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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공간에서 내 방식대로 즐길 수 있어 ··· 주거·안전에 대한 고민은 현재진행형”
김주현(직장인)·유정우(개인사업) 2016년 12월호

때_ 2016년 11월 11일 오후 7시
곳_ 토즈 강남점
참석자_ 김주현(직장인/여/33세/1인 가구 5년 차), 유정우(개인사업/남/27세/1인 가구 8년 차)


라경제_ 1인 가구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가구형태가 되며 ‘솔로들의 세상’이 시작됐다고 한다. 오늘은 두 분을 모시고 20~30대 솔로들의 이야기와 고민을 들어보고자 한 다. 먼저, 혼자 살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김주현_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독립한 지 5년 정도 됐다. 처음으로 나만의 공간이 생기니 그땐 설레기만 했던 것 같다.


유정우_ 대학 진학을 계기로 혼자 살게 됐다. 2009년에 서울에 올라왔으니 햇수로 약 8년 됐다. 당시엔 부모님과 떨어져 처음으로 혼자 만의 공간을 갖게 되는 거라 무척 신나더라. 그런데 실제 살아보니 피곤한 부분이 생기면 서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깨닫게 됐다.


나라경제_ 현실과 이상의 차이라면?


유정우_ 밥, 청소, 빨래 등 살림이 만만찮다. 빨래 같은 경우는 여러 번 망쳐봤다. 퇴근 후에는 밀린 설거지와 집안일하기 바쁘다. 이제는 나름 노하우가 생겨 기본 이상은 한다. 부모님도 내 살림실력을 인정하신다(웃음).


나라경제_ 혼자 살아보는 것이 젊은 세대들의 로망인데 환상이 깨지겠다(웃음). 그럼 어떻게 살아가는지 하나씩 들어보자. 여가시간에는 주로 무엇을 하며 보내나.


김주현_ 배우고 싶던 취미활동을 주로 한다. 요즘은 우쿨렐레와 기타를 배운다. 혼자 살아보니 건강만큼 중요한 게 없는 것 같아 필라테스나 수영 등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유정우_ 영화를 보거나 여행, 독서 등 문화생활을 하며 보낸다. 성격상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렇게 살다간 평생 혼자 있을 것 같아 주말엔 일부러라도 사람들과 어울리며 사회활동을 하려고 한다.


나라경제_ 혼자 있는 것이 편한가? ‘혼밥’, ‘혼술’이 유행이라는데 이를 즐기고 있나 보다.


유정우_ 난 즐기는 편에 가깝다. 편하더라. 맛집을 가면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다른 팀과 합석도 된다. 영화를 봐도 감상에만 집중할 수 있다. 애인과 가면 다음 데이트코스도 생각해야 해서 집중하기 어렵다(웃음).


김주현_ 나도 영화는 혼자 보는 편이다. 처음에는 친구들과 시간을 맞추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혼영’을 택했는데, 이제는 독립영화나 재개봉 영화 등을 골라보며 나만의 방식으로 즐기고 있다.


나라경제_ 주변에서 이상하게 보지 않나.


유정우_ 물론 이상하게 본다. 고기가 먹고 싶어 고기뷔페도 혼자 가봤는데 주변 시선이 신경 쓰였지만 애써 못 본 척했다.


김주현_ 고기뷔페라니 대단하다. 요즘 1인 위주의 바(bar)나 작은 테이블에서 식사를 할 수 있게 된 식당이 있어 간혹 혼자 먹어본 적은 있지만 나는 아직 혼밥이 불편하다.


나라경제_ 그런 식당처럼 ‘싱글족’을 염두에 둔 상품들이 많이 등장하면서 ‘솔로 이코노미’라는 말도 나온다. 이런 트렌드를 실감하나.


김주현_ 편의점만 가도 1인용으로 작게 나온 것들이 많아졌다. 원룸에서 살다 보니 조금 싸다고 대용량으로 구매했다간 보관할 공간이 마땅치 않아 짐스럽기만 하더라. 그런데 요즘은 편의점이나 인터넷에서 소포장된 상품을 구할 수 있어 너무 편하다.


유정우_ 먹거리도 1~2천원에 양파 1개, 호박 1개 이런 식으로 포장돼 판매하니 좋더라. 단가는 비싸지만 혼자 쓸 만큼만 사게 돼 총액이 줄어 오히려 경제적이다.


나라경제_ 그렇다면 기존에 출시된 것 외에 새롭게 생겼으면 하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있나.


김주현_ 여자들은 혼자 있는 집에 누군가를 들이는 게 불안하다. 솔로를 위한 배달·청소 서비스 등 취지는 다 좋은데 막상 이용하려면 믿을 수 있는지 확인이 어렵다. ‘안전’을 확보한 서비스가 나왔으면 좋겠다.


