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1인 가구의 비중이 주목할 만큼 높아져 100가구 가운데 12가구(11.8%)가 1인 가구로 추정된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서유럽이 가장 높은 비율(28.9%)을 보이고, 북미 (26.7%), 호주(25.7%), 동유럽(22.0%)이 그 뒤를 따른다. 반면 아프리카는 3.1%, 중남미는 7.8%에 불과하고, 아시아는 7.6% 수준이다.
국가별로는 노르웨이(37.9%), 독일(37.5%), 프랑스(33.0%), 영국(28.5%), 미국(28%) 등이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동아시아의 1인 가 구 비율도 높은 편이다. 일본의 1인 가구 비율은 32.7%로 장기화된 경기 불황에 따른 비자발적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고, 도쿄 같은 대도시는 45%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중국의 1인 가구 증가도 가시화되고 있다. 2010년 현 재 홀로 사는 사람은 1억8천명으로 전체 인 구의 약 14%로 알려져 있다. 10년 사이에 1인 가구 수가 두 배로 증가했다.
한국 사회에서도 1인 가구 증가 추세가 가파르다. 2015년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990년 9%에 불과하던 1인 가구 비율은 25년 사이에 세 배 이상 늘어나 전체 가 구의 27.2%(520만가구) 수준까지 이르러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가구 형태가 됐다.
1인 가구 증가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는 개인주의의 확산을 들 수 있다. 많은 사람들 이 혼자 살면서 다른 사람들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길 희망하고 있다. 또한 많은 문화권에서 기존의 가족체제가 더 이상 구성원에게 독점적으로 기존의 가족기능을 제공하지 않음에 따라 가족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고령화도 하나 의 원인이 되고 있다. 남녀의 생물학적 수명 차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배우자나 파트너의 죽음 이후에 홀로 사는 노년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한편 젊은 세대는 교육이나 취업 같은 경제적 문제와 관련이 깊다. 많은 나라에서 고등교육이 지역사회 내에서만 이뤄질 수 없어 불가피하게 타 지역으로 이동하게 된다. 취업도 마찬가지다. 대도시 등 특정한 지역에 서만 일자리를 찾을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문제는 많은 선진국에서 이런 상황이 일시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교육과 고 용 부문에서 경쟁이 심화되고 일자리의 질이 하락하면서 청년 세대들이 혼자 살아야 하는 기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국도 전 세계적인 흐름과 유사하다. 특히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변화가 시공간 을 아울러 극히 압축적으로 이뤄져온 특성 때문에 그 추세가 매우 가파르다. 제도적 가족으로부터 거리를 두려는 다양한 탈가족화, 개인화의 증후, 교육과 취업으로 인한 독신 선택 또한 매우 집약된 경로를 보여준다. 게 다가 중년 세대에서 나타나는 이혼의 급증 역시 1인 가구의 증가를 불러일으키는 중요 한 이유다.
앞으로 이러한 1인 가구의 증가는 전 세계 적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물론 1인 가구의 증가는 개인의 선택과 자유 혹은 경제활동 단위의 증가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개인화’와 ‘개별화’, 그로 인한 관계적 고립과 단절은 사회적 연대와 통합의 가치를 위협한다는 점에서 현대사회 의 핵심 문제이기도 하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개인화는 개인 사이의 유기적 의존관계가 심각하게 해체되거나 구성원 간의 적대적 관계가 증폭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현 대인들에게 안정감을 제공하고 정체성의 근 거가 됐던 전통적 관계들의 해체로 인한 사 회적 배제, 그리고 선택에 따른 삶의 다양성에 기인한 공동체적 연대의 약화는 개인 의 고립감과 우울감을 증가시킨다. 이 과정 에서 사회적 응집력이 감소하는 ‘응집의 위 기(kohaesionskrise)’가 심화되고 가치와 규범이 통일되지 못해 사회 구성원 간 상호 이 해와 의미전달이 어렵게 되는 ‘규제적 위기 (regulationskrise)’가 수반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