 해당 분야에서 사람과의 적절한 협업을 통해 그 효과가 발휘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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