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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대‘혼’민국 ··· 혼자, 작게, 빌려서, 간편하게
노승욱 매경이코노미 기자 2016년 12월호

520만명.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국내 1인 가구 수다. 전체 가구의 27.2%로 가장 흔한 가구 형태가 됐다. 유통업계에서 1인 가구 관련 상품이나 서비스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는 이유다.


일단 제품은 뭐든 작은 게 인기다. 생활공간이 협소한 싱글족에게 각종 생활필수품은 ‘소소익선(小小益善)’. 특히 기한이 정해 져 있는 음식류의 경우 소포장 제품은 선택 이 아닌 필수다. 포장김치 브랜드 ‘종가집’의 경우 1㎏ 이하 소포장 김치 비중이 60%를 넘은 지 오래다. 오리온은 한 상자에 12개 또는 18개인 초코파이를 편의점 전용 낱개 제 품으로 팔기 시작한 뒤 판매량이 50% 이상 급증했다.


집도 작아야 잘 팔린다. 지난 6월 22일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14구역을 재개발하는 ‘답십리파크자이’ 견본주택에서 최고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건 가장 작은 평형인 전용 49㎡(약 15평) A타입이었다. 이 평형은 34가 구를 모집하는데 1,449명이 청약 접수했다. 경쟁률이 42.6 : 1을 기록해 전체 평균(19.8 : 1) 의 2배가 넘었다.


여행·문화업계에선 혼자 여행을 떠나거나 영화를 보는 ‘혼행족’, ‘혼영족’이 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삼성카드 빅데이터에서도 포착된다. 최근 5년간 삼성카드 결제내역을 분석한 결과, 2인 티켓이나 밥값을 함께 계산하는 경우가 많은 문화시설(화랑 등)과 요식 업종의 건당 결제금액 감소율은 각각 18%, 16%에 달했다. 조사대상 26개 업종 평균 감소율 13%를 웃돈다. 2~3인용을 한 번에 결제하던 것이 1인용만 결제하는 식으로 줄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메가박스는 혼영족을 잡기 위해 아예 ‘싱글석’을 별도로 마련했다. 코엑스점 6~11관 의 5열 전체가 싱글석이다. 옆 좌석과 테이블을 사이에 둬 커플관객 등쌀(?)에 치이지 않고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게 한 것. 메가 박스 관계자는 “최근 나홀로 관객이 증가하면서 싱글석을 찾아 예약하는 마니아가 있을 정도로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렌털산업도 활황이다. 과거 소비자들이 자동차나 정수기 등 주로 고가 상품을 렌트했다면, 이젠 커피머신·노트북·가구·매트리스·옷 등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대여 해 사용한다. 덕분에 국내 렌털산업은 지난 2006년 3조원에서 올해 26조원으로 10여년 만에 9배가량 급증했다.


간편가정식(HMR; Home Meal Replacement) 열풍도 뜨겁다. 이마트의 HMR PB브랜드인 피코크는 올 1월부터 5월까지 매출이 6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80억원)보다 37.5% 증가했다. 올해 1~4월 이마트 전 체 매출 신장률이 5.2%인 점을 감안하면 괄 목할 만하다. 피코크는 출시 첫해인 2013년 34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2014년 750억원, 2015년 1,270억원, 올해는 1,650억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3년 만에 5배 가까이 성장하는 것이다.


통계청은 1인 가구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해 2035년에는 763만가구(전체 가구의 34.3%)에 달할 것으로 관측한다. 세 가구 중 하나는 1인 가구가 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 서 핵가족화와 장기불황을 먼저 겪어 1인 가구가 32.7%(2015년 기준)에 이르는 일본 사 회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 라 멘집이나 패스트푸드점에는 으레 나홀로 손님을 위해 칸막이로 된 1인석이 마련돼 있다. 심지어는 여럿이 함께 식당에 들어가 1인석에서 따로 식사를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솔로 웨딩’이 유행으로 떠올랐다. 결혼 계획은 없지만 웨딩드레스는 입고 싶은 여성들을 위해 혼자 웨딩드레스를 입고 길거리나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어주는 서비스다.


“일본에선 ‘결혼했냐’고 물어보는 것 자체가 실례다. 덕분에 일본은 ‘혼자 살기 편 한 나라’가 됐다.” 김유영 동덕여대 일본어 과 교수의 말은 갈수록 비혼이 증가하는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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