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길병원은 1991년 국내 최초 OCS(Order Communication System, 처방전달시스템)를 구축하고, 1995년 백령도 원격진료사업을 시작으로 2008년 해양 원격응급의료서비스, 2015년 취약지 응급의료 원격협진네트워크 구축사업을 수행하는 등 의료정보와 원격의료 분야에 높은 연구역량과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
원격의료 분야에 다양한 기술과 경험이 축적돼 있지만 국내에서 산업화를 위한 사회적 합의 및 법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해외진출을 고려했고, 정부의 중남미 진출 기반마련을 계기로 2015년 4월 가천대 길병원과 페루 까예따노 에레디아(Cayetano Heredia)병원이 페루에 적합한 원격의료모형 개발, 원격의료기기 및 장비 공동개발, 병원정보시스템 구축 등의 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MOU 이후 페루에 가장 적합한 원격의료, 의료정보화 모형을 찾기 위해 4개월간의 사전조사를 시행했는데, 페루는 한국과 지구 반대편에 있고 스페인어를 사용하며 네트워크 사정이 좋지 않은 데다 EMR(Electronic Medical Record, 전자의무기록) 구축이 미미해 적합한 모형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한국의 10배 가까운 넓은 국토, 부족한 의료인 문제로 페루 보건부에서 원격의료를 보건의료인프라로 구축하고자 하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특히 모자보건 분야의 경우 페루 전체 출생의 30%가 리마에 집중돼 있고, 인구 1만명당 산과 전문의 수가 페루에서 가장 적은 것으로 미뤄 리마 지역의 모자보건 분야를 시급하게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근거로 대학병원과 취약지 모자보건센터 간의 원격협진모델을 <그림>과 같이 만들고 전자청진기, 심전도, 혈압계, 혈당계, 모바일초음파 등을 연동한 원격의료시스템 진출을 결정했다. 원격협진 시 이뤄지는 의료정보관리를 위해서 PHR(Personal Health Record, 개인의료정보) 시스템도 구축하기로 했다.
페루 보건부 및 산하 의료서비스 관리기관 IGSS(Instituto de Gesti?n de Servicios de Salud)와의 협의를 통해 이번 의료시스템 진출이 단순히 원격의료장비 설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원격협진의 의학적 안전성과 유효성, 그리고 경제적 타당성을 분석해 페루 원격협진시스템 확산의 정책적 근거로 활용하고자 했다. 가천대 길병원은 10월 4일(페루 현지시각) 까예따노 에레디아 병원과 모자보건센터를 관장하는 페루 IGSS와 원격의료시스템 구축에 대한 거래조건협정서(MOA)를 체결했다. 각 기관의 역할, 시범사업 기간, 평가지표 등이 구체화됐다.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대한민국의 모바일 디바이스, 원격협진시스템, 의료정보시스템의 우수성을 증명하고, 페루 정부의 원격의료시스템 확산 정책을 지원함으로써 원격의료시장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더불어 의료시스템과 데이터 연동을 위한 표준화 작업을 통해 페루 정부 원격진료 확산사업의 파트너가 돼 본격적인 수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이번 사업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