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표어가 우리 사회의 캠페인이었던 것이 불과 몇십 년 전이었음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날 눈을 떠보니 ‘혼자 사는 것이 특별하지 않은’ 시대로 이미 들어와 있다.
불과 몇십 년의 짧은 기간 동안 이뤄진 1 인 가구의 증가 원인은 한 가지 이유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면을 가지고 있어 하나의 동질적인 집단이 아니라 개별화 된 네 종류의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20대에서 30대 초반 직업을 구하지 못해 결혼할 엄두를 못내는 소위 ‘산업예비군 그룹’, 30대 후반부터 40~50대까지 가족의 해체, 실직, 기러기현상 등이 복합된 ‘불안한 독신자 그룹’, ‘실버세대’인 고령자 1인 가구, 마지막으로 전문직종에 종사하면서 독신의 삶을 누리는 ‘트렌드세터 골드족’ 등 4종(種) 4색(色)의 1인 가구가 존재한다.
서로 다른 유형의 1인 가구들이 당면한 사회문제들은 상이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골드족 1인 가구는 스스로 선택한 혼자 사는 삶이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가져오고 싱글문화도 창출하는 긍정적 요소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도시문화의 트렌드세터로서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끌어낼 필요가 있다. 다만 골드족들은 주거 이동성이 높지만 이를 뒷받침할 주거선택에서는 아직 자유롭지 못하다. 지금까지의 주택정책이 4인 가구 중심으로 이뤄져왔던 탓이 크다. 따라서 다양화된 가구규모에 맞는 주거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한편 골드족과 구분되는 나머지 세 개 집단을 관통하는 본질적인 문제는 ‘빈곤’과 ‘사회적 고립’이다. 이들 집단은 어쩔 수 없는 독신 그룹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소수자로서 사회와 연결이 약화된 채 혼자 쓸쓸히 살아가는 사람들인 것이다. 비자발적 1인 가구는 일차적으로 경제적 자립도가 현저히 낮기 때문에 무엇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방안들을 정책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여성 1인 가구의 경우는 주거 안정성에 대한 수요가 높다. 커뮤니티의 안전성이 이들에게는 절실한 문제다. 지역 문화적 요소를 통해 공동체성을 복원시킨다면 안전 확보가 상대적으로 쉬울 것이다.
불안한 독신자 그룹 등 경제사회적 약자인 1인 가구 그룹을 위해서는 ‘사회적 돌봄’ 서비스가 필요하다. ‘강제적’으로 혼자 사는 사람들은 사회와의 ‘연결’이 약하기에 떠돌아다니게 된다. 그 결과로 사회적 통합성, 공동체성이 약해지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혼자 사는 사람들이 비사회적 현상의 중심에 서는 경우도 있다. 고독사라든지 사회와의 연결을 갖지 못한 청년층, 고시촌에 혼자 사는 중년의 반사회적 행위 등이 그러한 예다. 혼자 사는 40대 중년층은 부부 가구에 비해 뇌졸중 발생률이 3배 이상 높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비자발적 1인 가구에 사회적 보살핌을 제공하는 공공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회적 연결망의 역할을 복원하고, 커뮤니티 단위에서의 건강검진, 심리상담 등 1인 가구를 위한 사회적 돌봄 서비스가 필요하다.
고령 1인 가구인 실버세대의 경우 빈곤한 독거노인 대책과 함께 일정 정도의 경제력은 있지만 사회적으로 고립된 실버집단에 대한 사회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전체 노인중 다른 사람과의 사회적 교류가 없는 독거노인이 절반가량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경제적 지원을 포함한 실버 싱글 마이너리티 지원체계를 확장하는 동시에 노인들의 사회적 교류를 가능케 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의 머릿속에서는 아직도 4인 가구가 일반적인 가족의 모습인데 사회는 이미 1, 2인 가구가 대세가 된 현실에 놓였다. 다양한 가구형태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공동체로서의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시도들이 이곳저곳에서 계속될 때, 그리고 혼자 살아가고 있음에도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우리’가 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 사회에 모자이크화된 다양성이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모습이 건강한 사회다.