유정우_ 맞다. 창업한 지 얼마 안 된 중소업 체도 많고 관련 정보를 파악하기도 어렵다. 가격, 서비스, 품질, 후기 등을 비교해 신뢰할 수 있는 업체인지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김주현_ 한 가지 덧붙이자면 무인택배함도 많이 도입됐으면 한다. 우리 같은 20~30대는 원룸이나 빌라에 사는 경우가 많은데 무인 택배함은 일부 아파트에나 있어 아쉽다.


나라경제_ 지출성향은 어떤가? 가족과 사는 또래들과 조금 다를 것 같다.


김주현_ 주로 주거, 공과금 등 고정생활비가 많이 나간다. 나머지는 그때그때 내 생활에 맞춰 쓰는 편이다. 나는 내가 번 돈으로 스스로 좋은 걸 입고 먹자는 주의다. 내 것만 사면 되니 하나를 골라도 더 좋은 걸 사려고 하고, 자기계발에도 많이 투자하려고 한다.


유정우_ 60만원의 월세를 부담하고 있어 주거비 비중이 큰 편이다. 그 외 소득의 60%를 저축하고 있고, 생활비는 조금만 발품을 팔면 할인된 가격으로 구할 수 있어 크게 부담되진 않는 정도다.


나라경제_ 역시 주거가 가장 부담인가 보다. 그런데 아직 1인 가구를 위한 지원책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김주현_ 처음 집을 구할 때 정부지원 저리 대출을 알아보다 요건이 까다로워 결국 부모님 도움을 받았다. 제도적 장치는 사회적 분위기 가 뒷받침돼야 생기는데, 1인 가구가 많아졌다는 사실은 알고 있어도 그 문제에 대한 인식은 아직 부족한 것 같다.


유정우_ 우리 같은 1인 가구를 가정을 꾸리기 위한 ‘과도기적 단계’로 인식하기 때문인 것 같다. 언젠가는 결혼해서 제도권의 범주에 들어올 거라 생각해 관련 정책이 적었던 것 같다. ‘비혼족’도 최근에서야 언급되기 시작하지 않았나.


나라경제_ 그렇다면 혹시 두 분은 비혼족인가.


유정우_ 혼자 살겠다기보다는 예전처럼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결혼이 공부처럼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지 않나. <미운우리새끼>라는 TV프로그램을 보며 나이 들어 혼자 살게 되면 박수홍처럼 클럽에도 가고 20대에 못해본 것들을 하면서 살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봤다(웃음).


김주현_ 나도 마찬가지다. 비혼주의는 아니지만 내 주변만 봐도 결혼할 나이가 됐다고 의무적으로 결혼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


나라경제_ 주변의 인식은 어떤가. 1인 가구가 많아진 만큼 달라졌을 것도 같은데.


김주현_ 혼자 산다고 하면 처음에는 부러워하다가 나중에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본다. 결혼 안 한 것을 결핍이 있는 것처럼 보는 것 같아 불편하기도 하다. 그런 시선은 예나 지금 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유정우_ 특히 부모님 세대의 인식이 변하지 않는 것 같다. 혼자 살며 ‘고생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 왔는데,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니 학생 때와는 그 어감이 달라지더라. 예전엔 ‘대견’하게 고생한다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측은함’을 담고 있다.


나라경제_ 그렇다면 현재 혼자 사는 삶에 대한 스스로의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가.


김주현_ 10점 만점에 6점? 자기계발이나 여가시간을 보내는 데 있어 가족과 살 때보다 시간적으로 자유롭고, 혼자 하니 비용도 적게 들어 좋은 것 같다. 나머지 4점은 외로움이나 아플 때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유정우_ 나도 6~7점 정도다. 혼자 사니 제일 좋은 건 시간적 여유와 내 공간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유로울 거란 생각에 마냥 독립하기는 분명 생각할 것이 많다. 시간이 자유롭다는 것은 시간을 허비할 수도 있다는 거다. 대학 때만 봐도 부모님과 사는 친구들은 어머니가 깨워서라도 학교에 보내지 않나. 하지만 혼자 살면 그렇게 관리해줄 사람이 없어 자기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독립적으로 온전히 내 삶의 주체가 되는 거니깐.


나라경제_ 독립을 준비하는 분들이 꼭 새겨 들어야 할 말인 것 같다. 그 외에 또 조언해줄 이야기가 있다면.


김주현_ 혼자 사는 사람들은 특히 경제관념이 필요하다. 돈을 마음껏 쓰기 쉽더라. 어떻게 알차게 지낼 수 있을지 미리 준비해 건강한 소비를 했으면 좋겠다.


나라경제_ 마지막으로, 1인 가구를 위해 사회·정책적으로 제언할 것이 있나.


유정우_ 원탁에 의자 하나 가져다 놓고 이웃과 함께 밥 먹고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가 발달하면 좋겠다. 이런 공간들이 골목골목 들어서면 1인 가구의 외로움을 덜어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김주현_ 연금이나 주거 등 안정적 생활을 위한 경제적 지원책이 필요하다. 또한 혼자 사는 가구의 안전문제에 대한 사회적 대안도 함께 고민됐으면 좋겠다.


■진행·정리 홍성아 나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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